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요, 제주

잠자리 날아들다.

by 김힝구


이른 아침, 그 전날 전해 들은 맛있는 집에 대한 정보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맛집 웨이팅이야 어디서든 일어나는 일이지만, 제주도, 그것도 아침 7시부터 대기 예약자를 받는다는 그곳이 진심으로 궁금했다. 그리고 내게 그 맛집을 이야기해 주시던 분의 설명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마침 그곳은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였고,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어제저녁 연속된 운전으로 기절하듯 일찍 잠이 들었고, 그렇게 오늘도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기상과 함께, 나는 오늘 아침 하늘이 궁금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일어나자마자 커튼 사이로 보이는 제주 하늘 감상은 내게 놓칠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1층 베란다 커튼을 열자, 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잠자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과는 한낮의 햇살이 다름을, 그리고 바람이 잦아짐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잠자리를 보는 순간에야 가을이 오고 있음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다. 아직 가을 냄새를 맡지 못했지만, 가을 온도의 바람을 맞지는 못했지만, 가을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것 중 하나인 잠자리 한 마리가 제주를 가을로 바꿔 놓았다.


가을에는 찐밤, 군밤, 밤밤밤. 제주 비주비주 말차 보니밤

오름을 뒤덮은 은빛의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 사진 한 장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 오름의 이름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가을 억새가 오름 전체를 덮고 있는 모습은 가을 그 자체였고, 내가 생각하는 제주다운 모습 중 하나였다. 매일 그날그날의 여행을 정하면서 문득 그 오름이 생각났다. 처음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받은 관광 안내 책자를 뒤적이다가 그 오름이 새별오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9월 초, 푸르기만 한 억새로 뒤덮일 시기였다. 아쉽게도 내 2주 살기 일정과는 맞지 않았다.

같은 페이지에는 핑크뮬리 명소도 소개하고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9월 15일부터 핑크뮬리 행사가 시작된다고 소개되고 있었다. 핑크뮬리 역시 만발한 모습은 10월 볼 수 있을 테니, 제주 가을은 제주 잠자리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오늘 본 잠자리는 너무 일찍 깨어난 잠자리인 걸까. 아주 천천히 제주도에도 가을이 찾아들고 있는 거겠지. 제주도의 가을 냄새가 궁금하다.


아, 오늘 찾아간 수우동이라는 맛집은 비양도를 바라보며, 자작냉우동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함께 나온 반숙 달걀튀김을 터트려 노른자와 섞어 먹으니, 맛이 깊어졌다.

수우동집 자작냉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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