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딩 편.
언젠가 스위스에서 경험한 패러글라이딩이 너무 좋아 잊을 수 없다고 오빠는 말한 적이 있었다. 이틀 연속으로 패러글라이딩할 정도로 좋았다는 오빠의 말에 나도 그게 어떤 경험일지 궁금했지만, 약간의 고소공포증과 놀이기구를 잘 타지 못하는 쫄보기질로 높은 곳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내 제주 2주 살기의 대부분 나날은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정해졌다. 숙소 사장님의 추천으로 숙소 근처의 저지오름을 급히 오른 날,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 위로 정말 둥둥 떠 있는 구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제주 하늘의 구름은 둥둥 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늘 위에 살짝 걸쳐져 있어 금방이라도 잡힐 것 같은 느낌이다.
다른 오름은 어떨지 검색해 보다 금오름이라는 곳이 숙소와도 멀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금오름은 제법 평탄한 지형이라 부담 없이 오를 수 있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분화구의 능선이 아름다우며, 제주풍경을 바라보며 산책하기 좋다고 해서 금오름에 오르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이 패러글라이딩 명소라는 소개 글에 아무 생각 없이 패러글라이딩 리뷰글들을 살펴보았다.
패러글라이딩을 한 사람들의 리뷰는 왜 이렇게 다들 나를 유혹하는지, 패러글라이딩이 뜨는 그 순간이 왠지 무서울 것 같았지만, 오랜 고민은 후회를 만들 것 같아 일단 저지르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한다고 탈 수 있는 호락호락한 패러글라이딩이 아니었다. 금, 토요일은 예약이 꽉 차 있었고 일, 월요일은 날씨로 인해 탈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고, 반드시 패러글라이딩을 타야만 했다. 화요일 오전 11시 30분, 나는 예약을 확정 지었다. 그런데 이날도 가능 여부는 아침 일찍 연락을 주신다고 했다. 꼭 탈 수 있기를 바랐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패러글라이딩을 위해 3번 도전한 사람이 있는데, 그분은 날씨 때문에 번번이 실패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보통 10명 중 3명만이 탈 수 있다고 하니, 나는 다행히 날씨 운이 따른 것이다. 제주 여행 중 가장 큰 즐거움과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을 위해 옷과 안전 장비까지 착용하고 차에 올라 오름 정상에 도착하니, 긴장되기 시작했다. 나를 태워주실 강사님께 놀이기구만큼 무서운지를 물어봤다. 여유롭게 웃으시며, 전혀 다르다고, 무서워할 거 없다는 말에 안심이 되면서도, 아직 알 수 없는 다음 상황들에 대한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진은 남겨야 했다.
이제 내가 날 시간이 되었다. 멈추라고 말할 때까지, 발이 뜨더라도 뛰던 발을 멈추지 말라는 말에 나는 열심히도 뛰었다. 낙하산이 바람에 떠오르자, 무중력상태가 된 듯 '붕'하고 하늘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느낀 안정감에 나는 오히려 당황했다. 너무도 편안했기 때문이다. 강사님은 바람을 찾아다니시며, 계속해서 더 높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오빠가 그때 느낀 것이, 이 자유로움이라 생각했다. 분명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나는 너무도 편안하게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제주 시내도 금오름의 분화구도 하늘의 구름도 생생하게 느껴졌고 패러글라이딩의 움직임은 내가 직접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본 하늘 위의 둥둥 떠 있는 구름처럼 내가 둥둥 떠 있는 듯했던 그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