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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Apr 23. 2020

'브런치와 만남'

좋은 친구가 생겼다.




*2020, 4, 22. 수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스마트폰의 빨간 번호표를 달고 있는 아이들을 하나씩 방문해본다. 최근엔 코비드-19 정보 사이트에서 아침마다 전 세계의 발생 현황 수치를 찾아보고 있지만 매일 보니 우울증이 겹쳐와서 자주 안 보려고 노력 중이다. 폰에서 이메일을 살펴보다 낯선데 반가운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2020년 4월 22일 새벽( 포르투갈 시간) 3시의 이메일 제목은 "브런치 작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아! 됐네, 기다리던 친구의 답장처럼 아침이 환하게 열렸다. 어제까지 우울증에 빠져서 헤어 나오려 엄청 애쓰고 있었고 그러는 중에도 늘 애정 하는 브런치 글들을 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장 보는 일이 유일한 외출인 요즘은 글 읽고, 글 쓰기 좋은 시간되었다.


코로나 감금 30일째, 통행제한이지만 모두들 서로 무서워 집에 갇혀 있다. 강과 바다가 인접한 햇살 가득한 산책로와 해변 공원을 그림의 떡처럼 창가에서 바라만 보고있었다. 그러다가 글과 글지기들이 모여 있는 그 곳에 나도 입문해보기로 하고 태블릿과 스마트폰에서 몇 자씩 글을 조금씩 채워갔다.


책은 좋아하지만 도서관은  좋아하는데, 브런치 먹으며 마음까지 챙길 수 있는 "브런치" 친구로 지내고 있다. 나의 생체 리듬, 성향에  맞는 편안한  캐주얼처럼,  때로 멋스러운 하이 캐주얼처럼, 일상의 섬세한 에세이부터 논문 버금 가는데 각주 없어 더 읽기 편한 지식 정보까지 풍부하다.



아침과 점심 사이, 냉장고 소속 재료들을 차출해서 국적과 원천이 푸전 된 브런치를 맛있게 먹고 브런치의 창을 연다. 냉장고 속 재료보다 더 풍성한 주제와 화제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이 글들을 누가 썼는지, 어떤 생각들을 하며, 무슨 의미들을 담고 있는지 , 그래서 궁금해 읽다 보면 커피는 식어있고 요거트는 따뜻해져 있다. 바쁜 학교 공부로 지칠 때, 유학 생활에 기운 빠지고 많이 외로워지기 시작할 즈음부터, 브런치의 다양하고 따뜻한 글들에 위로받고 때로 가슴 뭉클해지고, 때로 분노하며, 서울에 살 때보다 한국 사람들을  가까이서 이해하게 된 거 같다.


그리고 나도 브런치에 입주했다. 각자의 성향대로, 색깔대로, 저마다의 사연대로, 브런치 작가들은 다양한 모습들 대로, 각양각색의 집들을 짓는다. 아름답다. 그들을 애정 한다. 보이지 않는 어디선가 자신과의 만남을 꾸준히 성실히 이어가고, 삶을 순례하는 브런치 작가들이 삶의 미소와 행운을 놓치 않 끝까지 항해하길 빌어본다. 


코로나 문제가 없었다면, 프랑스 리옹에서 출발한 이삿짐 트럭이 예정대로 3월 말 포르토 이곳 새 아파트에 도착했을 테고, 정리하느라 가구와 먼지 사이를 누비고 있었을 텐데, 브런치의 글들을 읽을 여유는 까맣게 잊은 채... 마무리되려던 리옹 아파트 처리도 취소되고,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까지 통행제한이 시작되어, 이 세 나라를 거쳐와야 하는 우리 이삿짐 운송은 기약 없이 연기되고...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겪으며 일상이 정지되어 버린 답답함과 다시 언제  소박하고 순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으로 우울증에 갇혀 코로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감금? 동안 글 읽고 읽다가 지쳐서 나도 몇 자 적어가기 시작했다. 무료함도 달래고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우울증도 다독거리기 위해, 그리고 보내볼까?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또 신청하면 되지, 하며 브런치에 작가 신청 버튼을 사뿐히 눌렀다. 주말의 기다림도 나쁘지 않았다. 응징해야 할 원흉 같은 바이러스 재난에 뜻밖의 선물을 얻게 되었다. 살림이 없어 테이블과 침대 두 개 달랑 놓인 텅 빈 아파트에서 글만이 유일한 친구가  되더니 그 친구가 선물을 보내왔다. '브런치 초대장' 친구야 고맙다. 하우스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거기엔 나의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인생엔 넘어짐이 있지만,  전에는 볼 수 없보석 같은 전리품들이 깜짝 선물처험 기다리고 다. 삶은 슬픔 뒤에, 아픔 후에, 절망 끝에 놓여있는 보물 찾기인가 보다. 브런치의 일곱 빛깔 무지개 같은 삶의 이야기들 속에 나도 한 빛깔로 곱게 비추고 싶다. 브런치의 글들이 내게 삶의 반전과 삶에 대한 겸손함을 깊이 생각하게 한 것처럼, 나의 글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미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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