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소란한 마음과 다시 마주하다

by 김힝구


책 읽기를 마쳤다. 제주도에서 구매한 블라인드 북을 서울로 돌아오고서도 이러저러한 핑계로 미뤄두다가 오늘에서야 집중할 수 있었다.


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그 대신 내가 슬픔을 '본다'.
쓰기 전에 슬픔은 나 자신이었지만 쓰고 난 후에는 내게서 분리된다.
손으로 공을 굴리듯, 그것은 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무엇이 된다.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윤주>


이 문장들을 읽으면서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래서 내가 왜 글을 쓰는지 그 이유를 떠올려 보았다.


한동안, 내 글의 조회수에 부쩍 신경 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한두 편의 글로 인해 조회수가 매일 같이 오르기 시작했고, 처음 경험한 2만회라는 조회수는 진짜 내 글이 아닌, 남을 의식하는 수치에 의한 글을 쓰게 했다. 그 조회수가 도대체 뭐길래, 그래서일까, 조회수가 나올 것 같지 않은 글이라면 쓰고 싶지조차 않았다.

단 며칠 동안, 내 브런치 사상 유례없는 조회수는 내 생각을 멈추게 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통계치를 확인하며, 내 글이 얼마나 읽히고 있는지, 그 수치에 연연했다. 그러자 내 글쓰기에 대한 사고작용이 멈춰버린 듯, 무엇을 써야 하는지, 쓰려고 했는지, 글쓰기에 대한 에너지를 어디서 끌어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았고, 내 일상까지 무기력해졌다.

글을 통해 나를 이야기하고,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일 수 있어서 감사했던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탁해져 버린 것 같았다. 그저 누군가가 내 글에 공감해 주는 것이 즐겁고 감사했을 뿐인데, 수치화된 내 글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글쓰기에서 멀어지게 했다.


그러다 오늘에서야 꺼내든 책은 내가 글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상기시켜 줬다. 이 책을 고르는 순간 나를 이끌었던 그 문구들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만의 속도 #뭐라도 쓰고 싶게 하는 책 정제되지 않은 수많은 감정 속에서 진짜 내 이야기를 꺼내는 그 과정, 그리고 그 안의 나와 마주하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그 작업, 그 순간에 다시 집중해야 함을 잊지 않도록, 이 책의 문장들을 곱씹는다. 나만의 속도로 내 글이 성장할 수 있는 그 시간 속에서 조급해하지 말자. 그저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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