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교열과 윤문 하며 배우는 글쓰기
셀프 교정교열을 시작할 당시, ‘이것까지는 다 못 보겠다’하며 다음단계로 미뤄두었던 것들을 STEP 3에 모았다. 접사와 조사와 어미의 올바른 표현법이나, 외국어 투에서 비롯된 피동이나 사역동사의 올바른 사용법 등이 주된 내용이다. STEP 1~2가 익숙해져서 눈에 자동으로 보이고, 글을 쓸 때도 미리미리 적용이 된다면, 다음 단계로 도전해 보자.
한국어는 교착어의 특징을 갖추었다. 교착이란 서로 들러붙는다는 뜻인데 교착어인 한국어는 어근에 접사가 앞뒤로 붙거나 여러 조사가 다양하게 붙거나 동사나 형용사의 어미가 상황에 맞게 천차만별로 변하여 어간에 들러붙는다. 그러니 뭔가 들러붙기 전의 원래 모습인 기본형이 어떠한지 아는 것과 들러붙는 말인 접사와 조사와 어미를 잘 구별하는 능력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데 긴요할 것이다.
출처: 이강룡,『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유유출판사, 2014, 189면
출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출판사, 2016, 104면
예시)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 > 친구에게 받은 선물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사람 > 세상과 단절된 사람
구멍으로부터 교도소 밖으로 빠져나가 도망쳤다 > 구멍을 통해 교도소 밖으로 빠져나갔다.
왜 내게 적대적으로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었는지 > 왜 내게 적대적이 되었는지 게다가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의심을 받게 되었는지
개성은 타인으로부터 나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 개성은 타인과 나를 구분해 주는
‘-로부터’는 대게 ‘-에게’ ‘-와’ ‘-에서’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출처: 유시민,『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생각의길, 2015, 191면
'의'를 겹쳐 쓴 토씨도 모두 우리말법에 어긋난다. '-의'를 삭제할 수 없다면, 맥락에 맞도록 더 정확한 뜻을 전할 수 있는 주격조사(은·는·이·가·에·도 등)를 사용할 수 없는지 확인하자.
출처: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출판사, 2016, 99면
예시)
적국에게 선전 포고를 하다 > 적국에 선전 포고를 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게 바뀐 정책을 설명했다 > 우리 정부는 미국에 바뀐 정책을 설명했다
두 조사의 차이는 '-에'는 무생물에, '-에게'는 생물에 붙인다는 것이다.
예시)
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은 공무원 >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공무원
그에게서 떠날 수밖에 없다 > 그를 떠날 수밖에 없다
'-에게서'는 '-에게'와 '-에서'가 합쳐진 조사인데 쓰임에 따라 표현이 어색해질 수 있으니 가려 써야 한다.
출처: 이강룡,『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유유출판사, 2014, 187면
예시)
다양한 자료를 통해 답을 명료하게 > 다양한 자료로 답을 명료하게
홈페이지를 통해 명단을 공개했다 >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했다
인간은 고난과 역경을 통하여 성장한다 > 인간은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성장한다
합의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 합의금을 주고 문제를 해결한다
'-을 통해'라는 표현은 한국어 문장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으므로 되도록 '-에'나 '-(으)로'로 바꿔 쓰는 게 좋다.
출처: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출판사, 2016, 181면
예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눈여겨보았다 >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눈여겨보았다
과연 무엇을 보여 주고자 했는가를 생각했다 > 과연 무엇을 보여 주고자 했는지 생각했다
연결 어미 '-는지'를 써야 할 때, 종결 어미 '-는가'를 잘못 하용하는 경우가 많다.
-는가: 현재의 사실에 대한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는지: '있다, 없다, 계시다'의 어간,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이다.
출처: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출판사, 2016, 186면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O)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O)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 > 사람들이 놀랐다
갑자기 슬퍼지기 시작했다 > 갑자기 슬퍼졌다
재료가 동나기 시작했다 > 재료가 동났다
선발대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 선발대가 출발했다
놀람, 슬픔, 어색함, 민망함처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시작과 끝을 명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작하다'를 붙이면 어색하다. 심리적인 변화는 '시작하다'와 어울리지 않는다.
출처: 이강룡,『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유유출판사, 2014, 188-189면
예시)
장르와 대중문화의 관계에 있어서 > 장르와 대중문화의 관계에서
일본어 투 표현인 '-에 있어서'는 한국어 문장에 어울리지 않는다.
출처: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출판사, 2016, 117면
예시)
그러다가 크게 데일 날이 있을 거야 > 그러다가 크게 델 날이 있을 거야
고기 냄새가 다 배였다 > 고기 냄새가 다 뱄다
마음이 설레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 > 마음이 설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활짝 개여서 하늘이 파래졌다 > 활짝 개어 하늘이 파래졌다
휴가가 기다려진다 > 휴가를 기다린다 (또는) 휴가만 기다리고 있다
막막했는데 그런대로 살아지더라고요 > 막막했는데 그런대로 살게 되더라고요
당할 수 없는 동사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당할 수도 시킬 수도 없는 동사를 당하거나 시키는 형태로 쓸 때가 적지않다. 게다가 당하는 말을 한 번 더 당하게 만들어 쓰는 경우도 많다. 이상하고 어색해 보여야 마땅한데 습관처럼 쓰다 보니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게 외려 더 문제다.
