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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Apr 25. 2023

엄마도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는다.

아침의 상처

아침이 되어 아이는 일어났다고 울곤 한다. 남편은 일어나 화장실에 가고, 엄마는 아이에게 달려간다. 아이는 여전히 울며 저리 가라고 손사래 치고, 엄마에게 안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동안의 실랑이 후 뒤에서 남편이 등장하고 아이는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아빠에게 안긴다. 엄마는 아침우유를 건네고 화장실로 향한다.

그렇게 나는 오늘 아침 또 한 번 생각이 많아지고,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었다.


엄마가 미안해...


코로나 확진 직전에 확인한 둘째의 임신. 그와 동시에 심한 입덧을 겪으면서 첫째 아이를 친정에서 봐주셨다.

코로나 기간 2주.

심한 입덧을 겪은 총 4개월 기간 동안 아이는 집과 외가를 오갔다.


임신극초기에 겪은 코로나 때문이었을까. 첫째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심한 입덧과 너무나 안 좋았던 컨디션 탓에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아니라도 입덧약과 링거처방을 받기 위해 방문해야 했다.

첫째는 체력 좋고 방방 뛰는 건강한 아들 녀석으로 잘 성장하고 있었다. 자연히 나와 둘째를 걱정한 많은 이들이 육아에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안정이 필요했던 시기에 둘째를 맞이할 준비를 잘할 수 있었다.


둘째와 나의 건강을 지켜주려 나 대신 많은 이들이 아이에게 마음을 쏟아주었다. 다행이었다.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앉아있기도 힘든 내가 첫째를 챙기기에는 부족함이 많을 테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아빠의 사람을 듬뿍 받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천행이다. 몸이 약한 내가 첫째를 자연분만하고, 감사하게도 둘째를 임신해 걱정이 많았는데, 둘째 지키기에 조금은 더 신경 쓸 수 있어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안정기가 지나 입덧이 끝나지는 않아도 잦아들고 있는 6개월 차.

허리통증을 비롯한 여러 통증들로 또다시 오랜 시간 앉거나 무리하기 힘든 때이지만, 입덧이라는 큰 소용돌이가 지나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엄마의 애착이 필요했던 첫째에게 상처가 남아버린 걸까. 첫째가 집에 올 때마다 힘들지만, 너를 사랑하고 있노라고,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했다.

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이는 집안에서 나를 애착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는 아빠를, 외가에서는 외할머니를 찾는다. 아이가 아빠, 외할머니와 까르르하며 노니는 소리에 마냥 행복해지면서도 나에게 보이지 않는 모습에 괜스레 우울해진다. 아빠와 외할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서럽게도 운다. 아이의 우는 모습에 왈칵 눈물이 났다.


아이의 서러운 울음을 경험하고 발견한 것이 있다. 외출해서 놀 때는 나와 둘이 있어도 잘 논다.

그래서 남편과 친정엄마가 일이 있어 봐줄 수 없을 때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이와 함께 나간다. 나에게 의지하는 아이가 고마워진다. 나는 외부인보다 조금 나은 사람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나를 외면하는 아이를 보면 서글퍼진다. 분명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인데, 내 마음은 서글프다. 그렇게 나는 꾸준히 내상을 적립했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라 내가 건강하지 못함을 반성한다. 언제나 엄마와 애착하다가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한 것이 미안하다. 홀로 외롭고 혼란스러우며 서러웠을 아이가 마음 아프다.

태어나자마자 친척집에 맡겨져야 했던 나도 그랬을까. 나도 친정엄마를 서글프게 했을까. 나도 많이 서러웠을까.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조금은 서럽지만, 분명히 감사한 상황에 그저 마음 아프기보다 모두에게 조금 더 사랑을 건네고자 욕심내본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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