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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Aug 15. 2024

엉덩방아를 찧어야만 일어설 수 있다

시행착오는 필수

엄마와 웃는 모습이 닮은 우리 둘째는 최근에 첫 돌을 맞았다. 첫째는 첫 돌 즈음 아장아장 걸어 다녔던 것 같은데, 둘째는 아직 스스로 걷지 못한다. 아이 둘 가정보육을 하다 보니 신경을 많이 못 써준 탓인지, 혹은 그저 조금 천천히 나아가고 싶은 것인지.. 괜스레 마음이 쓰였다.


매트에 앉아 아이들을 보고 있을 때였다. 뒤엉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가히 사랑스러웠지만, 혼을 빼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무수히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둘째가 눈에 들어왔다.


잡고 일어서다가 쿵!

옆으로 이동하다가 쿵!

손을 떼고 한참을 서있다가 쿵!

장난감을 잡으러 가다가 쿵!

발을 떼보려다 쿵!

오빠한테 스티커를 빼앗겨 울다가 쿵!

울다 발견한 엄마에게 급하게 오다가 쿵!


계속해서 엉덩방아를 찧는 둘째가 짠하면서도, 너무나 귀여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도 한 발 내딛으려면 무수히 엉덩방아를 찧어야  하는구나. 나도 아직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모양이다.'


하고 싶은 일들에 닿고 싶고,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조급함이 되었다. 그러한 조급함이 초조함이 되어 나의 혜안을 가려버렸다. 답답했고, 쓰라렸다.

오늘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이와 함께 엄마도 엉덩방아를 찧는 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는 씁쓸한 마음이 아닌 내 속의 긍정을 꺼내어 나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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