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부터 유럽 간 항공편이 재개되고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간의 국경 통제가 해제되어 이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1일 첫날 낮 리옹 항공편을 예약했는데 항공사에서 오버부킹이었는지 좌석 구매를 안 한 상태에서 저녁 편으로 변경하라고 메일이 왔다. 늦은 저녁 리옹 공항에 도착했고 아파트에 들어서니 밤 12시가 넘었다. 오는 중에 반가운 구경거리가 있었는데, 5년간 한 번도 본 적 없던 뮤지엄 콩플루언스 야경의 모습을 달려가는 택시 안에서 잠시 한가롭게 차창 풍경으로 즐길 수 있었다. 최근 프랑스 미니시리즈 중 오케스트라 악단의 내부 스토리를 다루었던 배경 무대로 등장하며 그 독특한 모습을 선보였는데 그 건물의 야경 장면은 처음 보았고 미디어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 야경이 소박한 리옹에서는 매우 인상적인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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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련된 몇 가지 일들을 처리하고 4개월 전에 정리했던 짐들을 다시 확인하고, 포르토에는 한국 마트가 없어 김치와 라면 장류 등 기본 한국 식료품을 넉넉히 구입했다. 장류이다 보니 무게가 엄청났고 김치를 사기는 했으나 3일간 가노라면 트럭에서 신김치가 되겠지만 아쉬운 대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9일 짐 포장하고 10일 트럭에 싣고, 이사 마칠 때까지 다시 국경이 봉쇄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것저것 바쁜 마음으로 정리해 나갔다. 프랑스 입국과 포르투갈 입국 때에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하고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하여 작성해야 하는 코비드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했고, 포르토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포르투갈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한 코비드 관련 서류를 작성해 제출했다. 개인 정보와 증상 관련 등의 내용을 담은.
다행히 우리는 12일 돌아와서 14일 정오에 잘 도착한 트럭을 만났다. 짐을 다 내리고 그날 다 짐을 풀 수 없어 다음 날 짐 푸는 작업을 위해 3명의 직원들이 다시 와서 짐 풀고 전등도 달고 못도 박아 그림도 걸고 세탁기도 연결하고 무엇보다 상판 깨진 테이블도 나름 수리를 해와서 크게 티 나지 않고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다른 서랍장 다리가 부러져 짐 정리하는 중에 다시 수리해오고... 그냥 그러려니 하자. 물건 망가지는 거에 좀 무뎌지기로 하자. 오래되었으니 망가질 수 도 있다고... 그래도 아무 흠들 없이 깨끗이 쓰던 물건들이 이번 이사에 여기저기 손상되며 이들의 손놀림이나 주의력이 절대 한국 사람들 따라갈 수 없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국이 그토록 빠른 성장과 웬만한 모든 것에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이들이 하는 엉성한 손놀림이나 마무리를 보면 정말 답답해서 입까지 한숨이 차지만 불평을 꿀꺽 삼키고 돌아선다. 한국인들의 일 솜씨는 단연 세계 최고, 방역에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일에서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세계가 다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도착하고 1주일 동안 부지런히 짐 정리를 대체로 마치고 그다음 주에 예정되어 있던 아파트 내부 보수 공사가 시작되었다. 거실의 부분적인 마루 바닥 교체와 베란다 방수와 타일 교체 등, 한국에서 하루면 끝날 것 같은 작업이 여기서는 항상 2배의 시간으로 2배의 인원으로 진행되는데 작업이 세분화되어 있어서 담당 기술자가 다 다르다. 시멘트 깨는 기술자는 시멘트만 깨고 방수 시트 작업과 타일 작업은 동일하고 마루 바닥도 뜯어내는 작업자와 시공 작업자가 다르고,,, 아무튼 비교적 간단한 보수 공사인데 왔다 갔다 등장하는 기술자들은 많고 그들과 어떤 주제로 얘기해야 하는지 자주 헷갈린다. 매니저에게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무슨 공사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고, 그럭저럭 하다가 베란다 방수와 타일 작업은 오늘 완료되었는데 벽의 페인트 도장은 또 페인트 담당 기술자가 온다고... 아무리 봐도 한국에서라면 넉넉히 1주일 공사인데 한 달도 넘게 걸릴 것 같은...
