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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May 29. 2023

고양이 배를 쓰다듬는 방법

 ‘아직은 사방이 잘 보이지 않는 어스름한 새벽,

 ‘토도도독’ 발톱과 바닥이 맞닿아 나는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하찮지만 귀엽기만 하다. 내 이불 한쪽 끝을 살며시 들고 있으면 이불속으로 쏙 들어온 발소리의 주인이 부스럭부스럭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어젯밤에는 어떤 방에서 잠을 자고 왔는지 적당히 덥혀져 노곤하게 녹은 몸, 아직 잠에서 덜 깬 상태의 아이는 폭하고 쓰러져 다시 잠이 든다. 잠결에 따뜻하고 말랑말랑 한 배를 쓰다듬기 시작하면 나도 다시 기분 좋은 잠에 빠져든다. 절대 잊지 못할 촉감과 온기였다.’

 

 요즘 아침이면 15년 동안 함께 했던 반려견과의 기분 좋았던 아침 추억이 떠오른다.      

 올 초 혼자의 삶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그래서 아침이 행복하다. 내 한쪽 팔을 ‘고 쪼마난 발’로 꼭 잡은 채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잠에서 깨거나, 내 목과 가슴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옛 추억과 함께 본능적으로 말랑말랑한 배를 쓰다듬기 위해 내 손가락은 고양이 품속을 조심스럽게 파고들기 시작한다. 배 만지기를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의 특성상 이때를 공략해야 말랑말랑한 배를 마음껏 쓰다듬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고양이 배에 배방귀까지 하고 나면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끝나고 만다.      

 

 처음 만난 날, 내 손바닥에 쏙 들어오던 내 고양이, 힝구가 기분 좋은 먹성을 보여주며 포동포동 예뻐지고 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나를 반겨 오는 힝구를 안아 들자 오늘은 또 얼마나 잘 먹었는지 힝구의 배를 쓰다듬으니 볼록해진 배가 귀엽다.    

 

 이제 두 팔 안에서도 제법 묵직함으로 존재감을 뽐내니, 잘 먹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다면 힝구겠지.    

 

 이제 어엿한 반려묘 가정이 된 지도 4개월째가 되어간다. 출·퇴근인사가 익숙해지고, 한 공간에 서로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8개월 장난이 일상인 캣초딩을 모시기가 쉽지 만은 않다. 나는 아직도 고양이에 대해서 배워나가야 할 초보집사일 뿐이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홈캠은 오늘의 놀이터를 알리는 예고편과 같은 역할을 할 뿐이고 퇴근 후 돌돌이를 손에서 놓지 못하던 내가 내려놓음을 배워간다.      

한창 자기만의 놀이에 빠져있는 고양이의 뒤태를 홈캠으로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저 웃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나의 비타민, 나의 보물 힝구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주인님의 변덕에 집사는 서운하다. 내가 침대에 누우려 할 때면 쪼르르 따라와 내 곁에서 같이 잠이 들던 아기 고양이는 중성화를 마치고 8개월 차를 맞이하면서, 질풍노도의 시기까지 함께 온 듯하다.

 내 껌딱지였던 힝구가 벌써 독립심이 강해지고 있는지, 요즘에는 캣타워 맨 꼭대기 투명해먹에서 잠자기를 제일 좋아한다. 이제 혼자 잠을 자다가 내가 잠에서 깨어날 때 맞춰 나에게 다가와 아침인사를 한다. 너무 빨리 커버리는 것 같아 괜히 서운해진 나는 인터넷을 검색하며, ‘독립심 강한 고양이’, ‘옆에서 자지 않는 고양이’ 등 내 옆에서 잠을 자지 않는 힝구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내 눈은 힝구의 동태를 살피기 바쁘다.

 어느 순간 내가 힝구의 껌딱지가 된 듯하다.

 

 오랜만에 내 옆에 누워 기분 좋은 듯 애착 꽁치인형을 가지고 노는 힝구 몰래 배를 살짝 질러 보니 벌떡 일어나 내 손가락을 단호하게 발로 막는다.

 

‘요 녀석, 서운하다고’    

 

 초보집사는 힝구의 사춘기가 빨리 끝나 껌딱지 힝구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공부 중이다.

비타민 같은 힝구의 배를 쓰다듬으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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