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 Bori Jan 02. 2022

노력이 쓸모없고 비생산적이기까지 하다고?!

2021년 나를 변하게 도와준 책 <노력의 기쁨과 슬픔>

푹푹 찌는 날씨만큼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했던 2021년의 여름을 밑미맨션과 함께 마무리하고, 선들해지는 바람과 함께 나의 밑미라이프도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다. 가까이에서 참 많은 일을 부담 없이 사뿐사뿐 일하는 하빈과 은지를 보면서 완벽하게 잘 해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가볍게 일단 해보자는 다짐과 함께.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하빈이 요즘 읽기 시작한 책이라며 <노력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바로 다음 날은 날 보며 책을 다 읽고 나면 빌려줄 테니 꼭 한번 읽어보라고, 그다음 날은 이 책을 선물로 사주겠노라 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책이 궁금해져서 바로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때로는 노력이 무용할 뿐만 아니라 비생산적이기까지 하다!


표지의 문구와 첫 문장은 노력의 아이콘인 나에게 반감반, 기대 반으로 책을 시작하게 했다.

‘쉽게, 느긋하게, 편하게 하면 된다고? 어떻게 하면 그게 되는지 한 번 들어나보자.’하는 마음으로.



프랑스 작가의 책이라 프랑스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알아들을 테면 어디 한번 알아들어봐 하는 식의 산만한 글이 조금은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의 목차에 있는 것처럼 계속하고시작하고버티고생각을 멈추고목표하지 않고 그냥 읽히는 데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책의 전반부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들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 계속 나아가되, 뒤돌아 보지 말라. 왜?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의심이 들기 시작해 뒷걸음질을 치게 되니까. 의심하면, 넘어진다. 
여러분에게 완벽해지기를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그저 있는 그대로 행동하면 된다. 이미 저지른 일을 굳이 들추어가며 평가하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며 스스로를 해방하라.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면 글의 내용이 아니라 쓰기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많이 써볼수록 잘 쓸 수 있다 이미 썼던 것을 다시 보지 말고 계속 써 내려가라.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써놓은 문장 하나가 백지보다 낫다. 문장이 조악하고 고르지 못하더라도 거기서 무언가 배울 것이다. 
원하면 이룰 수 있다가 아니라 이룰 수 있다면 제대로 원한 것이다. 
아주 오랜 훈련을 견디고 나며 비로소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니까 수월하다는 느낌은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야 찾아온다는 얘기다. 
이완된 몸이 긴장한 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에너지를 긴장과 폭발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순환하는 호흡으로 보는 것)
지금의 상황과 관계없이 가장 먼저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단 두 가지, 당신의 안테나 위치와 안락의자에 몸을 누인 자세다. 적절한 자세는 오직 본인만이, 본인의 몸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명령이나 요청에 의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몸을 믿고 몸이 알아서 하도록 두자. 
진정한 멋이란 언제나 완벽하게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오해해서는 안된다. 노력하지 않음은 절대로 그냥 달성되지 않으며 오히려 최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노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일에 만족하기를 거부하고 이를 내면으로 느끼되 실제로 경험하며 생활화하는 것이다.


나의 다짐을 만든 맥락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공감은 되었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생각할 때쯤, 하지 말라는 걸 열심히 하고 있던 내가 책 속에 주인공처럼 등장했다. 


버티기의 기술 : 저지르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실수는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씨름하는 일. 숨을 잘 참으려면 숨을 참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지 않은 채 행동해야 한다. 나 자신이 행위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마치 동물들처럼 말이다. 
생각 멈추기 : 과도하게 분석하려는 경향을 지닌 사람을 분석으로써 치료해서는 안된다. 생각을 더 하는 것은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 치료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숙고의 고리를 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전반부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듯했던 많은 문장들이 이 두 챕터에 걸친 Don’t를 확인하는 순간 마지막 퍼즐 조각처럼 끼워 맞춰지는 듯했다. 



애쓰지 말라는   대로 되게 나두라는  아니었다.


길게 보고 여유를 가지며 기다리라는 것. 내가 간절하고 진심이라면 그건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최근 1~2년간 나의 선택과 내 노력의 결과가 내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것 같지 않아서 ‘이게 나에게 맞는 길이 아닌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계속 의심하고 보채 왔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필요한 건 뒤돌아보고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묵묵히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왔다. 


충분히 고민하고 숙고 끝에 결정한 선택이니 이제는 그 선택을 한 나를 믿고 keep going! 

만약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나름대로의 또 깨달음이 있겠지. 그동안 내가 경험해오면서 깨달은 바처럼. 


애쓰지 않는 기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keep going을 잘하려면? 끝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서는 장기전을 버텨낼 수 없다. 흐르는 물에 내 몸을 맡기고 힘을 빼야 한다. 어디가 끝일지 모르고 그저 오래 기다리면서 계속 달려야 하니까.

장기전에 버텨내기 위해 내가 해야 할 노력은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나만의 자세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세를 유지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애쓰지 않으려 애쓴 5개월의 결과 


생각보다 엄청 오래 걸리리라는 예상과 달리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금세 찾아왔다. 처음 커리어 프로그램의 상세페이지를 작성할 때 몇 주가 걸렸었는데 4~5개월이 지난 지금 확실히 속도도 빨라졌고, 무엇보다 마음속의 부담감의 크기가 확 줄었다. 

해보면 된다는 성공의 경험이 다시 힘이 되어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었다. 


내가 가장 작은 힘으로 할 수 있는 편안한 나만의 자세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전에는 온 힘을 다해 달려 단기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앓아눕고는 했는데, 이제 그 패턴은 조금 내려놓게 된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조금은 벗어났고 최선을 다해도 무리인 것은 못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번 아웃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정도. 

일단 2021년에는 여기까지 해 온 듯하다. 나만의 편안한 자세를 알아차리는 것은 새해의 목표로 두고 계속 찾아보는 것으로. 



한 번 읽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스타일이 전혀 아닌데, 이 책을 6개월 사이 5번이나 읽었다. (정확히는 들춰보았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 때문인지 나에게 친절하다 느껴지지 않는 저자의 문체 때문인지는 몰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집중하여 오래 읽기는 여전히 힘들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고, 앞과 뒤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턱턱 걸리는 부분은 그냥 흘려가며 그때그때 나에게 다가오는 부분과 문장만 읽다 보니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도 오늘 다시 한번 훑어보는데 밑줄이 없는 전혀 새로운 문장이 오히려 더 와닿는 느낌이라 무언가 변하고 있는 내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서 이 때의 나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새해에도 힘에 부치고 의심이 들 때면 자주 옆에 두고 읽으면서 계속 힘 빼는 연습을 하기를. 새해에는 나에게 편한 자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다음의 이 책을 본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기대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최저점을 찍고 터닝포인트가 된 밑미맨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