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 Bori Dec 22. 2021

최저점을 찍고 터닝포인트가 된 밑미맨션

울며 겨자 먹기로 꾸역꾸역 했고 참여자로 치유받았던 애증의 프로젝트

어느 점심시간,

"왜 다들 좋다고 하면서 막상 해보진 않는 걸까?"

“자기 노력과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것도 큰데, 한편으로는 리추얼이 막상 뭘 어떻게 하는 건지 분위기는 어떤지 잘 모르겠어서 쉽게 실행으로 연결이 안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요. 뭘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리추얼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열어보면 어떨까요?”

"맞아!! 사람들이 체험해보는 건 없냐고 문의도 많이 했었잖아요!!"

“근데 우리 저번에도 이런 이야기 했었던 것 같아 그치?ㅋㅋㅋ 여러 프로그램을 체험해보는 그런 이벤트 언제 꼭 한 번 해보자!”


그리고 그렇게 지금 당장 해야 하는 많은 일들에 밀려 기억에서 또 잊혀 갔다.



밑미맨션 기획


7월의 어느 날, 밑미 1주년이 다가오는데 우리만 기념하는 그런 행사 말고 메이트들에게 도움도 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는 생각이 그때의 아이디어를 소환해왔다.


일단 날짜를 정하고 선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리추얼 프로그램을 여러 개를 시간대별로 골라서 경험해볼 수 있는 원데이 온라인 페스티벌에 대한 기획안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월요일 회의 시간에 공유했다. 손으로 꼭꼭 뭉쳐서 작은 눈덩이를 만들어갔는데,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행방안이 더해져 기획안은 눈사람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풍성해졌다. 그리고 밑미맨션이라는 세계관도 입었다.


목적 : 리추얼이 왜 중요한지,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 밑미의 리추얼 프로그램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체험해 보고 리추얼을 해보도록 한다.


타깃 :  리추얼 프로그램을 참여해보지 않았지만, 관심은 있었고 궁금했던 예비 메이트. 리추얼을 이미 듣는데 다양한 다른 프로그램들이 궁금한 메이트


D-DAY : 8월 말 토요일


프로그램 1. 리추얼 대잔치

리추얼을 주로 진행하는 아침 8시부터 점심시간까지, 그리고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동일 시간대에 각각 두 개의 타임테이블을 만들어 총 16개의 프로그램을 골라서 참여해 볼 수 있도록 하자.

제대로 경험해 보기 위해서 리추얼을 체험하며 생각을 적어볼 수 있는 액션 시트도 프로그램별로 만들어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보내주자.


프로그램 2. 전야제 강연

무엇이든 목적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있어야 더 동기부여가 된다. 프로그램 전날, 금요일 밤 전야제로 리추얼이 왜 중요한지, 리추얼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연사님의 강연을 추가로 진행하자.



실행 준비하기 ( = 실행 전 to do list)


섭외와 협의를 위한 프로그램 소개서 작성

연사 섭외

프로그램 타임테이블 구성 + 리추얼 메이커 협의

슬로건, 주요 메시지 확정

키트 구성 및 디자인 방향 협의

마케팅 -  대상별 쿠폰 제작 및 전달

액션시트 콘텐츠 작성

홈페이지 배너 및 상세페이지 작성

공유용 노션페이지 작성

온라인 진행방법 기술적인 부분 확인 (줌 웨비나 등)


그리고 팀원 모두가 각자 담당을 나누어 40일간의 프로젝트 준비와 본격 실행에 돌입했다.


40일간의 실행


D-40

순서상 제일 먼저 필요한 ‘섭외’와 ‘리추얼 메이커분들과 협의’를 위한 프로그램 소개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핵심이 될 리추얼 프로그램을 다양한 카테고리별로 선별하여 타임테이블로 구성했다.


D-40~30

연사 섭외 : 리추얼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의 미션과 같은 방향성에서 이야기해주실 만한 연사분들을 고민했고, 자연스럽게 우리가 듣고 싶은 연사분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만장일치로 두 분을 결정할 수 있었다. 섭외를 담당한 우리의 대표님(써놓고도 어색한 세 글자여!)은 열심히 메일을 작성하고 두 분의 연사를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정말 복이 많아!’ 하며 박수를 쳤던 행복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리추얼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리추얼 메이커분들과 개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30분~40분간의 리추얼 체험을 위해 어떤 액션을 실제 해볼지 논의하고 액션시트 초안으로 만들었다.


D-30

키트구성 : 리추얼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줄 액션시트, 단 하루이지만 각자의 일상으로 연결될 수 있게 도와줄 한 달짜리 트래커, 그리고 경험해보고 좋은 사람들은 실제 리추얼을 신청할 때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 그리고 응원도구 같은 소소한 선물들까지 모아서 키트 구성품을 확정했다.


그리고 밑미맨션 리추얼 대잔치를 함께 진행할 리추얼 메이커 분들과 온라인 미팅을 하며 당일날 진행할 프로그램에 대한 순서와 준비사항 등을 논의했다.


D-25

밑미맨션 상세페이지 : 초안 작성 후 피드백들을 반영하여 텍스트를 확정하고 이미지가 더해져 드디어 홈페이지에 오픈되었다.




D-20

리추얼에 관심 있는 우리 타깃에게 밑미맨션 프로그램이 널리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지인이나 친구에게 줄 수 있는 쿠폰을 만들었다.

밑미 홈페이지 가입한 회원 중 한 번도 리추얼을 경험하지 않은 회원, 밑미 메이트 대상, 그리고 6개 이상의 리추얼 프로그램을 경험한 밑미 찐팬과 치어리더,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는 감사한 리추얼 메이커분들을 대상으로 각각 추천할 수 있는 쿠폰을 만들었다. 쿠폰명도 [땡큐밑미찐팬], [밑미맨션자치회] 등 세계관을 입어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쿠폰과 함께 소개할 밑미맨션 프로그램 노션페이지를 작성하여 공유했다.


