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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Nov 01. 2020

밑미 리추얼 : 40분의 밤 <인문학독서 X 감정일기>

밑미 온라인 리추얼 한 달 


밑미 온라인 리추얼이 뭐예요?


지금의 나를 마주하고, 진짜 나를 만나는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는 전 에어비앤비 마케터 손하빈 님을 통해 알게 된 브랜드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MoTV에 손하빈님과 롤리님이 각각 출현한 적이 있었는데, 두 분 모두 번아웃으로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물론 불태움의 정도 차이는 있으리라 예상되지만 많은 부분이 공감되어 기억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본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었다니 진정성이 느껴졌다. 뭔가 다를 것 같았다.


밑미 브랜드 소개 (출처 : 밑미 홈페이지)



전문가와 심리 카운슬러가 함께 하는 오프라인 프로그램부터 오픈했으나 이는 부담스러웠다. 나의 심리 상태가 그 정도로 불안하지도 않았고… 

그저 어떤 서비스들이 나오는지 브랜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다 보니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이 나왔다. '슬기로운 독서클럽'을 통해 온라인 리추얼에 대한 가능성은 이미 경험한 바 있었다. 글쓰기 리추얼을 만들고 싶었던 찰나에 딱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 (출처 : 밑미 홈페이지)



집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참여하고 하루 약 30분~1시간 이내의 리추얼을 만들 수 있다. 여러 개의 리추얼 프로그램을 동시에 다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모닝커피X집에 관한 글쓰기>, <집 가꾸기X집에 대한 기록>,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모닝 글쓰기X달리기> 등등 



<인문학 독서 X 감정일기>를 선택한 이유


원하던 이직과 커리어 전환에 성공했지만, 나의 퍼포먼스는 좀처럼 처음의 내 기대치에 못미쳤다.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오히려 나의 무능함을 더 발견해 갈 뿐이었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감정이 널을 뛰었다. 그래서 감정일기라는 단어에 끌렸나 보다. 

평소에 인문학 책을 자주 추천했던 엄마도 이 선택에 한몫했다. 


온라인 미팅으로 시작


나에게 책은 내가 일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그래서 인문학 책, 특히 소설이라는 장르는 그저 킬링타임용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한 달 동안 함께 리추얼을 만들어갈 멤버들과 인사하는 날, “저는 스스로를 생산성의 도구로만 여겼던 것 같아요.” 하빈님의 말에 순간 머리를 한방 맞은 듯이 별이 돌아가며 깜빡거렸다. 

'맞아. 나를 둘러보는 일에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어. '


독서나 글쓰기 모임을 종종 경험해보았지만, 첫날 서로 얼굴을 보며 간단히 인사하는 시간은 처음이었다. 온라인으로나마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한 달간 서로 인증을 위해 남긴 글을 보면서 나와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매번 공유하는 글이 너무 좋아 궁금한 분들이 있었는데, 마지막 이들과 인사할 시간도 매우 기다려진다. 


인문학 책 읽기 


인문학 책이 뭘까? 하빈님은 감정이 말랑해질 수 있는 책을 추천했다. 그래서 특히 소설!

앞서 말한 대로 나에게 소설은 활자를 사랑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보는 생산성 낮은 장르였다. 그래서 내가 읽어본 소설책이라고는 20대에 읽은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 달콤한 나의 도시, 알랭 드 보통의 소설 몇 개 정도? 그렇다;; 제목을 다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읽어본 소설책이 없었다. 

구독 중인 리디북스에서 소설 카테고리에서 한참 헤매었다. 접해보지 않으니 뭐가 좋을지 고르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마음에 드는 소제목을 발견했다. 


"나 직장 때려치우고 귀촌할래요."   "뭐? 이런 시골에 앞날 따윈 없어!"


“우리 고성 가서 카페하고 살까?” 올해 하루 걸러 하루 꼴로 회사일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친구에게 하던 대사였다. 이전 같으면 이런 나의 고민에 정답을 줄 수 있는 책을 찾았겠지만, 소설이니 뭐 별 기대 없이 그래도 적나라한 시골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첫 책을 골랐다. 


광고기획사에 취직했지만 좀처럼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쇠약해져 가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고향에 돌아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50대 가장이 주인공이다.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본인이 그랬듯 아버지의 이발소를 물려받겠다는데 자꾸 본인이 현실을 도피해 이곳으로 돌아왔던 그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못마땅하다. 





몇 개의 문장들은 날카로운 유리조각처럼 마음에 꽂혔다. 무척이나 공감되고, 공감이 되어 슬펐다. 


