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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May 08. 2020

'내면의 노트'

나를 위한 글




나를 위한 글과 타인에게 보이는 글은 분명히 다르다. 독자가 설정되어  타인들에게 읽히기 위한 글은 글 쓰는 주체는 자신이지만,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한 점을 3자의 시선으로 이해 가능하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주관적 해석이지만 객관적 잣대가 반드시 있게 되고 독자들은 그 지점에서 자신들의 양분을 섭취한다.


자신을 위한 글은 제삼자에게 이해받기 위한 객관적  시선을 배제하고 써가는 것이다. '내면'을 관찰하며 자신의 감정의 흐름, 순간의 느낌들을 포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누구도 읽지 않아도 되기에 자유롭고 솔직하게 느낌 그대로 적어보면서 자기 스스로 의식이나 감정의 변화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먼저 간단한 단어들만 나열해 놓는다.  다음에는 단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나 시간이 될 때, 자연스럽게 낱말 잇기 하듯, 주어 "나"를 넣어 동사나 목적어를 찾아보고 수식어 없이 단순한 문장을 만들어 본다. 이때 문장을 잘 구성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그 문장을 속삭이듯 읊조려본다.


요약해보면:


1. 떠오르거나 생각나는 단어들을 적는다.

예를 들어,

-무기력, 절망, 분노, 답답함.

-글 , 싫다. 원고료, 생활비,

-가족, 주방, 일거리, 피곤,

-회사, 갈등, 프로젝트, 지침

-공부, 불안, 학위, 취업,

-그녀, 그, 이별, 슬픔,

-A, 만남, 질투, 부러움, 우울..

기타 등등


2. 단순한 문장을 만든다.

-나는 지금 무기력하고 절망에 빠져 있다.

-나는 글을 쓰기 싫다. 원고료는 생활비다.

-A를 만났는데 질투가 나고 부럽다. 그래서 우울하다.


3. 목적어나 동사를 다른 단어로 바꾸어 본다.

바꿀 수 있는 단어들을 떠올려보고 다시 한두 개 문장을 만들어본다.


4. 간단한 그 문장을 자신에게 조용히 읽어준다.

"너, 오늘 무기력하구나, 그때 질투가 났구나, 지금 글을 쓰기 싫은데 억지로 쓰고 있구나."  그 다음,  "너 지금 이런 상태야" 하고 속삭여준다.


5. 그 문장을, 그 글을 들은 나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 나의 감정이 느낌이 상태가 이렇구나 하며 잠깐 동안 머문다. 이때 "너 그 정도에 이러는 거야"등의 가치 평가나 판단은 절대 하지 않는다.


6. 틈틈이 일상생활 중에 그 문장을 떠올린다. " 너 오늘 이런 약한 상태야, 그러니까 다치지 않게, 또는 실수하지 않게, 또는 어떤 것에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 하며 가끔씩 잊지 않고 주의를 환기하며 되뇌어본다. " 나 오늘 피곤하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 이 정도만 해도 그 상태에서 잘 한 거지" 하며 자신에게 격려를 자주 건넨다. 물론 계속 불만과 불안 상태로 하루를 마감할 수도 있다.


7. 저녁에 그 메모를 들여다보며, "그래서 오늘 힘들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잘 견뎌냈다.", "A가 미워서 당분간 거리를 둬야겠다.", "회사 새 프로젝트는 언제나 힘든 거지 뭐, 그래도 또 어떻게 해내겠지, ",  결과를 정리하듯 한 두줄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되도록 매일 꾸준히 한다. 한 달 뒤 당신은 자신의 감성 에세이를 쓸 수 있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사소한 습관이지만, 매일 세네개의 문장으로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데 멋있게 근사하게 잘 쓰려고 하지 않을수록 좋다. 감정이나 에너지 소모가 없이 잠시 잠깐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에게 보이는 글들은 어쩔 수 없이 문장의 구성, 단어 선택, 의미 전달, 문맥 흐름, 글의 형식 등 당연히 이 모든 요소를 충족시켜야 하기에, 자신을 살펴보고 응시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면 노트'는 우리 마음을 스스로 소소하게 돌볼 수 있는, 작지만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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