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한남동 참새방앗간

앤트러사이트, d_d, 스틸북스 - 전지적 보리작가 시점

by 보리 Bori

이번 글의 주제는 '식물' 이라는 테마로 엮어보는 한남동의 참새방앗간이다.


나의 공간을 꿈꾸는 시간 : 앤트러사이트


한남동에 카페가 그렇게 많은데도, 심지어 새로 오픈한 유명한 카페를 추천받고 왔는데도, 신기하게 꼭 다시 돌아와 들르는 곳.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우리나라의 카페는 초단기 부동산 임대업이라고 언급했었는데, 이런 접근법에서 내가 자주 방문하는 곳 중에 하나다. 워낙 콘크리트와 스틸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자칫 삭막할 수 있는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식물을 과감하고 무심한 듯 들여놓은 센스가 딱 내 스타일


앤트러사이트 한남


이 공간에 오면 매번 내 집을 이렇게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역시나 친구도 비슷한 것을 느끼는 듯하다. 분위기에 취해 우리 집을 스튜디오처럼 이렇게 지어보면 어떻겠냐며 메모장에 끄적였다.


메인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두고 나머지 공간은 바깥으로 뺀 스튜디오 홈


결국 우리는 현실을 핑계로 또 아파트를 찾아가겠지만, 이렇게 꿈꿀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이들보다 잘하는 한국 브랜드가 생겼으면 : 디앤디파트먼트


롱 라이프 디자인이라는 철학 아래 로컬을 접목해 d school, d market, d dining, d tour, d museum 등 다양한 형태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d&dpartment의 서울 스토어.


d&dpartment seoul

노 재팬 시국에도 보기 드물게 밀레니얼의 사랑을 받는 일본 브랜드 중 하나라 생각된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모토로 한국의 20~30년 전 디자인을 소개하다 보니 아마도 절묘하게 레트로 트렌드와 맞물려 그들을 자극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최근 아라리오와 손잡고 제주에 진출하여 스테이와 식당 등을 통해 제주를 디앤디스럽게 보여주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국의 롱 라이프 디자인을 일본 브랜드가 소개하는 것이 여러모로 아쉽긴 하다.

취지는 좋지만 취향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매번 구경만 하는 브랜드이지만 이번에 필요했던 아이템이 보여 구매했다.


아마도 오래된 잡지를 활용해 만든 듯한 케이스

무인양품에서 구매한 젓가락은 2년 정도 쓰다 보니 코팅이 다 벗겨지고, 힘들게 찾은 블랙 스테인리스 젓가락은 바로 닦아주지 않으면 물 얼룩이 생긴다. 나무도 아니고 스틸도 아닌 멜라민 같은 소재의 젓가락을 4마리나 구매해왔다. 왜냐면 하나에 천 원이었거든!



기다려 블랙토분! 기다려 D&D


이번 글의 주제 ‘식물’의 발란스를 위해 발견한 소재! 토분~

1년 전 이사 오면서 구매한 선인장들이 적응기간을 잘 견뎌주어 예쁜 블랙 화분에 분갈이를 완료했다. 때문에 이번에 이 보기 드문 검정 토분을 선뜻 구매하진 못했다. 하지만 기다려라. 내 조만간 너희를 들이기 위해 유칼립투스를 새로 장만할 터이니…




영감이 필요할 때 찾아가는 곳 : 스틸북스


한국의 서점은 츠타야가 생기기 전과 후로 나뉘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츠타야보다 더 잘하는 서점을 발견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사운즈 한남이 오픈했을 때 JOH라는 선수들이 만든 곳이, 또 하나의 삐까뻔쩍한 공간이 나오겠거니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스틸북스는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마주했다가 정말 깜짝 놀랐었다. 층별로 돌아볼 때는 ‘츠타야의 본질을 드디어 잘 표현한 서점이 생겼네’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이 책 저책 살피다가 점점 빠져들어 두 시간이 넘게 그곳에 머무르게 되면서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다. 나만 알 것만 같았던 독립서점에서 발견하고 좋아했던 책부터, 소중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베스트셀러까지 장르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다. 층별로 생활과 일, 예술과 디자인, 사유와 사람이라는 카테고리를 두고 세분화한 주제까지 그동안 보는 것과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동물/술/노화와 죽음 뭐 이런 분류들..


책갈피 형태로 소개하는 짧은 문구가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책 하나하나가 다 읽고 싶은 것들로 채워졌지?’ 어디서 운영하는 곳인지 왜 이런 곳을 이제야 알았는지 열심히 구글링을 하다가 이 곳 역시 JOH에서 기획/운영하는 곳임을 알았다. 역시 ㅠㅠ 에디터들이 큐레이팅 해주는 서점이라니.. 츠타야보다 훨씬 더 큐레이팅이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츠타야에서는 언어의 한계로 이 부분은 내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그 뒤로 스틸북스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찾아오거나, 한남동을 오면 꼭 들르는 장소가 되었다. 내가 뭔가 대단히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나의 아지트를 소개하고 싶은 느낌으로 친구를 데리고 꼭 한 번 와보고 싶었고, 자전거 수리하는 날 기회를 활용해 함께 방문했다. 이번 봄의 테마는 <plant : 나를 부르는 숲>이었다.

식물을 테마로 책, 반려식물, 가드닝 용품, 참여 가능 한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예전 bear의 <plant> 편에도 소개된 적 있었던 슬로우파마씨와 함께 준비한 전시 섹션도 있었다.

도착하여 간략한 소개를 마치고 각자 볼 것을 보러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한참 빠져들어 뭔가를 보고 있다가 정신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면 항상 여기 있더라. 직업/진로 코너



친구는 검은색 표지의 책을 읽고 있었다. 제목도 <검은색 무색의 섬광들 - 알랭 바디우> 보자마자 사야겠다 싶었는데, 읽어보니 영 안 읽힌다고 하더라. 원서로 사라고 했는데, 작가가 프랑스 사람이었다 :)

조용히 책을 내려놓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너무 많이 돌아다녔다. 우리 집에 가서 초록이들 물 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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