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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Dec 10. 2020

밑미 온라인 리추얼 : 네 권의 책과 두 번째 일기장

40분의 밤 <인문학 책 읽기 + 감정일기 쓰기>

이번 주 월요일은  밑미 온라인 리추얼 두 번째 달을 마무리하는 줌미팅이 있었던 날이다. 빨리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참석하려 했는데, 하필 그날 흔치 않은 야근을 하게 되다니... 

서울숲역에서 1시간 반 동안 집으로 이동하는 길에 함께 했던 분들의 이야기로 만족해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혼자 글을 남겨보기로..


지난달 시작한 인문학 책 읽고 감정일기 쓰기 리추얼 

소설의 맛을 알아버렸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어 지난 몇 달 지옥 같았던 회사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던 일기

밑미 리추얼 : 40분의 밤 <인문학 독서 X 감정일기> 


리추얼 메이커까지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리추얼을 이어갔다. 


이번 달 나는 네 권의 책을 읽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라이팅클럽> 

책과 글쓰기를 너무나 싫어해서 학창 시절 가장 싫었던 것이 독후감을 쓰는 것이었는데, 그랬던 내가 올해 180도 바뀌었다. 뒤늦게 재미를 느낀 글쓰기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시작한 책 읽기. 글 쓰는 것을 사랑한 모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는 시간이면 잠을 자지 않고 꿈을 꾸는 듯 설레었다. 


모든 글 한 글자 한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싶어 온통 밑줄을 긋고, 그러다 밑줄 긋는 것을 포기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조금씩 집중하여 읽고 또 읽기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한마디로 어려워서 읽다가 완독을 포기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책 외에는 본 적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으나, 아무리 내가 이 정도로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인가 싶었다. 어쩌면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에 비롯된 게 아닐까 싶기도... 아무튼 침대 옆에 두고 그때그때 끌리는 글을 하나씩 천천히 읽어보기로 했으나... 다른 재밌는 책에 빠져 결국 다 읽지 못한 채 든든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책을 많이 읽고 언젠가 술술 읽히는 그날이 와주기를~


내손으로 행복하다는 단어를 감정일기에 처음 쓰고는 그 행복감에 다시 집어 든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필명처럼 독특하면서 말랑한 글이 가득하다. 식물이나 하늘, 날씨 같은 것들을 섬세하고 감성이 가득한 언어로 독특하게 표현하는 글을 보면서,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자전적 소설을 써보겠다며 브런치북 초안을 시작했다.


김초엽 작가 덕분에 SF 장르를 찾다가 꿈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소재에 끌려 읽게 된 <꿈 백화점> 처음에는 실패다 생각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메시지 -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꿈을 꾸라 - 에 빠져 대리만족을 했으며,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긴 꿈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엉엉 울기도 했다. 


원래 이번에 읽으려던 책 중에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일하는 마음> 등이 있었는데 이번엔 왠지 동화 같은 글에 끌렸다. 어쩌면 이게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책일지도... 다음 달에는 요즘 내 머릿속의 70% 이상의 지분을 가진 글쓰기와 관련한 책을 읽어봐야지. 

 

이번 리추얼 2주 차에 두 번째 일기장을 시작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하면 부정-분노-체념-인정의 심리 변화 4단계를 거치게 된다는데, 첫 번째 노트에 가득했던 분노와 우울과 좌절과 불안의 단어들은 지옥 같았던 나의 시간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극적으로 지난 시즌 마지막 날 일기를 되돌아보며 나는 인정이라는 심리를 행동으로 옮겼다. 팀장님과의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고, 탄탄히 바닥을 다지며 치고 올라올 준비를 했었던 듯하다. 빨리 어두운 밤을 뚫고 지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이 바닥이 아닐까 몇 달 동안 반복해서 생각해 왔던 터라 섣불리 지금이 바닥이라 말할 수가 없었다. 

서서히 분노와 체념 속에 위안과 성취감이 드문드문 등장했다. 그리고 이번 리추얼의 중반쯤에 다다랐을 때, 어른이 되어 쓴 일기장에 처음으로 행복하다는 단어를 썼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일기장이 끝났다. 애증이 가득 담긴 그 일기장에 보라색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두 번째 일기장은 무엇으로 채워질지 모르나 일단 희망을 담아 화사한 핑크빛 스티커를 붙이고 시작했다. 



함께 하는 힘

지난달에 비해 이번에 유난히 좋았던 점은 다른 분들이 읽는 책을 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참여인원이 적어 취향을 파악하고 기억하기 쉬웠다. 

나와 비슷한 취향이라 그분이 읽는 책은 일단 믿고 모두 위시리스트로 저장하게 만든 분도 있었고, 친절하게 줄거리를 남겨주어 마치 내가 책 한 권을 다 읽은 듯 느끼게 만든 분도 있었고, 매일 궁금하고 기다려지게 자신만의 색으로 글을 쓰시는 분도 있었다. 

공유한 시를 읽고 반복해서 읽어보지만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되어 좌절하고, 누군가의 해설을 보며 감탄하고, 힘들고 괴로운 하루를 보낸 이를 위로해주는 댓글이 따뜻하고 그랬다. 

이번 달에 욕심을 부려 두 개의 리추얼을 진행했는데 함께하는 분의 글을 모두 다 읽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글을 쓰는 오늘은 두 번째 리추얼이 끝난 지 4일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4일째 나는 일기를 쓰지 않았다. 물론 계속 야근에 여행도 다녀와서 루틴이 좀 깨지긴 했지만 혼자 하루정도 일기를 쓸 만도 한데, 계속 책만 붙들고 있다. 뭔가를 함께하는 힘이 나에겐 이만큼 큰가 보다.


미니멀한 라이프를 추구하며 책상 위에도 뭔가 잘 올려두지 않고 책도 이북으로 보던 나인데, 점점 책상 위에 책이 쌓여가고 있다. 블랙 마니아라며 노트도 펜도 모두 블랙으로 통일했는데 알록달록 60색 모나미 플러스펜을 사고 싶어 졌다. 

지난주에는 안방에 있던 작은 책장을 거실의 책상 옆으로 가져와 읽던 책과 읽고 싶어 미리 사둔 책들로 채웠다. 가장 위에는 나의 일기장을 두었다. 이번 주 퇴근길에는 오브젝트에 들러 심혈을 기울여 마음에 드는 7색의 플러스펜을 골라 한 손 가득히 쥐고 왔다. 


그동안 내가 바라는 나에 맞춰 살아왔다면 점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가고, 내가 원하는 것에 그저 충실해지는 느낌이다. 좋아 이 느낌

이번 주 시작하는 세 번째 리추얼은 책과 감정에 어울리는 색을 골라서 줄과 글을 남겨 보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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