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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Jun 09. 2020

'시간의 밀도'

다른 무게감에 대하여


티볼리 파크


우주의 시간이 모두에게 같은 질량과 같은 무게로 작용할까. 지구의 시간은 구 사는 이들에게 똑같이 흐를 텐데, 그 질감과 밀도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해당되는 건 아닌가 보다. 세월의 길이가 무색하게 깊이와 무게감이 미달되는 불량 상태도 많이 있지만, 또 어디에선가 한결같은 성실과 변함없는 수고로 삶을 꿋꿋하게 세워가는 이들이 조용히 반짝이며 자신의 시간을 채워간다.


그들의 움직임은 최선을 다하느라 요란하지 않으며, 같은 수고로 꾸준히 걸어가기에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의 평온이 느껴진다. 글을 면서, 많은 글들을 읽게 되고 글들 속에 녹아있는 익명의 타자들을 만나게 된다. 읽고 싶은 500 작가들의 글을 다 읽을 수는 없지만 평소 자주 접하는 글들을 읽으면 그들의 삶에 대한 노고와 심려를 느낄 수 있다,


삶의 궤적을 반듯하게 이끌어와 자손들에게 삶의 행복을 선사하는 모습에 숙연해지기도 하고, 큰 오빠 같이 넓고 깊은 통찰이 담긴 글을 읽노라면 불만과 불평들이 어느새 사라지기도 하고, 어느 낯선 곳 이들의 깊이 파인 주름과 삶의 흔적이 확연히 박혀있는 무채색 풍경은 소외된 이웃들의 모습을 기억하게 하며, 아름다운 그림과 낭만 가득한 작품들에 몰입하노라면 메말랐던 감성과 꽁꽁 어있던 감정들이 살며시 풀어지며 따뜻한 온기가 전해오기도 다.




같이 주어지는 시간이 모두에게 동일한 품질을 보장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그 나이에는 못 했을 것 같은데 적은 나이에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섬세한 마음도, 자신의 모습이 부족하다며 고백하는 겸손함도, 시간의 양만큼 품성이 확장되고 성숙해지는 건 아님을 열정과 성실의 힘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배운다. 삶은 배움의 여정인가 보다. 사람이 살아간다 함은 배우고 또 배워서 그리고 다음에는 익혀서 그리고 익히고 나면 숙성과 발효의 시간을 다시 공들여야 하는 건가 보다. 


여전히 배워야 하는데 다양한 인생의 궤도를 걸어가고 있는 글들 속에서 타인의 삶의 여정을 통해서 삶을 또 배우고 있다. 그들의 미소와 너그러움과 성실함과 꾸준함이 배어 있는 지난한 노고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볼 수 있는 글숲속 산책 길이 지금 이 시간 편안한 인생의 참고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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