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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Jul 11. 2020

또 맥시멀 라이프

아휴, 미니멀하기 어렵다.




2020. 7. 10. 금요일


이삿짐이 모두 빠지고 의자 두 개와 책상 하나, 이불 두 세트, 행거 하나만 남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았던 공간에 들어있던 짐들은 어마어마했다. 버리기도 쉽지 않았고 딱히 버릴만한 것도 없는데 살림살이가 너무 많다. 무엇을 이토록 많이 지고 사는지...


짐 줄이려고  가구 몇 개를 뺀다고 했더니 이삿짐센터 매니저가 놀란 토끼 눈으로 왜 빼냐고,  차 크다고 다 가져갈 수 있다며 "노 프로블렘"을 외친다. 우와 미니멀 좀 하려고 애쓰는데, 이삿짐 포장하는 아저씨가 되려 다 가져가란다. 남편과 나는 큰 맘먹고 이것저것 놔두려고 했는데 기사 아저씨 강권?으로  다 실렸다. 직원들이 짐 싸기 힘들 텐데, 다 가져가라고 하며 열심히 포장한다. 생각해보니 유럽에서는 뭐하나 딸려오는 상품 같은 건 절대 없고 간단한 소품 하나 구입에도 배송비에 택스에 배보다 배꼽이 실제 커진다. 그래서 다 가져가라고 설득? 하나보다.


깨~끗하다.


어제 이곳 프랑스 직원 5명이 오후 4시까지 뚝딱 포장해놓고 오늘은 포르투갈에서 온 운송 트럭에 짐을 실었다. 어제 포장하며 짐을 무척 빨리 싸길래 속도감은 좋았는데, 오늘 트럭으로 옮기며 사고가 나고 말았다.  매우 매우 아끼는 거실 테이블이 바람에 넘어져 상판이 깨졌다. 16년 전 코엑스 리빙 가구 인테리어 페어에서 전시되어 있던  테이블이 첫눈에 맘에 들어 그 자리에서 계약하고 행사 끝난 뒤 배송받은 것. 우리 해외 올 때 언니가 자기에게 넘기라고 한 것도 뿌리치고 태평양 대서양 넘어 프랑스까지 잘 실고 왔는데 여기서 쿵 하고, 거의 히스테리가 발산되고 말았다. 그 많은 짐들 중에 아끼는 물건이 손상되고,,, 그래도 잠시 진정하며 사람 안 다치고 다행이라고 추슬렀다. 그들도 하느라고 열심히 하다가 실수한  것이니 어쩔 수 없고, 속상하지만 어쩌랴. 포르투갈 이사센터 . 아저씨가 수선해주겠다고... 쩝쩝... 돌 상판인데 깨진 돌은 어떻게 수선하는지... 쩝쩝.. 빨리 잊고 브런치에 글 쓰며 다른 생각하자. 문장 손보고 맞춤법 수정하고.. 배는 무지 고픈데... 저녁 먹거리는 빵 밖에 없고,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없는 주방은 현대인에게 그냥 사막이다. 그나마 한인 마트에서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라면 잔뜩 사서 실어보내고 남은 짬뽕 라면과 비빔 냉면이 있어 내일 식사는 한식?으로 마무리 예정.


핑크빛 석양

이사 트럭은 주말이 끼여서 3,4일 후에 포르토에 도착하고 우린 이틀 자고 주말에 항공으로 다시 포르토에 가면, 끝나지 않던 여행에서 이제 코비드 속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한동안 거대한 짐 속을 누비며 헤매며 정리한다고 씨름하면 더운 여름이 더 뜨거워지겠지. 그래도 좀 시원한 여름이기를...

애정 하는 테이블은 사고당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아침 예보에 있던 광역성 뇌우내리지 않아 감사하다. 짐 무사히 실고 트럭은 잘 떠났고  텅 빈 집안을 남편은 깨끗이 청소하고, 난 이사하는 동안 종종거리며 다니느라 완전 파김치 상태인데, 속상한 맘 달래며 브런치 하고. 남편이 꽝꽝 걸레통 돌리는 소리가 텅 빈 아퍼트를 쿵쿵 울린다. 고단하고 어지럽던 하루가 잘 마무리되고 여름 저녁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누군가의 성실한 땀과 노고가 우리의 삶을 또 편하고 안정 속에 계속되도록 도와준다. 그들에게 감사하며, 이 모든 안전과 순탄한 진행이 이루어지도록 돌봐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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