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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기획자 출신 마케터의 성수라이프 - 사적인 카페

vol.1 코사이어티 - city escape

by 보리 Bori

이직하면서 기대치 않은 만족 포인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회사가 성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남들은 시간을 내어 멀리 찾아오는 맛집을 점심시간을 활용해 매일 골라가며 먹을 수 있고, 성수동이 요즈음의 힙플레이스로 주목받으면서 많은 브랜드의 쇼룸이나 샵이 오픈하고 있어, 쉽게 들러보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좋다.


성수동은 내가 공간기획을 시작한 2015년, 첫 번째로 담당한 프로젝트인 커먼그라운드 덕분에 자주 들르고 샅샅이 뒤지고 다녔던 곳이자, 이제는 주 5일 머무르게 된 곳이다. 7개월 차에 접어든 성수라이프가 스며든 사적인 공간들을 사진과 글로 남겨보려 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카페

내가 성수동에서 카페를 찾을 때는 주로 퇴근하고 글을 쓰거나, 점심시간 밥보다 휴식과 충전이 필요할 때이다.

마케터로서의 의무감에 도장 깨러 다니는 곳들 말고 편하게 찾아가고 싶은 곳들은 결국 몇 안되더라.



코사이어티

울릉도를 다니느라 정신없었던 19년의 여름, 인스타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사진

지붕이 오픈된 넓은 공간에 나무 한그루 딱 가져다 놓은 여기 어디지?

서로에게 영감이 되며 좋은 영향을 주는 받는 곳이라 소개된 코사이어티라는 이름의 크리에이터 라운지였다.

이후 #cociety_ 사진을 볼 때마다 시간 내서 가야지 다짐했었는데, 결국 가보지 못하고, 일반인에게 오픈되지 않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되어버려 아쉬워했었다.


그렇게 2020년 나는 서울숲역에서 매일 오렌지색 코사이어티 사이니지를 보며 출근하게 되었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던 6월 어느 날부터 이곳을 아지트 삼게 되었다.



골목을 따라 들어오면서 차 소리와 멀어질 때쯤 만나는 규모감 있는 건물 두 개가 두 팔 벌려 환영하듯 열려있다. 내가 좋아하는 세상과 단절된 느낌.

세모 지붕의 창고형 건물인 B동과 단정하고 반듯한 하얀 타일의 A동 두 개의 건물이 서로 다른 길이와 높낮이로 편안하게 맞아준다.



A동은 코워킹 스페이스로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멤버만 출입 가능하고, B동은 커피바가 운영되고 있는 높은 층고의 메인 건물



B동으로 입장하면 정면으로 보이는 창밖의 초록 풍경과 부담 없이 시선의 오른쪽에 살짝 비켜 자리한 커피 바




B동 라운지 : 왼쪽은 1층에서의 시선, 오른쪽은 다락에서의 시선




세 개의 건물이 감싸고 있는 가든



D동 파빌리온으로 안과 밖



코사이어티의 공간 중 가장 좋아하는 곳 파빌리온의 6월과 7월 모습이다.

욕심을 버리고 비워낸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생각도 비워내도록 만든다. 회색빛 콘크리트 너머의 일상과 나를 잠시 물러서서 바라보게 되는 시간




여행을 다녀올 만큼의 휴가를 내기 어려웠던 7-8월.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일상을 벗어난 것 같고,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의 평화를 주었던 [City Escape 여름 안에서]

음악도, 사진도, 영상도 모든 것이 딱 제목 그대로였다.



한참을 넋 놓고 빠져서 바라본 영상을 만든 GABWORKS라는 크리에이터도 알게 되었고, QR코드를 통해 플레이리스트를 집으로 옮겨와 집에서 여름휴가 분위기를 만끽했다.





시원스러운 높은 층고가 좋다며 찾아와서는 이상하게도 이 좁고 낮은 다락에서 자주 자리한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창 밖으로 바람에 춤추는 초록이들을 보면서 글이 잘 써졌던 첫날의 기억 때문인듯한데, 어느 날은 글 쓰러 왔다가 트루먼쇼를 끝까지 보게 된 날도 있었다.

곳곳에 큐레이팅 된 콘텐츠들이 다 예술이라 느껴지는 걸 보면 확실히 이 곳은 내 취향의 공간임에 틀림없다.




공간기획과 운영을 모두 경험 본 입장에서, 제대로 된 공간은 1~2년이 지난 후에도 처음의 목적과 의도가 잘 유지되고 있느냐 따라 그제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 화분, 꽃이 끊이지 않는 구석 한켠, 깨끗한 화장실에서 느껴지는 잘 관리된 세심함과 변함없음이 진정한 공간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디테일이라 생각한다.




회색 도화지의 포인트 컬러들





올여름 이 곳에서 라는 제목으로 감상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오랫동안 희망사항으로만 간직해오던 사진집을 만들겠다 다짐했다. 덕분에 또 한 곳의 아지트 낫 저스트 북스에서 인디진 만들기 워크숍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간은 컨셉이 명확한 곳도, 첫눈에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곳도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곳이다. 코사이어티의 'city escape'가 보리작가의 '새삼스럽게, 성수의 발견' 인디진을 낳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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