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 - 7월 1주 업무일지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면서 카피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던 작년 이맘때쯤, 이유미 작가의 <문장수집생활>을 읽고 좋은 문장을 수집하자 다짐했더랬다. 그때 내 브런치의 글 제목도 카피 연습으로 삼자 했었는데, 다짐으로 끝나버렸고, 나는 하고 싶다던 마케터를 포기했고 그렇게 카피라이팅과도 작별했다(작별할 줄 알았다).
그리고 이번에 밑미에서 새롭게 준비하는 커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소개서를 작성하면서 다시 카피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해결하지 않고 회피하던 문제에 다시 부딪혔다. 나의 도망을 먹고 쑥쑥 자란 내 두려움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은 개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일하며 배울 수 있는 너무나 좋은 기회와 나의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성숙한 문화에서 일하는 행운을 얻었으니, 더 이상은 피하지 말고 마주하기로 했다. 커리어와 관련한 문장을 수집해보고자, 그래서 책상에서 관련된 책들을 주르륵 꺼내 다시 읽고 좋은 카피들과 공감되는 문장들을 찾아 정리했다.
그렇게 카피에 참고하려다가 훅- 빠져들어 다시 읽은 책, 북저널리즘에서 엮어 낸 인디펜던트 워커 9인에 대한 인터뷰 모음집 <인디펜던트 워커>.
이번 주 업무일지의 주제다.
브런치에 쌓아온 기록이 말해주듯 나는 일하는 자아가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그동안 그리고 지금도 어떻게 일하는 것이 좋은지 정답을 찾고 싶었던 나의 궁금한 점들이 이 책에서 주요 키워드로 제시되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할 때와 혼자 일할 때 무엇이 가장 다른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일과 삶을 분리하는 편인가?
조직 vs 개인
회사에서만 배울 수 있는 언어가 있다. 내 삶의 목적이나 방향성에 맞는 회사에서 권한과 자율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을 찾으려 노력했다. - 정혜윤
불합리한 것과 절차가 많은 것을 못 견뎌하는 기질이 있어서 나는 조직에 맞지 않을 것 같았다. - 김겨울
조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나를 잘 파악하게 되는 것 같다.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조직의 장점이다. 다만 나에겐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부품이 되는 듯한 느낌이 동기 부여되지 않았다. - 박영훈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 혼자라서 좋은 건 내가 내 상태를 선택할 수 있는 것 - 차우진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잘하는 일을 좋아할 때 지속가능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잘하는 일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와 접목돼야 오래 할 수 있다. - 정혜윤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궤적이 나를 브랜딩해 주었다. 재미있는 일을 하다 보니 그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다니게 되었고, 개인과 조직이 계속 연결된다. - 무과수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기는 어렵지 않나. 잘하는 것을 하다가 지쳤을 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극복하면 일을 두배하고 할 수 있게 된다. - 박지호
시작은 좋아하는 것에서 하지만 좋아해도 정 안 되는 건 대체재를 계속 찾는다. - 김겨울
일을 잘하고 싶어서 글을 쓰다 보니 재미있어졌다. 계속 쓰다 보니 종종 잘 쓴다는 소리도 들었다. 칭찬을 들으면 글쓰기가 더 재밌어졌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 지금까지 왔다. - 윤성원
일 vs 삶
일하고 삶은 분리가 안된다. 분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평상시엔 일과 생활이 밀착하고 일을 잘하는 게 곧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되는 게 좋다. - 박지호
온전히 좋아하기만 할 수 있는 영역을 굳이 일과 연결 짓지 않고 남겨두어 즐기는 수준에서 머물러도 되는 영역이 있을 때 일과 삶의 건강한 균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 고지현
개인 김겨울이 유튜버 김겨울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애쓴다. 일과 삶을 구분하는 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나의 영역을 잘 지키고 가꾸는 것. 그 영역을 잘 지켜서 나 자체가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게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 김겨울
일과 삶 각각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일도 즐기는 시간일 수 있다. - 박신후
회사에서 일하느냐 혼자 일하느냐, 좋아하는 일이 중요하나 잘하는 일이 중요하냐, 일과 삶의 관계는 어때야 하느냐에 대한 생각은 막상 다 다르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자신의 기준과 가치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질문과 답은 이런 패턴이었다.
질문 : 무엇이 중요한가요?
