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밤 이곳 포르토에 도착해서 그다음 날부터 시작된 통행제한으로 어제까지 집에 푹 박혀 있었다. 1주일에 한번 장보기 하는 주 1회 외출만으로 길고 긴 7주를 견디어 냈다. 오늘 드디어 남편과 산책을 다시 시작했다. 47일 만의 산책이지만 정확히는 60여 일 만의 산책이다. 프랑스에 있던 2,3월 내내도 거의 감금 수준으로 지내서 필요한 용무 외엔 역시 집콕했었다.
처음 포르토에 왔을 때, 숙소는 지금 아파트와 다른 동네였지만 강과 가까워서 자주 강변을 산책했었다. 강변 작은 카페 식당에서 포르토 와인 두 잔과 간단 요리로 저녁을 먹고 불빛과 강물이 서로 주고받으며 넘실대는 야경을 감상하며 강 쪽으로 한번, 바다 쪽으로 한번 왔다 갔다 하면서 대략 1시간 정도의 편안한 산책을 즐겼었다.
강 건너편이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아파트 단지를 지나 강변으로 가려면 동네 작은 성당을 지나서 좁은 골목길을 800미터쯤 걸어 내려간다. 왼편에 높이 설치되어 다리 같지 않은 아라비다 다리가 나타나고 여기서 오른쪽 방향으로 15분쯤 걸어가면 대서양이 시작된다. 왼쪽 아라비다 다리를 두고 오른쪽은 대서양이고 앞쪽은 "Villa Nova de Gaia" 지역인데, 포르토와 빌라 노바 드 가이아 두 지역 사이를 흐르는 도우로 강 하구엔 빌라 드 노바 가이아 지역 쪽으로 요트 선착장이 있고 꽁꽁 묶여 있는 요트들이 멀리 보인다.
동네 성당
4월에는 14-16,7도 정도로 비 오거나 해 나거나 하던 날씨가 오늘은 20도를 넘어서 한낮에는 뜨거운 햇살에 24도를 넘었고 내일은 갑자기 최고 27도로 오른다는 예보가 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걸으니 작은 땀방울이 솟고, 오랜만에 신선한 바람의 향기와 사람들 사이를 지나온 삶의 향기들이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주말이기도 하고, 그리도 놀랍기만 하던 충격의 절정기를 지난 걸까 , 산책에 조깅에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래도 옆에 지나가기 전에 서로 거리 두며 비껴가고, 가까이 닿지 않으려고 자잘한 몸짓들을 해야 했다.
강변 옆의 이름 모르는 건물
마음 편히 유유자적하는 낭만산책은 아직 어려웠다. 사람 피해 길 건너고, 옆으로 돌아가고, 멈춰 섰다 걸어가고,,, 그래도 1시간쯤 걸었고 비타민 디도 충분히 합성시켰고, 두 달 만에, 봄의 끝자락에서 햇볕을 쪼이며 바람을 마시고, 봄의 향기를 맘껏 흡입했다.
자연의 선물은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도우로 강하구와 대서양이 만나다.
집에 들어오자 우린 즉각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가듯, 바로 손을 정말 씻고 또 씻은 다음, 모든 외출복과 소지품을 샅샅이 걷어내서는 털고 빨고 닦고 말리고 하느라, 1시간 산책에 1시간쯤 방역 법석을치러냈다.
바이러스야, 이제는 제발 안녕하자. 박쥐 먹는 그 사람들도 많이 반성했을 거야. 이제 우리 인간들 살던 대로 좀 편하게 살면 안 될까.
아휴, 갇혀 지내기 정말 힘들다.
자유여, 일상이여, 어서 와다오. 더 착하게 살께, 불평 줄이고 선한 일 더 많이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