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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Jun 22. 2024

체크리스트 STEP 2. 게으르게 뭉뚱그린 표현 바꾸기

교정 교열과 윤문 하며 배우는 글쓰기


‘다들 이렇게 하니까 괜찮겠지’하며 익숙하게 보아온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몰라서 잘못쓰는 경우가 더 많을까,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관성적이고 습관적으로 활용하는 표현이 더 많을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날카로운 표현을 쓰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표현들이 게으른 표현인지, 어떻게 뾰족하게 벼를 수 있는지 알아보자.



글을 쓰다 보면 거의 모든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특효약' 같은 어휘가 있다. 적절한 어휘가 떠오르지 않을 때 그 어휘를 사용하면 대략 의미가 통하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그런 고마운 존재에 의존할수록 글의 수준은 떨어진다. 선명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법률가의 글쓰기』 66면



-에 대한, -에 대해

출처: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출판사, 2016, 65면


대하다(對하다)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에 대한’는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는 뜻을 활용한 것으로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많은 뜻을 포함한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뜻도 제대로 전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미래에 대한 불안’은 미래가 불확실해서 불안한 건지, 미래에 맞서기가 불안하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 명확한 표현을 고민하는 대신 ‘-에 대한’이라는 손쉬운 표현을 사용한다.


예시)

사랑에 대한 배신 > 사랑을 저버리는 일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행위 등

노력에 대한 대가 > 노력에 합당한 대가 (또는) 노력에 걸맞은 대가 등

종말에 대한 동경이 구원에 대한 희망을 능가했다 > 종말을 향한 동경이 구원을 바라는 희망을 능가했다


'-에 대한, -에 대해'는 없애거나, 없앨 수 없다면 맞선, 향한, 다룬, 위한, 합당한, 걸맞은, 바라는 등 분명하게 뜻을 가려 써야 한다.  




부분

출처: 유시민,『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생각의길, 2015, 207면


예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덜 끝난 부분이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 그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에 의한, -로 인한

출처: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유유출판사, 2016, 87면


예시)

시스템 고장에 의한 동작 오류로 인해 발생한 사고 > 시스템 고장에 따른 동작 오류 때문에 발생한 사고


'의하다'는 '따르다'로
'인하다'는 때문이다, 비롯되다, 빚어지다 등으로 바꿔 쓰면 뜻이 더 명확하다.


-의 (일본말 조사 の)

출처: 유시민,『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생각의길, 2015, 189면


일본말 조사 'の(노)'는 우리말법으로 하면 일곱 가지 '격조사'로 쓰이면서 스물한 가지 다른 뜻을 나타낸다. の는 단순한 관형격조사가 아니며 우리말 토씨 '의'와 다르다. 우리말이라면 전혀 다른 토씨가 들어가거나 토씨가 아예 없어야 하는 자리에도 일본말은 の가 들어간다.


예시)

きのぅ私は私の家のぅらの私の家の細の私の家の桃をとつてたべまた.

어제 나는 나 집 뒤 나 집 밭 나 집 복숭아를 따먹었습니다.

> 나는 어제 우리 집 뒤있는 우리 밭 복숭아를 따 먹었습니다.


결국 관형격조사 の 여덟 개 가운데 하나만 남았다. 그것도 '의'가 아니라 '에'로 살아남았다. 우리말이라면 주격조사 '은·는·이·가'를 써야 하는 곳에 일본말은 の를 쓰기도 한다.

'-의'를 삭제할 수 없다면, 맥락에 맞도록 더 정확한 뜻을 전할 수 있는 주격조사(은·는·이·가·에·도 등)를 사용할 수 없는지 확인하자.



지시어


지시어를 사용하면 동일한 표현을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읽는 순간, 지시어를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면 좋은 글이 아니다. 본래 용어로 표현이 가능하면 굳이 지시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좋은 글은 읽자마자 곧바로 이해될 수 있는 글이다.
출처: 유시민,『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생각의길, 2015


한국어 문장에는 같은 명사가 바로 다음 문장에 나오더라도 대명사로 받지 않고 원래 단어 그대로 살리는 경우가 잦다. 그래야 뜻도 더 잘 드러난다. 외국어 문장의 '그, 그것, 이것' 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대명사로 옮기면 그 대명사가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출처: 이강룡,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유유출판사, 2014, 191면




법률문장에서의 게으른 표현

출처: 김범진,『법률가의 글쓰기』박영사, 2021, 70면


- 바


예시)

구성한다는 것인, 이는 타당하지 않다 > 구성한다는 것이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 입장인, 원고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 ~ 입장이다. 따라서 원고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한 것인 ~ >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하다. ~


'-바'의 놀라운 점은 역접, 순접, 인과관계, 전제사실 등 모든 연결어미로 다 사용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모호한 표현이라는 얘기다. 정확한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
『법률가의 글쓰기』70면


이유 없다, 타당하지 않다


예시)

공소제기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 공소제기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습니다.

감정신청은 이유 없습니다 > 감정신청은 필요성이 인정될 수 없습니다 

감점신청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 감정신청은 심리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상대방 주장을 반박하는 표현으로 흔히 사용하는 '이유 없다' '타당하지 않다'는 표현도 적절한 표현을 대체해 버리는 특효약 중 히나다. '타당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일의 이치로 보아 옳다"이다. 문장의 맥락에 맞게 고치는 것이 좋다.
『법률가의 글쓰기』71면



통칭하는 표현은 편리하다. 여러 정황에 맞추어 세심하게 표현하는 건 귀찮다. 그냥 살던 대로 익숙하게 살 것인가, 조금 낯선 과정을 이겨 내고 더 낫게 의사소통하는 단계로 올라설 것인가. 한 단계 올라서면 더 섬세하고 근사한 세계가 펼쳐지는데도 많은 이들이 귀찮아서 포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개념 차이를 알고 섬세하게 표현하려면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강룡,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유유출판사, 2014, 96-9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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