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포르토는 지난 2주간 성큼 여름 고온 날씨로 어느 날은 30도를 찍으며 조금 더웠다가 이번 주엔 시원한 바람과 산책하기에 알맞은 20도 내외로 다시 선선한 봄 날씨가 되었다. 2주간 산책은 뜨거운 햇볕에 더위를 느끼다 보니 신록들의싱그러움을 잘 느끼지 못했다. 지난주 더위 탓인지, 이번 주는 시원해졌는데도멀리 보이는 잔디밭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잔디밭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날아다니고 싶은경쾌함이 그리워졌다. 아련하게 느껴지는어린 시절을회상하다, 그 순간 가볍고 경쾌하게 날아보고 싶었다. 아 근데 왜 못할까, 그때 미처 이름 붙일 줄도 몰랐던 무거운 돌덩이가 마음 안에서보였다. 검은색 회색 섞인 묵직한 돌덩이가희미하게 보였다. 그 돌덩이를 내려놓으면 철 모르던 어린 시절잔디밭을 신나게 날았다니듯,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 날아다니면 그 돌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마음껏 날고 있다가 상상에서 깨어 나니 뿌옇게 보였던 돌이 나 여기 있어하며전보다 더 또렷이 보였다. 그렇지만 달라진 게 있었다. 잔디밭에서 날기 전에그 돌은 나의 일부 같았고 흐릿해서 정체가 막연해 보였는데, 이제 나와 분리된 다른 이질적인 개체로 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돌을 그냥 버려두지 말고, 고운 잔디밭에 놓아두면 어떨까, 그러면 틈틈이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쭈그리고 앉아 이제 돌덩이와 작별하고 싶어 짧은 시를 썼다. 그 돌덩어리에게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어서, '잔디밭을 찾아' 돌덩이와 이별식을 마쳤다.
시를 브런치에 싣고, 잠시 후, 라이킷 달린 그녀의 글을 읽었다. 내용 속에 등장하는 "현자의 돌"...
난 그 돌을 마음에서 이제 비워냈으니 됐다고, 예전에 내려놓아야 했을 것을 붙잡고 있었다고,내게 슬픔의 돌덩이였으니 떠나보내길 잘 했다고마음을 추스르며 돌아서려는데, 그녀의 글 속에 등장하는 "현자의 돌"은 모두가 찾으려고 염원하는 보석보다 더 귀한 돌이었다.그 돌을 찾으면 현자가 될 수 있는 생명의 돌이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마음 안에 한두 개쯤의 "현자의 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이 짐이 무겁고 고통스럽다고 불평 해대지만, 내가 짧은 시간이나마 엄마 역할을 해보지 않았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나를 포함한 이 세상 절반의 여자들의 마음과 그 속박과 희생과 깊은 슬픔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이기적이고 철없는 정말 형태만 성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성인이지만.그럼에도 우리는 세상 인사하는 날까지 배우고 성장하면 되니까. 아직 인사할 시간이 더 있을 거 같으니까...
'잔디밭 찾아' 시를 브런치에 올리고 그녀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았다. "오늘 우리에게 '돌'이 공유되었네요. '현자의 돌'이면, 집안에 고이 모셔 두고 싶다"라고. 같은 날 몇 시간차로 전혀 다른 두 형상의 '돌'이 브런치에 걸려있었다. 그리고 나의 남아있는 돌에 '현자의 돌' 이름표를 붙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