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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May 05. 2020

'내 시간의 갤러리'

글쓰기의 즐거움

 



*2020, 5, 3. 일요일에,


어제 60여 일만의 산책은 기록할 만한 사건?이었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은 소소한 일상이 활자와 사진과 더불어 가상공간에 실체로 재탄생되는 즐거운 작업이 되었다.


사건들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가볍게 여기고 지나쳤던 들 속에서 아, 그거였나! 하며 새로이  깨닫기도 한다.  


애써 붙잡지 않으면 어느샌가 사라지는 순간들을, 이름도 문학적인 "작가의 서랍"에 수시로 보관할 수 있고, 흘러가는 상념들을 차근차근 모아둘 수 있다.


산책길에 돌아오며 마주쳤던 길가 풍경들과 향기롭고 따스했던 봄날의 햇살은 카메라에 담고, 떠오르던 단상들은 "작가의 서랍"에 넣어놓으면 지나간 순간들이 필름처럼 그 안에 찍혀있다.


1시간의 산책 후에, 1시간의 방역 작업을 마치고, 차 한 잔과 간식을 먹으며, 서랍을 열어 나열된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고, 소소한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며 문맥을 이어나간다.


앞 뒤 문장을 읽어보며, 표현이나 묘사가 원하는 의미에 맞게 구성되었는지 살펴본다. 표현이 과장되지는 않았는지, 중요한 의미를 놓치지 않았는지 문장들을 천천히 읽어 본다.


읽기에 큰 불편이나 부담스러움이 안 느껴지면 맞춤법 검사를 실행하고, 폰 갤러리에 저장된 사진들 속에서 어울릴 것 같은 장면들을 첨부하고 저장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예비 독자가 되어 사건들을, 감정들을, 느낌들을, 의미들을 다시 음미하면서 읽어본다. 시간이 여유롭거나 발행이 급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또는 전날 글을 마쳤다면, 발행 전에 다시 읽어보고 편하게 읽히면 그다음 발행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프로필 홈페이지에 공유를 알린다.


"작가의 서랍장"이 된 옷 서랍장, ^*^


브런치를 시작하며, 되도록 하루에 1편씩 글을 올리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기다리는 독자도, 마감을 요청하는 에디터도 없지만, "작가의 서랍"도 규칙적으로 비워주고, 브런치 하우스의 내 방에도 작품이 차곡차곡 쌓여 가면 마음이 정말 든든해질 것 같다.


계속 글을 올리게 되면, 스스로 꾸준히 글쓰기를 훈련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하는 동안 성실함과 지구력을 키울 있으며 마음정리와 정돈도 쉬워지지 않을까,


학교 공부를 오래 하면서 자발적 글쓰기나, 자유롭고 영혼이 담긴 글쓰기와는 멀리 살았다.

기승전결, 줄 맞춤, 서론, 본론, 결론, 특히 번거로운 각주 달기의 어려운 리포트 작성은 언제나 힘들었다. 중학교 여름 방학 동안, 1주일에 2,3번씩 독후감을 써야 했던 부담스럽던 기억과 초등학교 때, 방학이면 정신없이 놀다가 개학 전 몰아 쓰기 하던 일기도,.. 내게 글쓰기는 오랫동안 제출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과제의 대상이었다.


브런치를 만나고서 이제 그런 압박감 없이 매일 편하게 나와 마주 앉는다.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무심히 지나쳤던 나의 시간들을 상기해보며,  글 속에 나의 얘기들을 써내려 간다,  글에 위로도 받고, 뒤로 밀어 놓았던 것들을, 안에 눌러 놓았던 것들을 펼쳐 , 자유롭고 차분한 나와의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매여있던 마음의 틀을 풀기도 하고, 굽어있던 기억들을 곳게 펴주며 내 삶의 흐름을 바라본다.


우물에서 길어 올리는 시원한 샘물처럼,

뜨거운 태양에서 퍼져 나오는 따뜻한 햇살처럼,   브런치에서의 글쓰기는 소박한 도서관도 되고, 삶의 휴양지도 되고, 기억서랍장도 되어준다.


브런치에서의 이 시간이 아니었으면 무척 지루하고 어수선해서 무얼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혼란의 시기에 브런치와의 만남은 큰 축복이 되었다.

 

브런치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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