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里小文, 제주도의 작은 책방에 가다.
여행을 가면, 꼭 하는 몇 가지들이 있다. 우체국에 들러 기념우표를 구매하고 엽서 보내기, 특색 있는 서점 찾아가기, 그 지역의 가장 오래된 빵집 가기가 대표적이다.
오래전, 첫 제주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서점에 가보지 못했기에, 이번 여행에서는 가고 싶었던 서점을 미리 정해놓고 그날의 여행을 시작했다.
제주도에는 다양한 독립서점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책방 소리소문, 이름부터가 왠지 마음을 끌었다. 소리소문은 작은 마을의 작은 글이라는 뜻을 가진 서점이다. 서점 가는 길, 제주 특유의 돌담으로 이어진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나무 푯말로 소리소문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小里小文, 이 작고 조용한 마을 책방의 외관은 작은 시골집 같았다. 책방 안으로 들어서자, 큰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서점 전체를 비추는 듯했다.
책방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내가 몰랐던 제주라는 코너였다. 제주도와 관련된 책으로 꾸며진 코너에는 제주도민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상식을 모의고사처럼 풀 수 있는 책이 있었는데, 문제 하나하나가 너무 어려워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으면 풀 수 없을 정도의 난이도였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코너는 필사노트 이어쓰기였다. 지정된 책을 방문객들이 일정한 단락씩 필사하는 것인데, 방명록처럼 내가 다녀왔다는 인증과 함께, 좋은 글귀를 만날 수 있는 소리소문만의 특별한 이벤트였다.
나는 여행지에서 느린 우체통을 만나게 되면, 언제나 짧은 내용이라도 작성해서 엽서를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 1년 뒤에 받게 되는데, 엽서를 잊고 있는 순간, 나에게 송달되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 엽서를 받는 순간이 좋아서, 이번에도 책방에서 운영하는 느린 우편함에 엽서를 넣고 말았다.
제주도에서의 추억들 그리고 퇴사 후, 다시 시작될 시간에 관한 내 생각을 상기시켜 주는 글들을 적어 넣었다. 혹시, 내가 엽서를 받을 때, 지금의 마음가짐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고 있다면, 그런 나를 위한 편지를 미리 보내 놓은 것이다. 뭔가 마음이 든든하다.
세 번째는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소리소문이 추천하는 블라인드 북, 손 글씨로 해당 책의 특징과 추천하는 이유가 적혀있었는데, 그저 구경만 하고 가려던 참에 비어있던 칸의 블라인드 북이 채워졌다. 그 책에 쓰인 소개 문구가 너무 와닿아서 바로 집어 들었다. 책을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블라인드 북이라는 점에서 왠지 더 기분이 좋다. 당장 책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를 벗기고 싶지만, 집으로 돌아가 그 안의 책을 확인할 생각이다. 궁금증을 누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도 모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