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란, 나를 세우는 의식이다

연필을 깎는 행복 속에서

by 세레인


9월을 마무리하며 가계부와 연금 정리를 했습니다.

새로운 10월을 맞이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고, 지난달 목표 달성 여부도 살펴보았어요.



문득 방문에 붙여둔 독서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9월은 유난히 바빴고, 독서에 힘을 주지 못했다는 걸 알았죠.

그래도 5권이라니… 너무 적더군요.



게다가 두 권은 재독이었습니다. 환테크 강의를 들으며 어려워서 『나는 주식 대신 달러를 산다』와 『달러투자 무작정 따라 하기』를 다시 읽었거든요.



25년에 운동, 독서, 글쓰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매달 실천하며 독서표를 만들어 기록했습니다.

3월부터 시작한 기록을 살펴보니 3월에는 11권, 4월엔 8권, 5월엔 9권, 6월엔 10권, 7월엔 4권, 8월엔 10권을 읽었네요. 9월까지 총 57권입니다.



일 년 동안 80권의 책을 읽겠다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은 더 오래 걸리기에 제게 맞춘 목표였죠.



책 읽기는 양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목표를 세우면 하루의 독서 리듬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서 좋아요. 특히 독서를 막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매일의 독서 습관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긴 연휴에 들어가면서 달리기와 독서에 집중했습니다.



새벽 달리기를 마치고 커피를 내려 자리에 앉았어요. 책 읽을 때 늘 곁에 두는 인덱스와 빨간색 연필을 꺼내 들었습니다. 심이 짧아져 오랜만에 칼로 연필을 깎았는데, 그만큼 독서를 덜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네요.





이런 시간이 참 좋습니다. 책을 읽기 전, 작은 의식처럼 커피를 준비하고 연필을 깎는 그 순간들 말이죠.



요즘은 책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습니다. 집중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한 권을 꾸준히 읽지 못하고, 기분에 따라 자주 바꿔 읽곤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어제 읽던 『챗봇 2025』를 덮고,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 돼 다시 『코스모스』로 넘어가더군요.



커피를 더 진하게 내려 마시며 한 시간은 『코스모스』에 집중했습니다. 어수선한 마음을 다잡든지, 아니면 날려버리든지 해야겠지요.



어려울 때 항상 책이 힘이 됐습니다. 그래서 읽히지 않는 날도 그냥 책을 펼칩니다. 읽는 행위 그 자체에서 마음이 정리되기도 하고, 단순히 "했다"는 완료감도 주니까요.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이 반복을 제 정체성으로 삼고 싶습니다.

단순한 행위가 몸에 각인될 때,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거라 믿습니다.




"안다는 것은 그것에 의해 자신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중에서




책을 읽고, 알았고, 이해했다면 내 삶에 적용해 내가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롭게 성장해 가는 일.

실행까지 마쳐야 비로소 독서의 완독이 끝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지난달 독서 속도가 더뎠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읽는 즐거움이 아니라 적용해서 내 것으로 만들다 보니 느려졌던 거죠. 독서에도 조급증이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나의 속도에 맞게,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천천히, 느리지만 꾸준히, 매일 읽기를 이어갑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으로 나만의 의식을 만나는 여정.

독서란 제게 작은 언덕을 오르며 만나는 풍경이자 환호이자, 가슴속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기쁨입니다.

오를수록 더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것을 알기에, 힘든 자갈길도, 가파른 오르막도, 가끔 돌아가는 길조차 만족스럽습니다.





이제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왔습니다.

빨간 연필을 더 자주 깎게 되는 날이 곧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책을 펼치고 그 속으로 천천히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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