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치 +1
네, 맞습니다. 저는 초보 운전자입니다.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지 1년이지만, 1년을 제대로 운전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제주도에서 운전한 나흘 동안, 제법 운전이 늘었다.
하지만, 운전에 있어 제일 걱정은 밤 운전이다. 저녁 시간 이후,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제주도의 도로 모습은 나를 더 긴장하게 했고, 날이 저물기 전에 숙소로 빠른 복귀를 하게 만들었다.
물론, 내가 지내고 있는 한라읍의 숙소 근처가 워낙 외진 곳에 있기에 제대로 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이동이 필수다. 따라서 저녁을 먹으며, 반주 한잔을 곁들이기가 쉽지 않다. 저녁 따로, 숙소로 돌아와 간단한 맥주 한 캔 따로,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
어제, 내 숙소에서 무려 1시간 20분 거리의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와의 만남으로 드디어 나는 제주도의 밤거리를 즐기며 진정한 관광객 기분을 만끽했다. 제주올레 야시장에서 노상의 음식점들과 사람들의 열기로 약간은 후덥지근하고 소란스러웠지만 오히려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느낀 생동감 있는 광경에 들떠,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우리의 대화가 즐거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깊어지는 밤, 처음으로 할 밤 운전이 걱정되었다.
그래, 운전자가 낮에만 운전할 줄 안다는 게 말이 되겠어. 할 수 있다. 생각하며, '제주도 핫플에 가보고 싶다'라는 내 말에 친구는 '클리프'라는 곳에 데려가 줬다. 낮에는 카페로 운영되는 곳인데, 외부에 비치파라솔과 침대 형태의 좌석, 빈백이 놓인 1층과 계단식으로 층계를 달리하여 소파가 놓여있는 좌석 배치는 바로 앞바다를 감상하기 좋을 듯했다. 친구는 오히려 밤보다 낮이 더 이쁜 곳이라고 하니, 하루에 한 번, 뷰가 예쁜 카페를 꼭 방문하고 있던 나는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꼭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밤 11시 반이 되었다. 아차, 시간이 이렇게까지 흘렀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제 해야 할 밤 운전이 다시 걱정이었다. 친구는 헤어지면서 텅 빈 제주 도로를 즐겨보라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나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음으로 화답했다. 평소 건조하기만 했던 내 손바닥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나.. 잘할 수 있다.'
초반, 제법 거리에 불빛이 있는 시내는 운전하기 수월했고 텅 빈 도로를 운전하는 게 재밌었다. 문제는 점점 불빛이 사라져 가는 외진 도로로 들어서면서부터였다. 하필 내비게이션을 잘 못 보며, 길을 한 번 헤매기까지 하자 평정심은 사라졌고, 빨리 숙소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긴장하기 시작하자 팔이 경직되며, 운전이 더 쉽지 않았다. 이 순간 '손에 땀을 쥐다'라는 표현이 딱 맞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목, 미세한 빛조차 없어, 내비게이션의 안내에도 결국 지나치고 말았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 차를 돌리던 중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하, 1년이지만 무사고! 운전 인생, 유난히 높은 연석에 자동차가 걸쳐지며 한참을 액셀을 밟고 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 차 상태를 확인하고 나는 내비게이션을 제대로 못 보고 길을 지나쳐 간 그 순간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범퍼야 미안하다.
오늘 아침, 렌터카회사에 전화로 상황 설명을 마치고, 차량 교체를 위해 방문을 했다. 직원과 대표님이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니, 괜찮다고 절차를 밟아주시며, 작아질 대로 작아진 나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교체된 차량 운전석에 앉으며, 운전도 여행도 서두르지 말자고 다짐한다.
아직 길게 남은 제주도 생활이 안전하기 마무리되길, 어쨌든 운전 경력치가 플러스 되었습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