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May 26. 2023

안녕, 힝구

핑크젤리를 번쩍 들며 냐옹하던 너를 본 순간, 너는 나의 가족이 되었지.

 작년 10월 말, 쌀쌀해져 가는 날씨 6시면 이미 어둑해지는 퇴근길 왠지 마음까지도 가라앉았고 실제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시기였다. 집으로 가기 위해 꼭 건너야 하는 교차로 신호등 앞에 서면 유난히도 조명이 밝은 펫샵이 하나 있다. 그 앞에 서면 너무나도 귀여운 꼬물이들이 재롱을 부리며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있었다.  습관이 되었는지 위로가 될 무언가가 필요했는지 언제나처럼 그 앞을 지나가던 그날, 낯선 아비시니안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너무 작아서 보기에도 안쓰러웠는데 한껏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너무 작아 귀엽다기

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달리 신나게 꽁치모양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하염없이 바라보며 엄마미소를 지어버렸다.

 나는 예전부터 길고양이에게 간택당하면 집사의 길을 가야지 했었다. 하지만 간택당할 길은 만무했기에 그 방법은 포기하고 멀리서 지켜보는 쪽을 선택했고 랜선집사로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만 마음이 흔들려 버렸다. 게다가 고양이를 키운다면 유기묘를 입양하려던 나는 펫샵에서 고양이를 데려온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고민 끝에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면서 한 동안 펫샵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올 초, 오랜만에 펫샵 앞을 지나는데 여전히 그 고양이가 있었다. 새 장난감을 받았는지 예전보다도 더 신나게 자기 키만 한 어묵꼬치를 가지고 노는 모습에 또다시 넋을 놓고 보고 말았다.

유독 내 눈에 쏙 들어오는 이 아이 마음이 쓰이고 너무 예쁘다.


 만약, 이 고양이를 데려온다면, 나는 이 아이의 삶을 책임져야 할 것이고, 내 인생의 순위 안에 두고 사랑해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물론!’     


 처음으로 펫샵에 들어가 두근거리며 ‘힝구’를 안았을 때, 힝구가 내 손가락을 깨무는 순간, 나는 이 아이가 나의 고양이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내 고양이의 이름을 지어놓은 상태였기에 그 순간부터 이 고양이는 나의 힝구가 되었다.


 그 주 토요일 힝구를 데려오기로 하고, 나는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루 종일 고양이용품 쇼핑몰만 보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이미 팔불출 집사가 되어있었다.

첫 집사가 되어 내 첫 고양이를 맞이하는 그날 토요일이 왔다.

떨리는 그날, 이제 힝구와 함께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어느새 나의 공간이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한 사람과 한 마리의 고양이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며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고 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