예시)
둘로 나뉘어진 조국 > 둘로 나뉜(나누어진) 조국
잠겨진 차문 > 잠긴 차문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마음이 찢겨져 고통당하는 피해자 > 마음이 찢겨 고통당하는 피해자
벌려진 틈으로 > 벌어진 틈으로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 이름이 불릴 때마다
기자 회견을 열 것으로 보여집니다 > 기자 회견을 열 것으로 보입니다
12월이 되면 시민들의 관심이 불우 이웃에게 모아진다 > 12월이 되면 시민들의 관심이 불우 이웃에게 모인다
한국어 동사의 당하는 말은 기본형 어간에 접사 '-이-, -히-, -리-, -기-'를 붙여 만들기도 하고, 보조동사 '지다'를 '-지다' 구성으로 붙여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일부 명사 뒤에 '-당하다, -되다, -받다' 등을 붙여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이-, -히-, -리-, -기-'를 붙여 당하는 말로 만든 동사에 다시 '-지다'를 붙여 두 번 당하게 만드는 경우다.
출처: 이강룡,『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유유출판사, 2014, 144-145면
예시)
생각되어지다 > 생각되다
잊혀지다 > 잊히다
쓰어지다 > 쓰이다
사용되어지다 > 사용되다
피동형과 능동형의 뜻과 어감이 비슷하면 능동형을 쓰는 게 좋으며, 피동형을 겹쳐서 이른바 '이중 피동'으로 번역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출처: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출판사, 2016, 131면
예시)
교육시키지 > 가르치지
야기시킨 > 야기한
개선시키기 > 개선하기
연결시켜 > 연결해
주입시키는 > 주입하는
부각시키려고 > 부각하려고
석방시키라는 > 석방하라는
세뇌시키는 > 세뇌하는
소개시켜는 > 소개하는
관철시키다 > 관철하다
설득시켜야 > 설득해야
지연시킨 > 지연한
결부시킬 > 결부할
은닉시킨 > 은닉한
입증시킬 > 입증할
고정시키고 > 고정하고
해방시키고 > 해방하고
가중시킨다 > 가중한다
증폭시키는 > 증폭하는
증식시킬 > 증식할
소진시키고 > 소진하고
격퇴시키기 > 격퇴하기
연장시키고 > 연장하고
함락시키고 > 함락하고
'-시키다'가 붙은 표현을 유심히 살펴보면 모두 한자어 명사에 '-시키다'를 붙여 동사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원래의 단어 뜻을 생각해 보면 굳이 '-시키다'를 붙일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만다.
출처: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출판사, 2016, 143면
소개시켜 주다 > 소개해 주다
발전시켜 주다 > 발전시키다
연결시켜 주다 > 연결해 주다
부각시켜 주다 > 부각해 주다
만족시켜 주다 > 만족시키다
주목시켜 주다 > 주목시키다
감동시켜 주다 > 감동시키다
'시켜 주다'는 '내가 짜장면 시켜 줄게'라고 말하거나 '너를 주인공 시켜 준다고 하던?'이라고 말할 때 말고는 쓸 일이 없다. 말하자면 '시키다'가 본동사로 쓰일 때 말고는 '-시키다'에 '주다'를 붙일 일은 없다는 얘기다.
출처: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출판사, 2016, 159면
못할 수 있다 > 못할지도 모른다
모를 수 있나? > 모른다고 말할 수 있나?
안 될 수 있다 > 안 될지도 모른다
위험할 수 있다 > 위험해지키 쉽다
'될 수 있다'와 '할 수 있다' 모두 가능성과 능력을 나타낼 때 쓰는데,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까지 남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색한 표현을 만들기도 한다.
출처: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출판사, 2016, 179면
배웠던 > 배운
지냈던 > 지낸
보냈던 > 보낸
들었던 > 들은
겪었던 > 겪은
만났던 > 만난
보아 왔던 > 본
시작되었던 > 시작된
방문했던 > 방문한
동사의 과거형에 어미 '-던'을 붙여 관형형으로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말 시제는 과거, 현재, 미래뿐이어서 한 문장에 과거형을 여러 번 쓰면 가독성도 떨어지고 문장도 난삽해 보인다. 관형형은 과거형보다 현재형으로 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출처: 유시민,『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생각의길, 2015, 193면
예시)
어제 어머니를 만났었다 > 어제 어머니를 만났다
고향을 방문했었다 > 고향을 방문했다
우리말은 완료시제가 없다. 그런 것이 없어도 의사소통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현재완료니, 과거완료니 하는 서양말 문법은 서양말을 할 때만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