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하 한남 - 친구 시점
“주말에 뭐 하셨어요?”
“아… 네 저는 와이프와 함께 모호하라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모호하요?”
“네, 모.호.하.”
“모노하 아니고요?”
“아… 모노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다분히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대상에게 받은 개인적인 감정을 이름이라는 텍스트와 연결고리를 만든 뒤 함께 묶어 저장하는 수고스러운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나, 나는 습관적으로 그 과정을 생략해 버리곤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관심 부족’이라는 처방을 받는데, 이름 말고 다른 정보를 저장하기에도 뇌 용량의 부족을 느끼는 나로서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
모호하, 아니 모노하. 결론적으로 오류가 있었지만, 사실 “모.호.하.” 라고 했을 때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앞서 말한 수고스러운 프로세스를 거쳐서 나의 머리에 이름을 저장해 놓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얀 화선지에 진한 먹물을 곳곳에 떨어트려 놓았지만 여전히 새하얀 느낌을 가진 곳이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낡은 건물들 사이에서 홀로 차분한 존재감을 가진 곳이었다. 어쩌면 내가 받았던 그 설명하기 어려운 “모호한” 느낌이, 정확한 이름 출력 실패의 단초가 아니었을까 분석해본다…
건물을 빙 둘러여만 입장 가능하도록 입구가 위치해 있어, 동선 이게 최선인가 하고 보리작가에게 추궁했다. (생각해보니 그녀도 알 리가 없는 걸 왜 그녀에게 굳이 물었을까 싶다.) 아마도 이렇게 소박하게 정리된 정원을 거쳐서 들어가는 시간 동안, 번잡한 주변 공간과는 다른 곳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려 했던 건 아닐까? 마치 스스로 주변과의 단절을 선언한 공간처럼 말이다.
조용한 공기와 공간을 가득 채운 여백이 인상 깊었던 곳이었다. 훗날 우리의 공간을 갖게 된다면 이 컨셉에다가 딥다크함을 섞어 보리라 하는 생각과 함께 다음 목적지로 향하였다.
PS 부자피자는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