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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May 16. 2020

'삶의 쓰나미 '

씁쓸한 오만함에 대하여




일상의 안정감이 순식간에 바이러스의 쓰나미 앞에 맥을 못 춘다. 여기저기 무너지고 있다.  달나라도 화성도 몇 광년 너머 우주도 기웃거리며 마구 치솟던 인간의 위용이 순식간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 들었다.


망원경으로 광대우주도 엿볼 수 있는데, 광활해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우주를 향해 어마어마한 불길을 내뿜는 신박한 로켓도 발사할 수 있는데, 생물 실험실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현미경을 뚫어져라 봐도 바이러스를 정복할 날은 요원하다.


지구촌에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인간이 스스로 회복할 여력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 이 지구에 필요한 일들을, 그 과제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는 데, 왜 막대한 그 자본들을 엉뚱한 곳에 쏟아붓고 있을까, 거대한 우주 속, 살기 좋은 이 파란 별 지구 곳곳에서 생명의 비명들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데, 왜 인간은 현실 너머 허망한 외딴곳에 헛발질을 하고 있을까. 화성은 그 어디에 있는 커다란 돌덩이며, 우주선은 우리에게 무슨 꿈을 실어다 줄까.


삶의 거짓과 굶주린 생명들과 전쟁의 상흔들이 지구 곳곳에 널려 있지만 인류에 대한 진실은 점점 사라지고, 너만이, 나만이 홀로 존재하는 미소한 지구인들로 전락하고 있다. 물질은 넘쳐나지만 정의는 메말라가고, 탐욕은 끓어 솟구치고 있지만, 인간의 심장은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다.


노래는 하지만 옥죄여 갇혀버린 슬픈 어린 자아들의 비루한 몸짓들이 미디어를 장식하고, 끔찍한 작위들에 중독된 관종의 열광은 식을 줄 모르며, 자본가들은 배를 채워간다. 인간의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 인간 시장 진열대에서 팔려나가기를 기다리는 지구 이제 모든 것이 거래되고 있는 만능 울트라 수퍼마켓이 되었다. 누군가의 아이도 누군가에게 매매되고 신체의 필요한 장기도 자신의 죽음 대신 타인의 신체를 이용할 수 있다.


한 명의 죽은 자가 여러 고귀한 생명들을 온전하게 돕기도 하지만, 다른 어둠의 제국에서는 그 장기도 구매할 수 있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1분에 몇 명쯤 세상을 하직하지만, 다른 대륙 저 높은 공중에서제 한 몸을 거대한 공간에 널어놓고 막강한 전용기의 퍼레이드를 호사스럽펼친다.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자본주의의 이름으로 물질은 풍요의 마약이 되고, 황금은 행복의 독약이 되어도, 인간은 더 갖고 더 움켜쥐며, 이 잔인한 행보는 끝날 줄 모른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해와 달과 별과 바람은 늘 그것인데, 인간의 발걸음은 어떻게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이 지구에 남겨야 할까.


각양각색의 문명의 기술들은 우리의 영혼까지 파고들어 현혹시키고  고고한 학문들은 그들의 견고한 탑 속에서 알듯 모를 듯 수수께끼 같은 억만 개의 이론들을 뿜어내고 있다. 먹거리는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미지의 곳 어디선가 어린 생명은 굶주림으로 떠나가고, 요로운 먹거리를 외면해야 성공하는 다이어트의 폭력에 많은 여성들은 오늘도 굶주린다.


그 고가 의상이 찬란해 보이기 위해, 모델들은 잔인할 정도로 말라야 하고, 빛나는 청춘들을 카메라의 무지한 렌즈 속에 가두어 만들어낸 역겨운 환상은 인간의 불타는 허영들을 만족시키, 패션 자본가는 모델들의 숨통을 쥐락펴락하는 동안 돈주머니를 불려 간다.


푸른 황금 아보카도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넓은 대지와 울창한 숲을 갈아엎고 주먹만 한 열매로 황금의 배를 채우는 그들은 자연의 신음 소리는 절대 듣지 않는다. 그 신음 소리가 그들에게 노란 황금을 부어주니까...


검은 대륙의 다이아몬드를 하기 위해 사악한 탐욕가들은, 그 대륙 사람들의 손목을 절단한다. 그 피 묻은 시뻘건 다이아몬드는 하얀 탈을 쓰고 세계를 누비며 저주 어린 수명을 지속한다.


우리는 알고 있지만 생각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만 안 사면 나와 상관없이 넘길 수 있다.  저렴한 물건에 환호를 보내지만 가냘픈 노동력이 흘린 비참한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페트병 생수를 시원하게 들이켜지만, 플라스틱으로 장기가 정복당해 죽어가는 거북이는 이국 먼 바닷속 이야기일 뿐이다. 북극곰이 조각난 빙하 파편 끝자락에 앙상하게 매달려 있는 건 그린피스가 알아서  이다.


우린 너무 바빠서... 그런 이슈는 사회 활동가들과 정치인들과 과학자들의 과제이다. 우린 자기 앞의 삶이 너무 버거워서 돌아볼 수 없다. 자신은 앞으로 앞으로 가야 하니까.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가치 있는 보석이며, 바다 거북이는 다른 바다에 또 있을 테고, 북극곰은 동물원에서 볼 수 있으면 그만이다.  


떠다니는 빙하 조각에 가죽 늘어진 채 굶주린 북극곰은 그 뉴스 화면을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그 북극곰의 처연한 눈빛 같은 건 기억할 필요가 없다. 우리 사는 삶만으로도 벅차니까. 생각하지 않고, 연민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으면 된다. 아슬아슬한 살얼음 걷듯 나만 조심해 걸으면 되지, 환경 생태가 내게 밥을 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지구는, 지구의 생명들은 오늘도 고통받고 소외되고 버려지지만, 성공과 부와 권력이 지상의 최대 가치로 자리 잡은 지구인들의 세상에서, 요란한 팡파르와 화려한 네온등 아래 불나방처럼 모여 사는 지구인들에게,  실패와 가난과 작은 생명들은, 그들의 쾌락과 유쾌함을 방해하는 불편한 이슈거리일 뿐이다.


파란 별 지구는 거대한 미지의 블랙 홀로 걸어가고 있다. 점점 검은색이 여기저기 떠다닌다. 까만 돌덩이로 변한 지구별이 어느 미래 외계인에게 발견되면, 아름다운 이 별에 평화로운 인간들이 살았던 걸 알 수 있을까...


플라스틱과 캔과 폐지를 열심히 분리수거하고, 물 한 방울 아끼려 수도꼭지를 낮춰보고, 버리는 음식물 없도록 재료들을 조절해보고, 자전거도 타고, 걸어 다니며, 전기 소비 줄이려 콘센트를 살펴보고, 다른 생명체들을 관찰하고,,, 


더 무엇을 해야 할까, 파란 지구에서 파란 하늘과 파란 평화의 깃발이 계속 펄럭이도록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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