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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Dec 11. 2021

함께 숨 쉬고 성장하는 공간, 밑미홈

오픈하우스에서 시작된 커뮤니티에 대한 초심


밑미홈을 기획하고 하드웨어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걱정이 많았다면, 밑미의 찐 팬들을 초대해 밑미홈을 제일 먼저 소개하는 오픈하우스 이벤트를 상상하고 실행해 나가는 과정은 설렘과 행복의 시간이었다.

결국 공간을 채우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그들이  모인 공간을 상상만 해도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생각만 해도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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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밑미 론칭과 함께 시작된 오프라인 형식의 카운슬링 프로그램이 안전을 고려해 잠시 중단되면서, 현재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이다. 나 역시도 작년 9월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을 통해 밑미를 접하게 된 메이트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은 20년 8월에 시작되어 1년 하고도 4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매달 평균 약 50%가 넘는 리추얼 메이트가 재참여를 하고 있으며, 한 달에 두 개 이상의 리추얼에 참여하는 메이트도 많은 편이다. 이런  찐팬들은 대부분 무한지지와 사랑을 보내주며, 밑미의 프로그램에 대해 적극적인 피드백을 보내온다.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포함하여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서도 불평불만보다는 개선할 점과 새로운 방법을 제안해 주신다. 너무나 감사할 따름.


밑미를 통해 인생의 변화의 국면을 맞은 나도 그런 찐팬 중에 한 명이었고,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메이트들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밑미홈 오픈 준비를 하며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밑미홈이 지향하는 심리적 안전기지를 이미 온라인에서 경험하고 만들어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보다 이 공간을 잘 이해하고 즐겨줄 수 있으리라. 공간을 오픈하고 나면 '밑미홈이 오픈했어요! 많이 찾아주세요'하며 열심히 홍보하고 이벤트도 해야 하는데 누구보다 밑미를 잘 아는 사람들, 이 공간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소개하고 싶었다. 


팀에 의견을 공유하자마자 너와 나의 마음이 모두 하나 되어 그 자리에서 오픈하우스라는 이름도 정해졌고, 날짜도 대상도 선물도 일사천리로 확정되었다. 


밑미홈 론칭을 준비하면서 하드웨어의 한계에 부딪히고 걱정이 앞설 때마다 오픈하우스에서 함께할 찐팬들이 이곳에 있을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방법을 찾았고 마음의 위안도 얻었다. 누군가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그들이 공간에 불어넣은 온기는 마지막 마침표 같은 것이었다.



공간의 완성은 역시 사람 


오픈하우스 당일, 마스크를 써서 눈 밖에 안 보이는데도 줌에서 보았던 익숙한 얼굴이 떠올라 "혹시 OO님?" 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이름을 체크하면서 "앗!!! 저 리추얼 같이 들었던 보리예요!!" 하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식사를 위해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어색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서로 얼굴을 알아보며 허그를 하고 방방 거리며 인사하던 모습에서 뭔지 모를 뿌듯함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집들이에 초대된 사람처럼 꽃이며 먹을거리며 두 손 무겁게 선물들을 사들고 오신 분들이 너무 많았고 손편지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사랑받는 브랜드에서 일한다는 건 너무너무나 감사한 일.

내가 확실히 그동안 간절히 원하던 회사에서 일하고 있구나 실감 났던 순간이기도 했다. 


오픈하우스가 끝나고 무엇보다 공간에 대한 피드백을 꼼꼼하게 전한 포인트에서 다시 한번 듬뿍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시간과 비용 탓을 하며 준비가 부족했다 느낀 부분은 여지없이 개선점으로 콕 집어주셨다. 그렇게 꼭 개선이 필요했던 점들은 오픈전까지 서서히 보완되어 갔다. 옥상의 인조잔디도, 심심한 옥상의 커피 바 이용방법 안내 등도... 



쇼타임 이후의 진짜 운영의 시작  


오픈하우스라는 화려한 쇼타임이 끝나고 공식 오픈을 한 밑미홈에서의 첫날

초대받은 사람들만 찾아오고 오며 가며 들러주는 사람이 없어 오픈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이 근처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맞이하기에 준비가 안된 사이니지, 밑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왔을 때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기 어려운 부족한 안내, 상점이라기엔 좀 휑하고 어딘가 어설픈 디스플레이 등등 


처음으로 정말 내 새끼를 키우듯 한 달 넘게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애지중지 키워서 짠! 했는데… 막상 세상에 내놓고 보니 초라하다. 완성했다는 만족감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현실을 직시하니 아직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오픈하면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밥도 먹고 공간 투어도 해드리고 하려 했는데,, 이거 초대하기 좀 부끄러운데?

이제 막 100m 결승선에 도착해 헥헥거리며 숨을 고르려는데 알고 보니 400m 달리기였다는 그런 기분. 



기존에 기획하고 오픈했던 공간들의 경우는 어땠나?


그동안은 공간 오픈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랑땜이 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트렌드 조사와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와 공간을 기획하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그 계획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였으니까. 또한 타깃도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인지 오픈이 끝나면 새로 공간을 담당할 사람에게 열쇠와 ID/PW를 넘겨주며 다시 들춰보지 않을 일기장을 봉인하는 것처럼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거봐 내가 운영할 때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고 했지만 내 말을 무시했잖아. 그러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결과지.'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처음부터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취지나 목적에 공감하며, 밑미홈을 방문할 사람들이 나라고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었고, 내가 해보고 싶다고 의견을 내는 많은 부분들이 반영될 수 있었기에 신이 나서 준비할 수 있었다. 

오픈하고 나서도 내가 마치 밑미홈의 호스트인 것 마냥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주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했고, 그러다 보니 마음에 차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다시 수정해야 할지 현실적인 수준에서 유지관리가 가능한 수준은 어디까지인지 감이 오지 않아 복잡스럽고 막막한 느낌이었다.  



좋은 공간이란


막막함에 의욕이 꺾이려던 어느 출근길, 머리를 비우려 메모를 하려는데 3월에 밑미홈을 기획하면서 정리했던 메모가 눈에 띄었다. 

처음부터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개선되어 가는 게 보이는 살아있는 곳이기를.

정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오픈이라는 행위에 의의를 두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개미처럼 계속 잘 가꾸며 계속 숨 쉬면서 변화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자!



지나고 나니 보이는 것들


그렇게 7월 '달려라 밑미홈'을 통해 부족한 점들을 개선했다. 그리고 팀 R&R을 정비하면서 밑미홈은 담당자가 바뀌고 뉴비가 합류하며 두 번째로 드로잉 콘셉트의 리추얼 방을 선보였고, 감정의 방과 영감의 방까지 오픈하며 계속 변화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밑미밀로 개편된 2층의 새로운 공간도 선보인다. 


이렇게 밑미홈의 모습이 바뀌는 동안 나는 무엇이 바뀌었나 

어떻게든 완벽하게 잘해 보이려 했던, 내가 맡은 건 스스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담감을 내려놓고 팀과 함께 하는 법을 배웠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밑미홈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부족한 부분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여유와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meet me 했던 시간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더 풀어보기로 :) 




그리고 나의 초심


일하며 지치고 힘들 때마다 자주 떠올린 말이 있었다. 오픈하우스와 함께 기억되고 있는 누군가의 말.

밑미는 저에게 여고생 동창모임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편안하고 건강한 커뮤니티가 되기를 바라며. 

초심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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