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호텔의 브랜드 전략 수립
사이드 프로젝트를 고민하다가 “나의 삶은 커리어 그 자체”라는 결론에 도달했음이 참 아이러니하다.
어찌 되었건 나의 정체성을 일을 통해 구체화시키기 위한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앞서 정리했던 나의 wish를 바탕으로 일의 성격이나 일하는 방법 등으로 카테고리화 하고 커리어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고민했다.
*보리's 메모
기록의 좋은 점은 머릿속에 떠다니던 것들을 한눈에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퇴사를 하기엔 하고 싶은 것이 구체적이지 않고, 이직을 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최선의 선택은 힘들더라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하고 싶은 일을 더해보기는 것이라 결론 내렸다.
당시 나는 기획부터 운영관리, 마케팅 등 상당히 넓은 분야의 일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던 포지션에 있어서 오히려 제너럴리스트로서 이런 기회를 찾기에 유리했다. 하고 싶은 일은 큰 카테고리에서 ‘마케팅’이었고, 내가 해야 할 일들과의 교집합을 찾았다. 그것은 브랜드 마케팅!
지금부터 실제로 내가 기획하고 운영관리를 하고 있던 독립호텔의 업무를 통해 단계별로 진행했던 내용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가 담당했던 울릉도의 리조트는 2~3명밖에 안 되는 적은 인원이 기획부터 론칭, 운영 안정화까지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프로젝트다. 브랜드 론칭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초기에 기획했던 전략과 비교하여 점검해 보고,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장단기 목표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호텔업 자체가 수익성이 높은 업종이 아니고, 체인이 아닌 독립호텔이다 보니 마케팅 예산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리고 회사의 운영 전략 방향도 브랜딩보다는 세일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미디어 전략은 온드 채널 위주로 수립하고, 단기 목표는 세일즈를 위한 검색광고나 SNS 채널을 통한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그리고 장기 목표는 브랜딩을 위한 콘텐츠 마케팅으로 수립했다.
이 전략 수립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 1.5시간씩 일찍 출근해 디지털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 그리고 GA 관련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다. 한 번도 직접 해보지 않은 분야였기에 실행전략 수립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함께 리조트를 담당하는 부서 직원들과 기획안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반영하여 더 단단한 전략으로 보완하고, PM으로서 각 개인이 하고 싶은 업무와 본인이 생각하는 커리어 골에 대한 면담도 진행하면서 서로의 R&R을 정립했다.
전략 수립 시 이미 조직 구성원 개인의 전문 분야나 성향을 고려했기에 예상대로 디벨롭해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인원이 적다는 점이 의견 조율 시에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보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왜'를 납득시키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목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목표와 방법에 대한 계획은 좀 더 수월하게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기획서 외에 ‘why’에 집중한 원페이지 보고서를 별도로 준비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목표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사례를 활용한다. 이왕이면 업종이나 규모나 운영형태 등 우리와 유사한 브랜드를 통해서~
글로만 목표를 공유하다 보면 서로 머릿속에 다른 이미지를 상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나와 보고 받는 사람 사이의 인지와 경험의 차이를 줄여 줄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많이 활용한다.
실적 점검과 목표를 수립하는 시점이나, 구성원 간의 R&R을 정립하는 시점을 목표로 계획하고 있던 어느 날, 방송 촬영 장소 협찬 건으로 상무님과 논의하던 중에, 상무님께서 먼저 마케팅에 대한 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하셨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렇지 않아도~" 하며 보고를 시작할 수 있었고, 운이 좋게도 설득에 성공했다.
계획만큼 실행했을까?
일단 시작은 좋았다. 함께 전략을 실행할 팀원들과 매주 화요일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수강했던 강의를 요약해서 설명해주고 함께 우리 사례에 접목하면서 실행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함께 미션과 비전을 점검하고 공유하는 과정과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고 라이브 후 인사이트 분석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가 함께하면서 인터널 브랜딩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기적인 세일즈 중심으로 에너지가 집중되어 가서 계획한 다양한 분야의 시도를 실행해 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족한 점이 많았겠지만 어쨌건 약 2개월 동안 이 준비과정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일을 해야 하는 일로 만들 수 있었다. 물론 할 일이 많아져 매일 12시간씩 일하긴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 이제 마케터가 된 것만 같았다.
잊고 있었는데 이전에도 내가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다 제안했었던 적이 종종 있었더랬다. 이번 기획안을 준비하면서 문득 그때의 경험이 떠올라 탄탄하게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때의 실패 경험이 이번의 성공 확률을 높여준 셈이다. 무조건 시도해 보고 저질러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도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다음 글 EP3. 노마드씨 울릉도에서 겨우살이 어때요 (울릉도 겨우살이 프로젝트)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