프랑스에서 많이 적응된 편이었는데, 이 곳은 프랑스보다 더 천천히다. 아주 천천히... 프랑스에서 이사 한번 하려면 6개월에서 1년 걸리고, 집수리도 3개월에서 6개월은 미리 예상해야 하고... 빨리빨리 한국 스타일을 많이 잊어가고 있다. 이사해서 짐 정리는 되었는데 가구 위에 천들이 덮인 채로 또 다른 어수선한 상태가 한 달 안에 마무리되면 좋겠다. 그런데 8월 휴가가 있는 건지 일하는 것 같기도 하고 휴가 간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느낌의 모호한 상황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보수 공사를 알아보니 미국과 유럽에서 건축자재 및 관련 소모품을 대량 취급하는 Leroy Merlin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면 거기에 파트너십으로 연결되어 있는 작업 업체들이 각각 필요한 공사들을 해주고, 비용 대비 일반 업체보다 저렴했다. 르로이 메르랑에서 구입하면 부품 비용이 저렴한 대신 그 파트너 업체들과는 직접 소통은 할 수 없고 그 불편이 상당히 크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사로 인테리어 전문 업체가 연결되었고 공사비의 60%를 선지급하며 르로이 메르랑에서 구입한 제품에 대해서만 서비스를 지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따로 업체와 공사 내용을 다시 작성해야 했고... 이 공사도 올해 초 3월에 예정되었다가 코비드 난리에 지금 하게 되었지만 이제라도 하니 다행이다.
이사한 7월 그 셋째 주에는 이틀 정도 30도 가까운 한 여름 더위로 땀이 범벅이었는데 한 주가 지나고 나서는 여름의 이상 저온 탓인지 더위가 가시고 아침저녁에는 무척 선선해져서 솜이불을 덮고 잔다. 8월에는 바람이 더 강해져서 여름 더위는 사라졌고 창문마다 강한 바람 소리에 전혀 8월 같지 않은 여름을 보내고 있다. 시원해서 좋지만 지구가 매우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아니면 좋을 텐데, 아무래도 이건 여름의 정상적인 날씨는 아닌 것 같다. 포르토가 작년에 30년 만의 이례적인 폭염이었다고 하며 올해는 아마도 이례적인 이상 저온인 것 같다. 여전히 마스크 쓰고 공사하는 동안에도 작업자들과 틈틈이 대화하며 조심하지만 간혹 마스크 잊고 문득 한마디 건네다 남편의 잔소리 한 번씩 듣고 나서 다시 마스크 찾아 쓰고, 그래도 이사하며 공사하며 코비드 위험해서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조심하며 일상이 되다 보니 두려움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 리스본은 아직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안심할 수는 없고, 이곳포르토 사람들은 비교적 마스크 착용을 잘 준수하는 편인 것 같아 다행이다. 시원해진 날씨에, 시원한 정도보다 추운 날도 더러 있고... 가구며 방이며 모습들이 자리를 찾아가고 세밀하게 다시 정리되면서 몸은 조금 피곤해도 마음도 정서도 안정되어가고 있다. 작은 방에 만든 작은 서재에서 유튜브도 보고 오늘 브런치에 글도 써보고, 예전에 식탁으로 사용하던 원탁 테이블이 이제 내 서재 책상이 되었고 테라스 1인용 의자 두 개를 들여놓으니 테이블과 어울리는데 남편은 베란다 의자 내놓으라고 서로 옥신각신... 베란다에는 큰 의자와 테이블만 덜렁 놓기로, 나는 베란다 안 나가는 걸로,
오늘 저녁엔 포르토 와인으로 정신없던 7월을 보내고 반가운 8월을 맞이해야겠다. 서재 창가에는 달리는 차들의 소음이 감사한 저녁이다. 소음 없이 정적으로 죽어있던 도시가 다시 살아가고 있으니 다행이다. 소소한 일상의 감사함을 매일 찾아내며 감사하기를 잊지 말아야겠다. 겸손할 수 있는 길이며 재난 속에서 혼란에 저당 잡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