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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Sep 02. 2020

탄수화물 파티와 소소한 일상

체중을 줄일 것인가, 짜증을 줄일 것인가?

2020. 9월 1일.


8월에 아파트 보수 공사를 하느라 이사 후 정리하지 못했던 자잘한 것들, 아파트 천정 높이에 맞게 커튼 단을 줄이기 위해 잘라 내고 그 넓고 넓은 단을 몇 개씩 손바느질로 마감하고 나니 눈은 침침해지고 두꺼운 천을 바늘로 찌르며 손가락도 같이 여기저기 찔려 파상풍 걸리지 말라고 소독약으로 헹구어 내고,,, 서울에서라면 길이만 알려주면 수선집에서 깔끔하게 재봉틀로 마감해주는 것을 여기서는 일단 사람을 불러야 하고 수선은 어디서 하는지 모르겠고 재봉틀이라도 있으면 박음질할 수 있지만... 등등 소소한 것들이 노동이 되었다. 노동했다고 맘 껏 먹고 잘 자기를 며칠 하니, 아직 산책도 못 나가고 별 운동량이 없는 상태여서 체중도 복부 지방도 자꾸 쌓여가고 있었다. 정리가 끝나자 요가하고 다시 나온 복부를 줄이려고 며칠간 탄수화물 양을 많이 줄였더니 복부의 라인은 다소 줄고 체중은 평상시로 돌아가는 것 같았는데, 그 사이 짜증이 엄청 늘고 새벽에는 태울 열량이 없어서였는지 살짝 오한까지 났다.


오늘부터는 자질한 정리도 없어 드디어 며칠 간의 절식을 포기하고 탄수화물을 포식? 하기로 했다. 그래 봐야 튀김 감자와 호박죽, 밀가루 범벅인 어묵, 마늘버터 바게트, 1주일에 겨우 한번 해먹을 간식 종류를 오늘은 한 번에 해놓고 왔다 갔다 하며 계속 먹고 있다. 앉아서 먹기만 하면 또 복부 지방이 걱정되니 한 가지 한두 개 먹고 움직여서 또 간식거리 가져오고, 호박죽 수프는 노란 황금 색처럼 참 이쁜 색이 되었다. 지난주 목요일에, 우리 장보는 요일, 마트에 고운 주황색으로 빛나던 호박을 하나 사서 오늘 해부를 했다. 물론 큰 식칼로 잘라야 했고 여느 때처럼 손가락에 또 칼집 훈장을 살짝 남기고는, 잘게 쓸어 큰 냄비에서 두 시간쯤 끓였다. 호박죽과 호박 수프의 중간쯤인 호박죽 수프에는 거의 다 끓을 때 우유와 버터와 설탕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마무리했다. 죽 맛을 위해 이곳의 리조또 용 쌀을 처음에 같이 넣었더니 오돌오돌 살짝 쌀 씹히는 맛과 감이 괜찮았다.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으니 기분이 좀 편해지고 확실히 기분은 나아진다. 평소에는 절식하던 탄수화물을 몰아서 먹을 때면 피자를 자주 먹는다. 함께 섞여있는 단배질이나 채소들이 탄수화물의 정체를 약화시켜 주기도 하고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콜라로 위도 대청소? 하고.. 아직 이 곳에서 피자 배달은 안 해봐서, 찾아보고 싶지만 코비드 때문에... 모든 것이 이제 자가 가동으로 전환됐다. 냉동 피자를 사봤는데 정말 두 번은 못 먹겠고, 냉장 피자도 내용물이 너무 부실해서... 피자 만들기에 도전해야 하려나.. 유튜브를 뒤져 야겠다.       


그래도 이곳에서 이사하면서 자가로 해결한 게 많아 비용도 절약되고 살림 기술도 조금 진보한 것 같다. 이 곳 날씨는 낮에는 평균 22-25, 새벽에는 13-17도로 가을 같이 선선해서 저녁에는 이불을 따뜻하게 덮어야 , 나는 전기담요까지 켜야 하고... 정신없는 7,8월이 그래도 덥지 않아 덜 힘들게 마무리된 것 같다. 물론 계속 집에 갇혀 지내고 공사며 이사 후 정리와 각자 담당 과제 등으로 부부싸움은 거의 매일 일과처럼 벌어지지만 오히려 자주 하니 이제 그것도 적응되어? 가려고 한다. 이 곳도 코비드의 증가는 멈추지 않고 있지만 일상에서 점차 삭막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 곳에 이주를 준비하며 알게 된 브라질인 그녀가 오늘 일이 있어 우리 아파트에 왔는데 이전에도 몇 번 왔었고 제법 친해졌지만, 코비드로 조심하느라 서먹하게 인사 나누고 거실에서도 서로 1미터는 떨어져 대화하고,,, 또 담당 변호사와 통역사와도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올해 안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


이메일로 간간히 안부와 진행 상황 등을 주고받지만 점점 서로 너무 사무적이 되어서 정서도 같이 딱딱해진다. 가끔 만나 식사도 하고 담소도 나누어야 서로 소통도 연하게 할 수 있는데 이메일만 주고받으니 감성은 삭막해지고 관계는 평면적이고 단편적으로 흐른다. 아파트 베란다 누수 공사를 마치고 났더니 이번엔 다른 방 실에 누수가 있다고 아랫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고 머리야!, 공사 끝나고  좋아라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아랫집을 방문하게 되었고 통성명을 하였고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그녀가 이 곳 포르토에 한국 레스토랑이 생겼다고 그들 가족이 2주일 전에 다녀왔다며 반갑게 알려준다, 난 아직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는데, 내게는 김치 때문에 한국 마트가 더 아쉬운데, 리스본에서 김치를 소포로 주문해서 먹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지난 여행 메모 수첩도 있고 생활도 안정되어 가고 있어 유럽 여행 25일 여행기를 다시 이어갈 수 있을 것 갔다. 언제나 여행 트렁크가 대기 중이던 여행 마니아 우리 부부가 부부 다툼이 많은 건 여행을 못 가서다. 여행 간다고 계획 세우고 돌아와서 다음 여행 준비하느라 다툴 시간이 없었는데,,, 아직 못 간 곳이 많은데,  여행 갈 수 있는 그 시간을 위해 다시 체력도 관리하고 여행지도 틈틈이 찾아서 메모해 두어야겠다. 조만간 끝날지도 모르니까... 하느님, 이 역병의 재앙이 곧 끝나서 저희들이 일상생활의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무엇보다 여행을 가야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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