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학습의 묘미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에게 집을 맡긴 뒤 조용히 집을 빠져나왔다. 얼마 전부터 시작한 운동을 가기 위해서다.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고 집 밖 공기를 마시는 일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운동에 가는 길,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본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나뭇잎 사이로 높게 뜬 달은 나의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사진을 찍어볼까. 달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아 아쉬워진다. 홀로 외출하는 저녁 공기를 오롯이 느끼며 걷다 보니 어느덧 도착.
운동을 하며, 얼굴을 익힌 언니들과 인사를 나눈다. 나와 같은 나이의 자녀분이 있는 언니도 있고, 예비 고 3 수험생을 둔 언니도 있다. 언니들과 대화하는 시간은 꽤 즐겁고 배울 점이 많다.
선생님이 들어오고 출석을 부른다. 출석으로 인사를 나누고 나면 스피커가 터질 듯 음악이 울려 퍼진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밥을 못 먹고 와서일까. 당이 달리는 것 같다. 몸이 무겁다. 앞에 계신 분들은 모두 나보다 언니들인데, 오랫동안 해오신 선배님들이라 그런지 동작 하나하나 완벽하게 해낸다. 의상도 제대로라 언니들만큼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다.
리듬이 너무 빨라 따라 하기가 쉽지가 않다. 다리 동작, 팔 동작. 어느 하나 맞는 것이 없다. 영혼 없이 몸만 따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럴 즈음 아는 듯한 노래가 나온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나를 발견한다.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리듬에 맞추어 나도 모르게 몸이 흔들리고 있다.
운동을 간지 어느 정도 되어서일까.
몇몇 음악이 귀에 들어오고, 따라 하는 동작들도 생겼다. '운동한 지 꽤 되었나. 며칠쯤 되었을까.' 일정표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4일. 운동을 4번 갔다는 이야기다. 4일밖에 안되었다니. 왠지 오래된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얼마 안 된 시간에 놀랐고, 이 정도의 시간에서도 반복학습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무엇이든 반복하다 보면 못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즐겁게 움직이고 오는 길.
다리와 어깨가 무겁다. 너무 신났기 때문일까. 몸이 나른하고 노곤해진다.
역시.. 운동, 참 쉽지 않구나. 얼른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