대답 : 나는 OO가 중요한 사람이에요. 나에게는 OO가 맞아요!
나의 궁금증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우문현답이었다. 참 당연하게도 정답은 내 안에 있다.
1. 나는 누구인가 질문하기
방법을 찾으려 하기 전에, 왜 하고 싶은가를 먼저 발견해야 지속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재미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큰 방향을 알고 있어야 한다. - 무과수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이 일의 방향과 목적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다 죽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까지 - 김겨울
일단 내가 뭘 잘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나를 설명할 건지 찾아야 한다. 나를 설명하고 나를 형성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기준을 찾으려면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 시간을 거치면서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깨달았고,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아무리 좋은 회사도 나와 맞지 않으면 겉돌게 되고, 나만의 기준이 없이 독립적으로 일하게 되면 돈 주면 다하거나 남에게 휘둘리게 된다.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장기적으로 나한테 어떻게 돌아오게 될지 생각 못하면 그렇게 된다. - 차우진
서너 달가량 우리의 내면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일을 하고 싶은지, 일을 통해 우리가 이루고 싶은 바는 뭔지, 삶에서 일이 어느 정도의 비중이기를 원하는지 등등 본질적인 차원의 문제들에 접근했다. 두 사람의 삶과 철학을 중심으로 일을 통해 실현하고 지속하려는 게 무엇인지 구체화해 나갔다. - 고지현 & 박영훈
가치관과 비전이 명확해야 한다. 개인에게도 비전이 필요하다.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어디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인지. 좋아하는 일이어야 오래 할 수 있다. 나에 관한 탐구가 우선이다. - 박신후
2. 시도하기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괴로워하면서 나아간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대신 할 수 있다는 자격과 권한을 스스로에게 주고 시도하라. 실패를 해도 내가 만들어 낸 궤적이 경쟁력이 될 거다. 차이는 실행으로 옮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 정혜윤
시도하고 실패하고 기록하라 : 무언가를 해야 쓸게 나온다. 실패를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과정을 꾸밈없이 기록하는 게 성장의 시작이다. - 무과수
계속 다양한 일들을 시도해야 하는데, 한번 하고 마는 게 아니라 마침표를 찍는 게 중요하다. 모든 프로세스를 다 해보는 것. 작은 성공을 쌓아 가는 게 중요하다. - 차우진
자기를 알아가는 게 두렵고, 방법을 몰라서일 수도 있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닥치는 대로 경험해 봐야 한다. - 박신후
3. 이 두 가지를 반복해 일과 삶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것.
이 책을 선물 받았을 때, 사실 밑미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던 중이라 독립에 대한 열망과 관심이 별로 없었던 상태였다. 후루룩 넘기면서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잘 안 맞고 저지를 수 있는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음집이구나. 정도로 정리해서 머릿속 책장에 카테고리 하여 저장해 두었던 듯하다.
그러다 이번에 정독하면서, ‘이 책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었어? 심지어 근데, 그때 이걸 전혀 몰랐어?’ 싶었다.
모든 사람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지, 왜 일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기 위해 시도하라.
밑미의 커리어 프로그램들을 준비하면서 무엇인가 실용적인 해답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나를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카피를 고민하다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깨달음!
그동안 나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 = 회사나 조직의 밖에서 일하는 것'이라 오해 혹은 착각을 하고 있었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바랐던, 내 삶의 목적이나 방향성에 부합하는 회사에서 권한과 자율성을 가지고 일하는 지금, 오피스워커 보리는 어느새 프리워커가 되어 있었다. 조직 안에서 내가 하는 일들이 회사에도, 그리고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 순간이 너무 감사하다. 가끔은 이 순간이 사라질까 봐 두렵기까지 할 정도로...
이 책을 다 읽고 메모장에 여기 나온 몇 가지 질문에 스스로 인터뷰를 해보았다. 아직 내 꼴 값(=나의 가치관과 철학)은 구체화해나가는 중이라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나 역시도 시도와 도전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처음 작은 시도를 했던 3년 전의 나부터 기록이 쌓이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나의 도전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속도가 붙어감을 깨닫는다.
업무일지는 책리뷰가 되어버렸고, 이제 어떻게 글을 마무리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나의 일에 대한 생각을 기록을 남겼음에 의미부여를 해보고, 이 글을 끝까지 읽어 내려온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으로 이번 주 업무일지를 마무리 해본다.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작은 시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일단 실천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