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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라이프를 찾아'(5)

12월은 축제의 달

by Seraphim

<뤼미에흐 축제의 리옹 푸흐비에흐 대성당 by s>




벨꾸흐 광장 by s

리옹에서는 12월이 시작되면, 뤼미에흐 축제의 정보가 담긴 안내서가 시내 곳곳에 배부되고, 축제의 프랑스어 홈 페이지에는 그해 축제의 테마와 공연 프로그램 내용들과 장소의 위치, 공연 일정과 각 이동 코스 등이 상세히 소개되어 리오네들은 가족, 친구들과 축제 일정을 미리 계획한다.


테호 광장 by s

매년 프로그램 내용은 달라지지만, 공연 장소는 벨꾸흐 광장, 호텔드빌, 테호 광장, 생장 까데드럴, 가흐생폴, 헤퓌블리크 광장, 고대로마 원형극장, 쟈코뱅 분수, 쏜 강변, 혼 강변 등 고정적인 주요 공연장이 있고, 매년 새롭게 변경되는 공연 장소는 팸플릿의 정보를 참고해 찾아다니면 된다. 행사장은 이동에 편리하도록 a,b,c 등의 각 코스별로 나누어져 있어, 구간별로 3,4일 동안 큰 무리없이 공연을 다 관람할 수 있다.


쏜강변 by s

주로 걸어서 이동하게 되므로 코스 구간에 따라서는 도보 거리가 왕복 10킬로 이상 될 수도 있어 도보와 교통 수단 이용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쏜강과 혼강을 왕복 통과하게 되는데, 한겨울 찬바람이 매우 강력할 때도 있으므로 두터운 파카와 모자, 장갑, 목도리는 당연히 필수다.


고대로마 원형극장 by s

축제 일정의 처음에는 푸흐비에흐 언덕에 올라 빛의 향연이 펼쳐진 시내 전경을 먼저 감상하고 지상으로 내려가면 더욱 감동적이다. 그리고 내려오면서 고대로마 원형극장의 공연을 시작으로 축제에 합류하면 한결 여유로운데, 이 코스는 보통 일반 관광객들과 반대 코스가 되어 거대한 인파 물결을 조금 피할 수 있다. 공연장의 주요 스팟들은 해마다 색다른 공연으로 그 광경이 황홀하여 엄청난 방문객들로 북적이므로, 덜 번잡한 축제 첫날이나 둘째 날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헤퓌블리끄 광장 by s

축제는 2006년부터는 본 행사일인 12월 8일을 중심으로 이전 이틀과 이후 하루나 이틀로 진행되며, 주말이 끼여 있으면 5일간 열리기도 한다. 축제가 시작되는 날에는 행사장으로 연결되는 모든 도로에는 좌우 왕복으로 통행 분리대가 설치되고 중간 교차 통행을 막아 긴 줄로 무리 져서 이동해야 하며, 도로나 모든 교통 시설에는 교통 관리직원, 경찰, 헌병, 군인들이 배치되어 삼엄한? 관리로 질서를 완전히 통제한다. 축제의 열기는 이들의 엄격하고 딱딱한 태도 덕분에 절대 뜨거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쿨한 분위기의 축제도 있다.


테호 광장 by s

축제는 해가 지는 8시부터 시작되지만, 오후 5시 이후에는 지하철, 버스, 트램 등 공공 교통수단은 무료로 운행되고 좋은 자리를 찾고, 코스 등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이 시각이 되면 인파가 몰리기 시작해서, 밤 8시가 되면 거대한 인파 물결에 끼여 앞사람 따라가면 다음 행사 스팟까지 지도 없이 갈 수 있다. 그런데 파트너를 잃지 않도록 손을 잡지 않으면, 이쪽저쪽에서 서로 찾아 헤매게 된다. 어디에서 그 인파가 숨어있다 나오는지 어마어마했다. 겨울 찬바람도 막아주고 피크 날인 8일엔 숨도 막힌다.