이 과정까지의 모든 단계 단계마다 내가 작성한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텍스트들은 (천재)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결과물로 새로 태어났다. 쿠폰, 노션페이지, 상세페이지 모두 다!


D-15

안타깝게도 너무 이른 시기에 준비한 수량 모두가 솔드아웃되었다. 기업이나 학교에서 단체 신청이 많이 들어오는 바람에 수요예측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잠시 기뻤던 순간.


사고 발생

키트 구성품 콘텐츠 확정 & 디자인 요청 & 제작 발주

그동안 각 리추얼 담당자들이 리추얼 메이커분들과 상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액션시트 콘텐츠를 리뷰하고 각종 키트 구성품도 콘텐츠를 확정하여 디자인 요청을 했고, 제작 발주가 들어가야 하는 날 사건이 생겼다. 리추얼 대잔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액션시트의 콘텐츠가 완성도가 너무 떨어졌던 것. 각 담당자들 별로 정리한 액션시트의 형태나 레벨이 일정치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다 조정하려면 다시 리추얼 메이커분들과 협의를 하고 또 정리를 해야 해서 기한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다며 합리화하고 오타정도만 확인하고 바로 디자인으로 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대충 이 정도면 이해하겠지'라는 안일함이 불러온 참사.

제작에 들어가기로 타임라인을 잡아두었던 금요일이었지만, 제작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다시 모두 수정하기로 결정했고 내가 대충 정리한 자료들에 모두가 달라붙어 급하게 수정하고 재정리하는 주말을 보냈다. ㅠㅠ


D-10

속속 도착하는 키트 구성품들을 모아 모아 택배를 발송하고, 웨비나와 줌미팅 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당일에 쓸 자료들을 정리


D-1 전야제

다음날 리추얼 대잔치 오전조를 담당한 나는 집에서 참석자의 마음으로 전야제를 맞았다. 당일 현장에서 속도가 완전 떨어졌던 와이파이, 중간 방송사고 등으로 조마조마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하고 싶었던 메시지들을 진정성 있게 우리보다 더 열심히 전해주시는 너무나 멋진 어른들의 말씀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실제 밑미 리추얼을 6개월 이상 참여하고 계신 김호님은 강연 자체가 거의 밑미 리추얼 광고인가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리추얼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연사님께 홍보를 부탁드렸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ㅎㅎㅎ


D-DAY

모닝 글쓰기와 모닝 스트레칭으로 시작하는 토요일 아침 8시에 너무 적게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르다 할 수 있는 그 시간에 가까워오자 속속 사람들이 들어와 50명 가까운 인원으로 첫 타임을 마쳤다.  11시에는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음악 한 곡을 집중해서 듣고 각자가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적어보며 나누었다. 이 많은 수의 사람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었지만 음악으로 온전히 하나 되는 느낌이 가능하다니!

아침과 점심식사 시간에는 각자 준비해온 아침과 점심식사를 공유하고 편하게 각자의 화면 속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나누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사실 참여하시는 분들이 그렇게까지 해주실까 싶어 우리라도 준비해서 참여하자 했었다. 근데 이게 웬일... 많은 분들이 각자의 식사를 준비해오시고 리추얼 메이커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실제 모니터 속에서 각자 맛있게 식사를 했고, 상상한 그 광경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신기했다. 정말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네?

그렇게 5~6시간의 내가 담당한 오전 타임이 끝났다.


그리고 저녁 7시부터는 밑미맨션 입주민이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했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직접 체험한 그 30분의 짧은 시간의 느낌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아 이 프로그램이 이런 거구나. 이 리추얼 메이커 분이 이렇게 멋진 분이시구나!



  

밑미맨션을 준비했던 나의 마음


이 프로젝트를 한참 준비할 때의 나는 부정적인 기운에 빠져 슬럼프 하향곡선을 한참 그리고 있었다.

'리추얼 오퍼레이션을 직접 한 바퀴 돌려보는 게 처음인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안되면 SOS를 요청하면 되지. 주저하지 말고 우선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고생하는 그 순간에는 '내가 미쳤지. 내가 내 발등을 찍었네'하며 후회했다. 다시는 이렇게 일을 벌이지 않을 테다. 다짐하며 어떻게든 이 프로젝트를 잘 마치자는 의무감과 오기로 이를 악물고 일했다.


그러다 밑미맨션에서 리추얼의 시간을 함께 나누면서 매시간마다 참여하는 분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감사인사와 웃고 있는 표정을 마주할 때마다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함과 감동 사이 어떤 감정에 충만해졌다. 그리고 오후에는 정말 온전히 참여자의 마음으로 함께하면서 내가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의 일기

애증의 밑미맨션이 감동으로 다가오게 될 줄이야.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위해 음악을 골라 틀어두고, 채팅창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정말 라디오 DJ이가 된 듯했다.
그동안 성공해 본 적이 없어서 일을 즐기지 못했나 보다. 이런 느낌이구나. 우리가 의도하고 계획한 대로 참여해주고 느껴주는 사람들을 보니 다음에 더 꼼꼼히 준비해서 잘해 보이고 싶다.


'일을 잘 마쳤다'는 기준이 완벽함인 줄 알았는데 감동이었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내가 그 감동을 느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날의 경험 덕분에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 다짐하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이를 악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일할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가 만든 프로젝트로 나는 위로받았고,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커리어 프로그램 기획과 상품페이지 작성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