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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Sep 11. 2022

초조해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시몬 베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feat. 영화 <안경>

기다림과 시간에 관해 깊이 생각한 철학자, 시몬 베유는 '진정한 관심'을 위해 두 가지를 요구한다.  

1. 욕망과 구분하는 눈을 가질 것

2. 조급해 말 것

진정한 관심이 있다면 기다리는 과정 자체에서도 희열을 느낄 수 있으니까.   


관심? 물음표가 본능적으로 따라오는 메인 키워드이지만, 다 읽고 다시 보니 여기서의 '관심'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사심 없이 바라보는 '현존'이나 '몰입'에 더 가까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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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요약



#주의 

모든 과학적 발견과 뛰어난 예술작품, 친절한 태도의 근원에는 순수하고 사심 없는 관심의 순간이 있다. 

지금 당장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관심의 질

관심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어디에 관심을 기울이기로 결정했느냐,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곧 그 사람을 보여준다. 과거를 돌아볼 때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가. 결혼식처럼 큰 사건일 수도, 긴 줄을 기다리며 뒷사람과 나눈 뜻밖의 대화처럼 작은 것일 수도 있다. 그 기억은 가장 주의를 기울인 순간일 확률이 높다. 우리 삶은 가장 열중한 순간들의 총합이다. 가장 큰 희열은 가장 온전하게 주의를 기울였을 때 찾아온다. 


#몰입

가장 큰 희열은 가장 온전하게 주의를 기울였을 때 찾아온다. 

이런 드문 순간에 우리는 베유가 말하는 “극도의 관심”,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몰입”이라 부른 상태에 진입한다. 자의식이라는 허울이 사라지고 전과 다른 시간 감각과 더욱 고조된 현실감을 경험한다. 

깊이 몰입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음악가는 없고 오로지 음악만 존재하며, 댄서는 없고 오로지 춤만 존재한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그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의 기울이기

주의를 기울인다는 건, 정신을 선명한 상태로 차지하는 것이자 여러 관심의 대상이나 생각 중에서 하나를 차지하는 것이다. 


#베유에게 관심은 사랑

가장 강렬하고 너그러운 형태의 관심 = 사랑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관심을 베푸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우리는 고통을 목격했을 때 눈을 돌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핑계를 댄다. 지금은 바쁘니까. 

진정한 관심이라면 그저 타인의 존재를 인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인정하고 공경해야 한다. 


#관심과 집중의 차이

집중은 강제할 수 있으나, 관심은 강제할 수 없다. (관심은 진심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

집중은 수축한다. 관심은 확장한다. 

우리의 생각은 텅 빈 채로 기다려야 하고 그 무엇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수동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추구하지 말하는 의미는 뒤에 나오는 욕망에 몰두하며 집중하지만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은 상태를 말함) 


#진정한 관심이란 기다림 

관심은 우리가 행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동의하는 것이다. = 소극적인 노력 

우리가 가장 귀중한 선물을 얻는 것은 그것을 찾아 나설 때가 아니라 그것을 기다릴 때다. 관심의 반대말은 산만함이 아니라 조급함이다. 

속도에 대한 집착은 온 정신을 소모시켜 주의력을 빼앗아간다. 주의력이 부족하면 부산스럽기만 한 혼란상태가 되며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우리가 속도에 집착해 너무 서둘러 판단을 내리면 순식간에 지나가는 아름다움이나 친절한 행동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베유는 생각하지 않는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마도 명상? 멍 때리기?)


#인내심 

인내심 있는 사람이 안달 내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고 건강하다. 인내심 있는 사람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높으며 대처 기술도 더 뛰어나다. 인내라는 단어 patience의 히브리어 사블라루트 savlanut는 인내와 관용이라는 뜻을 동시에 갖는다. 고통에 대한 관용과 동시에 부족한 자신에 대한 관용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계산적이며 무언가를 이왕이면 많이 원한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급함을 숨길뿐이다. 


#계산적 조급함 

인터뷰에서 원하는 녹음 파일을 얻어낸 뒤 “건졌다’는 마음 뒤에 따라오는 마음이 뜬 상태. 