벨꾸흐 광장 by s

14세기 중반에 유럽 인구 3분의 1의 목숨을 잃게 했던 페스트는, 프랑스 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가 1882년 60세 되던 해에 백신을 발견할 때까지 유럽에서 엄청난 공포의 역병이었다. 이후 1800년대에 페스트가 다시 프랑스에서 창궐하여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리옹 시민들은 페스트의 위험이 커지자 자신들의 도시를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바쳤고, 그 후 실제로 역병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자, 시민들은 감사의 표시로 성모 마리아 동상을 만들어 푸흐비에흐 언덕에 세우기로 했다.


1852년 성모 마리아 탄생일인 9월 8일에 동상 건립식을 계획했으나, 심한 홍수로 쏜강이 범람했고 강 유역에 있던 동상 제작 아뜰리에에도 물이 차서, 행사는 성모 마리아의 축일인 12월 8일로 연기되었다. 그 해 12월 8일, 당일 오전까지 흐리던 날씨로 제막식이 불투명했으나, 행사 시간에 이르러 날씨가 개였고, 기념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리옹 시민들은 이 날을 축하하기 위해 각 가정 창문에 작은 유리컵에 담긴 촛불들을 켜놓기 시작하면서, 12월 8일 뤼미에흐 축제의 기원이 되었다.


고대로마 원형극장 by s

이후 1999년 뤼미에흐 축제는 리옹시의 조명 계획에 의해 정식 축제로 시작되었다. 본 축제일인 12월 8일 오후 5시에는 가톨릭 신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비위 리옹 생쟝 대성당 앞 광장에 모여 푸흐비에흐 대성당까지 도보행진을 하고, 푸흐비에흐 성당에 입장해서 저녁 7시에 성모 마리아 무염시태 축일을 기리는 미사를 거행한다. 또한 저녁 해질 무렵부터 밤 12까지, 각 가정은 창문마다 촛불들을 가득 채워 불을 밝힌다. 이때가 되면 우리 아파트 단지의 조명등도 4일간 알록달록 색전구로 불빛을 밝혔다.


쏜강변 by s

유럽의 12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인 "뱅쇼"(Vin chaud, 따뜻하게 데운 레드 와인)는 1잔 가격이 보통 2~2,5유로 정도로 유럽 겨울 축제 기간에는 추위를 녹이며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필수 드링크이다. 축제 거리마다 레스토랑이나 일시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뱅쇼 등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그 맛은 제각각이다. 단순히 와인만 희석해 데운 것도 있고 다양한 과일을 넣어 풍미를 높인 것도 있어, 축제 중에 여러 군데에서 마셔보고, 행사 끝 무렵엔 맛이 좋은 곳을 다시 찾아 그 뱅쇼로 따뜻한 마무리를 했다.


비위 리옹의 생장 성당에서 가흐 생폴 가는 길목은 로컬 부숑 레스토랑들이 모여있는 식당 거리인데, 이곳에 오랜 연혁을 자랑하는 한 레스토랑 주인아줌마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온갖 과일들을 잘게 썰어 넣고 진하게 잘 데어놓은 뱅쇼는 여러 번 마셔본 뱅쇼 중에 가장 맛이 좋았다. 축제 동안 우리는 몇 번인가 그 뱅쇼로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생장 성당 by s

리옹에서는 11월 첫째 주가 되면, 페하쉬 역 앞에 위치한 까흐노 공원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설치하기 위해 임시 매장의 조립을 시작한다. 11월 셋째 주부터 12월 말까지 약 한 달간 공원 안에서 진행되며, 어린이 놀이터 시설, 크리스마스 트리 전나무 판매장, 간이 레스토랑, 간식 코너, 로컬 특산품 특히 프로방스의 인기 상품인 꿀과 향수, 견제품들, 수공예품 등 다양한 품목들이 진열되며 크리스마스 후, 마켓 종료 전에는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뤼미에흐 축제 후에 이곳에 둘러 로컬의 특산품들을 시식하거나 또 다른 뱅쇼의 풍미도 맛볼 수 있다.


벨꾸흐 광장 by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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