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거와 에일
오래전부터 양조장에 가보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었고, 배워보고 싶었다. 와인 혹은 위스키처럼 포도나 보리가 술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위 술만이 가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기에, 추후 프랑스 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반드시 와인 양조장에 꼭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왠지 와인이 가지는 서사가 좋았다.
새로운 걸 경험한다는 것은 즐겁다. 퇴사 이전에는 언제나 예상할 수 있었던 일상이었다. 제주도에서는 하루하루가 두근거림을 넘어 어느 순간에는 긴장감을 느낄 때가 있다. 예상할 수 없는 순간들이 몇 번이고 나를 반긴다. 물론, 나도 기꺼이 그 낯선 순간들을 받아들인다. 그것이 여행의 즐거움이고,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니까.
언제나 잠들기 전, 혹은 그날 아침, 그날그날의 여행지를 정하고 있다. 첫날, 렌터카 회사에서 받아 온 안내문 뒤쪽에 있던 작은 지도 위에 '제주맥주'가 선명하게 보였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양조장에 가보고 싶었다. 소규모라고 생각했던 제주 맥주의 양조장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고, 나는 바로 양조장 투어 예약을 했다.
제주맥주 회사는 누구보다도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회사라고 느꼈다. 다양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 레시피탱크에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맥주 생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제주맥주를 방문 후, 맥주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평소 흑맥주 위주의 수입 맥주를 주로 즐겨 마셨는데, 좀 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마시고 싶어졌고 또한, 이 맥주에는 어떤 종류의 홉이 사용되었는지, 어떤 향이 나며, 어떤 색을 띠는지 등 다양한 맥주에 대해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어졌다.
맥주를 만드는 데 가장 기본적인 재료는 네 가지다. 바로, 발효된 보리(맥아), 물, 홉, 효모이다. 이때, 보리가 맥주에서 맥을 담당하고, 홉이 향과 맛, 효모가 주(酒)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재료들을 가지고 분쇄, 당화, 여과, 가열, 침전, 냉각, 발효, 숙성이라는 8단계를 거치면 맥주가 완성되는데, 제주맥주가 완성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15 일다. 맥주를 나누는 기준은 라거와 에일인데, 이 두 기준에 따라, 이 기간도 유동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맥주의 종류는 200개 정도이며, 홉의 종류는 400개 이상이다. 맥아를 볶는 정도, 홉과 물의 종류 등등 맥주의 종류를 나누는 기준은 다양하다.
맥주를 물의 술이라 할 정도, 맥주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다. 미네랄 함량의 차이에 따라 물의 종류도 나뉜다. 예를 들어, 삼다수 칼슘 함유량이 2.5~4 정도라면, 에비앙은 54~87이라고 하니, 여기서 미네랄 함량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가 있다. 이는 물의 농도의 차이를 주는데, 이 차이로 맥주 맛이 얼마나 달라지는 것인지 직접 맛보고 싶다.
분쇄된 맥아를 물에 넣고 끓여, 맥아에서 당분을 추출하는 과정인 당화 과정과 여과, 가열, 침전, 냉각 과정을 거치면 당즙 상태가 된다. 아직 술은 아니다. 알코올이 없기 때문이다. 술이 되기 위해서는 효모(酒)가 필요하다.
당즙에 효모가 투여되면, 효모가 맥즙의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거치는 데, 이 과정이 발효 단계이다. 포인트는 이 단계를 통해 다 쓴 효모는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탱크 하단에 연결된 파이프로 이동하여, 효모의 집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효모는 휴식을 취하는 데, 이것을 효모가 출퇴근한다고 표현한다. 이 과정을 효모 1살로 보며, 최대 50살까지 출퇴근할 수 있다고 한다.
발효를 모두 마친 맥주는 숙성 과정을 거치기 위해 보관 탱크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발효가 끝난 맥주를 안정시키고 풍미를 극대화하는 시간을 거쳐 포장 전, 최적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 탱크는 건물 2층 규모로 이곳에서 최대 규모의 탱크이다. 탱크 안에 있는 맥주로, 일반 맥주병 4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데, 하루 1병씩 마신다면, 107년을 마실 수 있는 양이라고 하니, 정말 상상 이상의 어마어마한 양이다.
견학을 마치고 나면, 각 참가자에게 시음권을 주는데, 음료 혹은 맥주 한잔씩 선택할 수 있다.
내 선택은 제주누보, 제주맥주의 논알코올 맥주다. 많은 논알코올 맥주를 접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 맥주에 제법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마디로 맛있었다.
운전 때문에 논알코올을 마셨지만, 오늘 저녁은 제주맥주 한 캔, 아니 종류 별로 한 캔씩 해야겠다.
오늘 양조장 견학에 대한 복습을 위해서.
그리고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