성공적인 첫 경험으로 소설에 빠져 리추얼 시간 외에도 출퇴근 길과 주말에 몇 권의 소설을 더 읽었다. 김초엽 작가의 SF소설도 손원평 작가의 신작도 내가 예상한 그동안 그려왔던 소설이라고 한정해 오던 범주 밖에 있었다. 상상력에 놀라고, 표현력에 놀라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을 간접 경험하고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 국제결혼을 하는 시골의 노총각을 토닥여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였으니… 나와 다른 다양한 인간에의 이해심과 배려심이 커질 것 같다. 바다 같은 가슴을 가진 사람이 될 것 같다. 이기적인 나에게 정말 필요한 장르이다. 


그리고 ‘소설’ 이 친구가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 답을 주지 않는다. 이야깃거리를 통해 생각거리를 던져 줄 뿐 나의 상황과 생각에 따라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아니었다. 여백 있는 스토리였다. 소설의 맛을 알게 된 건,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 만큼이나 내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될 것 같다.



감정 일기 


오늘의 감정을 곱씹어 보고, 가장 많이 남아있는 나의 감정과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기록한다. 온라인 미팅 때 하빈님이 공유해 주신 말 중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두 가지 키워드가 '국그릇'과 '감정의 바퀴'였다. 


“감정은 국그릇 같아서 비우지 않고 자면, 물 때가 끼듯이 마음속 깊이 쌓여서 트라우마나 상처가 된다. 자기 전에, 감정일기를 적는 것만으로 그릇을 비워낼 수 있다.” 


처음에는 초등학생의 일기처럼 '좋았다. 기뻤다. 화가 났다. 짜증이 났다' 정도로 밖에 표현이 안되기에, 가이드 차원에서 감정의 바퀴를 참고한다. 우리는 이 '감정의 바퀴'를 자주 '감정의 수레바퀴'라 불렀다 :)


감정의 바퀴


온라인 미팅 때 하빈님이 감정일기를 쓰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만, 일단 감정을 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그런지 놓치는 부분들이 있더라. 그때마다 적절한 시기에 한 단계씩 심화과정을 소개해 주신다. (나의 일기장은 가리고 인증하는데 신기할 따름)

하나. 일기는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마무리하기. 부정적인 감정들의 늪에 빠지는 기간이 생기기 마련인데, 조금 인위적일 지라도 긍정적인 마무리를 해보면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데 도움이 된다. 

둘. 표면적으로 기억에 남은 감정은 '기뻤다거나, 화가 났다' 라면, 그 감정을 들게 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고 가지치기처럼 그 욕구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것.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매일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생각해보고 글로 남겨본다. 



함께 하는 사람들 


함께 리추얼을 만들어 나가는 분들이 읽는 책과 인상 깊었던 문구를 통해서도 위로와 영감을 받는다. 생각보다 관심분야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도 많아서 다른 분들이 읽고 공유한 책이 나의 위시리스트에 20여권 이상 쌓였다. 


이번 리추얼을 통해 기록한 문구과 읽고 싶은 책 리스트


한 달간의 나의 감정 일기


마지막 날 차분히 한 달간의 내 감정일기를 읽어보았다. 쓸 때는 잘 몰랐는데,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 유치하지만 근본적인 포인트들이 보였다. 일기장을 관통하는 나의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기로 했다. 팀장님과의 1:1 면담 때 용기를 냈다. 치기스럽지만 덮어둘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았으니 해결해야 했다. 

두 시간여의 대화 속에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사소한 것에서 오해가 비롯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물론 이렇게 오해가 풀렸다고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거다. 엉킨 실타래의 끝부분을 하나 찾았을 뿐!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잠시 발가벗겨진 느낌을 감수한 자만이 찾을 수 있는 실마리일 것이다. 



한 달의 온라인 리추얼 그 이후 


리추얼을 통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퇴근 후 TV부터 켜던 습관이 책을 읽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 혼자 있을 때 소름 끼치게 못 견디겠던 적막이 더 이상 싫지 않다는 것. 그리고 매일 꾸준히 무엇인가를 해나가는 스스로가 대견하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나의 관점을 넓히고 내 중심을 잡아갈 수 있겠지 라고 막연하게 희망하며 꾸준히 리추얼에 참여하려 한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는 리추얼 메이커에 도전해 보는 것. 


(출처 : 밑미 홈페이지)




경험상 책이던 누군가의 조건이던 프로그램이던 그저 남이 좋다고 해보는 건 별 도움이 안 되는 듯하다. 내가 간절하게 필요하다고 느낄 때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나에게 이런 시간과 습관이 필요한 것 같은데?!' 라는 느낌표를 떠올린 분들이라면, 밑미의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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