인터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여긴 것이 아니라 필요한 문장으로만 여겼다. 바라건대 내게 좋은 평가를 가져다 줄 이야깃거리로. 나는 그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고는 내 입장에서 우리 거래는 끝난 것이었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의 관점에서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 관심을 교환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인색하게 굴고 있었다. 

나는 두 눈을 고정하고 귀를 쫑긋 세운 채 강렬한 캐릭터를, 감정이 가득 담긴 녹음 파일을, 내 이야기에 청각적 질감을 더해줄 배경 음향을 세심히 신경 쓰고 있었다. 나는 집중하고 있었지만 관심을 기울이진 않았다. 나는 내 욕망에 몰두해 있었다. 


#불안에서 나오는 지적 조급함 

생각이 아이디어를 너무 성급하게 붙잡으려는 실수. 

원대한 아이디어가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길 바라며 아이디어를 숙고하기보다 포장하는 데 더 관심이 많고, 아이디어가 충분히 무르익기 전에 세상에 내보낸다. 


#주의력은 방향성 

주의력은 뜨개질이나 펜싱처럼 우리가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우리는 주의력을 학습하기보다는 주의력을 향해 나아간다. 


#관심의 질 

관심의 질보다 양을 파악하기가 더 쉽다. 우리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 가장 쉬운 것을 평가하듯 

관심은 시간으로 측정되지 않으며, 관심의 대상도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관심의 질이다. 


#상실 (욕망과 관심의 차이) 

어떤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노트를 잃어버린 나는 낭떠러지도 떨어진 기분이다. 그것에 기록한 생각은 가장 주의를 기울인 상태의 마음을 기록한 것이다. 노트가 발견되지 않자 노트의 미적 탁월함뿐만 아니라 그 안에 쓰인 내용의 우수함도 점점 커진다. 노트 안에 든 생각이 통찰 면에서나 독창성 면에서나 독보적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그 노트를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노트라고 확신한다. 

베유는 이에 대해 단순한 진단을 내린다. 그 노트를 찾고 싶은 게 아니라 소유하고 싶은 것이라고. 욕망에 사로잡혔고, 욕망은 관심과 양립할 수 없다. 무언가를 욕망하는 건 거기에서 얻고자 하는 바가 있다는 뜻인데 바로 그 상태가 우리의 시야를 가린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환상이다. 그것을 소유했을 때 수반되는 느낌이나 감정, 혹은 해소되는 욕구를 갈망하는 것이다. 


#힘 빼기

문제의 해결책을 구하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무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너무 적극적이고 싶어 한다. 관심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추구하는 대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행동과 결과를 분리해서 인식해야 한다. 

순수한 관심에는 친구에게 좋은 인상을 주거나 출세하고 싶은 것과 같은 외부적 동기가 묻어있지 않다. 무언가에 온전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그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 할지라도”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베유는 말한다. 


#순수한 관심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결실을 찬미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결실이 눈에 더 잘 보이고 더 화려할수록 좋다. 시몬 베유처럼 지금 이 순간에만 마음을 쏟고 미래의 보상에는 무관심하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이게 가능하려면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기다림 

우리가 가장 귀중한 선물을 얻는 것은
그것을 찾아 나설 때가 아니라
그것을 기다릴 때다.
진전이랄 것도, 승리랄 것도 없다.
오직 기다림만이 있을 뿐.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욱 기꺼이, 더욱 끈기 있게.
기다림은 그 자체가 보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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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생각

욕망이 아닌, 순수한 관심을 추구한다면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진정한 관심과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에리히 프롬의 <활동적인 삶>과 연결되는 것 같다. 그리고 어제 본 영화 '안경'에서의 메시지와도 같다. 빙수를 만드는 할머니가 온 정신을 집중해서 팥을 삶고 나서 했던 대사가 인상적이어서 사진 찍어두었는데 신기하게 시몬 베유가 했던 이야기와 같다. 


조급해 말자. 초조해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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