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바타테에서 만난 긍정의 영향력
안 하고 후회하기보다 저질러 보자 마음먹은 4월의 어느 날
데어바타테에서 ‘당신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5월 전시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며칠 전 성수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해 방문했을 때 ‘당신은 어떤 브랜드인가요’라는 주제로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일상의 물건으로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숭님과 권진주님 등의 전시공간을 사진 찍어두었었는데 5월 그 공간에 전시할 참여자를 모집한다니…
TV를 BGM 삼아 나무늘보처럼 늘어져 인스타를 들여다보던 일요일 저녁, 당장 마감이 내일 전시 신청을 위해 스토리까지 제출해야 하는 것이 조금 귀찮았지만, 뭐든 도전하고 저지르자는 작심의 삼일이 되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블랙 마니아로서 내가 좋아하는 일상 속 브랜드를 둘러보았다. 전시가 가능해야 하고, 브랜드로서도 물건으로서도 의미를 담기 좋아야 하고,, 잠시 집안을 둘러보다가 몇 가지를 모아 사진을 찍고 나의 스토리를 보냈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5월 전시 참여자로 선정되었다.
막상 오픈은 했지만, 내가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인맥이 넓은 것도 아니고, 초대할 사람도 들러서 봐 줄 사람도 많진 않았지만, 그저 나도 뭔가 했다는 것 자체가 그저 의미 있었던 전시로 남겠구나 싶었다.
4월~5월 전시의 참여자들의 모임 ‘브랜드세터테이’가 예정된 5월 말 어느 토요일 오후, 또 한 번의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모임에 참석했다.
예상한 대로 어색한 분위기, 한 명 한 명 떨어져 앉은 테이블에 비집고 자리했다. 두 시간 동안 짝꿍이 되실 분께 양쪽의 두 분께 용기 있게 말도 걸어보고 함께 맥주도 홀짝거리며 수다도 떨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에 대해 관심이 많고 비슷한 취향이다 보니 공감되고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인스타그램을 트려 하니 소름 돋게도 서로를 팔로우하고 있었고, 지금 기억을 떠올려보려니 막상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서로 동창/회사 일로 얽힌 관계사에 일하는 등 ‘이것은 필연이다’라고 의미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세 명 모두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었고, 이중 두 명은 동시에 컨셉진 에디터 스쿨도 수강 중이었다. 트레바리며 취향관이며 각종 커뮤니티의 느슨한 연대를 몇 번 경험해 보았지만, 이렇게 부지불식간 폭발적으로 경계가 무너진 적은 없었다.
덕분에 예상보다 불타는 토요일 저녁이 되었고, 분위기의 힘이었을지 맥주의 힘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세 명의 카톡방을 만들었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서로 추천해 주고픈 책을 교환하러 여름에 만나 선릉역에서 뼈찜을 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뼈짐이라니ㅎㅎㅎ) 다시 서로 책을 돌려받기 위해 다시 만나 서울숲에서 모기에 헌혈하며 여름밤을 보냈다. 순간순간 이렇게 이어진 연을 신기해하면서..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의 치부도 드러내고,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을 추천받고, 지금 글로 쓰자니 참 낯간지러운 사연들이지만, 든든한 내편을 얻은 듯한 그런 기분이다.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과정이 습관이 된 한분은 본인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회사에서 에디터로 일하며 매일을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고 있고, 한 분은 직장인의 신분으로 독립출판물을 세상에 내놓으셨다. 세상에!
너무 따뜻하고,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 본다.
왜 이글의 제목이 '당신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인지 알 수 없는 글이 되어 버렸지만, 이 인연의 시작인 곳이니... 겨우 그런 연결고리로 언젠가 한번 글로 남기고 싶었다. 소중한 인연에의 감사와 찬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