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랑 연애할래?

by 세레인

by 세레인



지독하다는 표현이 어울렸던 올여름.


"여름? 여름은 원래 더운 거잖아..."

"겨울? 추워야 겨울답지..."

"봄, 가을은 짧아서 좋은 거야..."


날씨에도 무덤덤이었던 나의 성향이 나이 들면서 바뀌는 걸까?

더위도 추위도 그러려니 넘기던 내가 몇 년 전부터 계절의 바뀜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갱년기가 티 나지 않게 오기 시작했고 부러 느끼지 않으려고 모른척했다. 간간이 몸에 열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참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어서 잠시 머물다 갔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갱년기의 증상 때문인지, 장마가 아니라 우기로 바뀌는 날씨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름을 보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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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뜨고 더우면 옥상으로 올라갔다. 새벽임에도 바람 한 점 없이 붉은 자태로 이글거리는 하늘이 얄밉게만 보였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기온 한가운데에 앉아 책을 보고 글을 쓰고 경제 공부를 하는 일상이 고되기만 했다. 그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여름은 고집스럽게도 가지 않고 버텼다.


길어지는 여름을 보고 옛 어른들처럼 절기를 따져보며,

"처서로구나. 더위가 멈출 거야"

"더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흰 이슬이 맺히는 백로다. 저녁에라도 선선했으면..."

굿을 하듯 무더위가 지나가기를 바랐다.


여름은 어느새 버티는 계절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급작스레 찾아온 가을.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다가

낮에는 잠시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온도.


반팔을 입기도 긴 팔을 입기도 애매해

결국 한 손에는 간절기 점퍼를 들고 반팔을 입는다.


어느새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선풍기 바람이 싫어 옆으로 비켜선다.


따뜻한 커피는 점점 더 맛있어지고,

이불을 돌돌 말고 잠드는 시간이 늘어난다.


가을이 그렇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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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매미 울음소리에 여름이 끝났음을 알았는데도 가을은 섣불리 오지 않더니,

몇 번의 비를 지나 어느새 소리 없이 내 곁에 와 있었다.


가을 하늘이 너무 예뻐 고개를 살짝 들어 눈길을 올린다.

안 그래도 잘 넘어지는데,

나이 들어 다치면 회복이 더딜까,

조심스레 흘끔거리며 하늘을 바라본다.


무언가를 해내느라 수고한 올 한 해를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다

몸도 마음도 연말을 향해 미리 가느라 바쁘다.


그러다 가을을 즐기려고 하면 넌 벌써 저 멀리 가 있겠지.

그제야 아쉬워하며 내년 가을을 기약할 것이다.


그러지 말자.

긴긴 여름을 지나고 기다렸던 계절이다.

올가을은 단 한 번 뿐이니 제대로 만나보자.

쳐다만 보지 말고 즐겨보자.

또 소리 없이 훌쩍 가버리기 전에, 가을과 연애하듯 가까이서 느껴보자.


연예인 보듯 흘끔거리지 말고,

안아보고 느껴보고 향을 맡아보자

곳곳에 가을이 묻어 있다.


가을을 걷고,

가을을 맛보고,

가을을 만져보고,

가을에 빠져보자.


이 좋은 계절을 건너뛰고 겨울을 맞이하기엔 섭섭하지 않은가.

겨울에 가서 후회 말고,

짧지만 강렬한 가을과 연애하자.




그런데...

연애를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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