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미술관과 뮤지컬

엄마와 영국 여행-2 : 내셔널 갤러리,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by 세런 Seren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는 런던의 시내 한복판에 있는 미술관이다.

이곳은 대부분의 영국 미술관, 박물관처럼 무료 관람할 수 있고, 작품을 촬영할 수도 있다. 나는 작품 하나하나가 아닌, 미술관 내부 인테리어만 봐도 너무나 멋있는 이곳을 엄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근위병 교대식을 보고, 간단하게 티 타임을 하고 미술관에 도착하니 12시쯤이었다. 미술관은 대기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림으로 가득한 방들을 지나다 발길을 멈추게 하는 그림 앞에서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를 즐겼다.

마담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의 초상화

엄마는 마치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린 귀부인의 초상화를 한참 보았다. 인자하고 우아한 얼굴을 가진 중년 부인의 머리 위 레이스와 꽃과 잎 문양을 수놓은 드레스, 그녀의 반려견과 부유함을 한껏 보여주는 장식품들이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을 보내고 미술관을 나왔다. 여전히 맑은 날씨였는데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덥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미술관의 여운을 느끼며 내셔널 갤러리에서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qre)으로 향하는 길에 엄마를 세워 계속 사진으로 담았다. 참고로 트라팔가 광장의 사자 동상 위에는 올라가도 된다. 다만 생각보다 동상이 높아서 여자 혼자는 어려울 거 같다. 나는 예전에 남동생과 왔을 때 동생이 먼저 올라가 위에서 끌어올려준 덕에 사자를 안고 찍어 본 적이 있다.



어디서 찍어도 인생 사진이 될 수 있다.

종종 한국에서 내가 가 본 곳의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면 반갑다. 아는 사람이면 여행의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길을 지나가다 보면 저 사람도 거길 방문했구나, '나도 저 에코백 살 걸!'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 영국의 던트 북스(Daunt Books) 에코백도 나름 한국인이 많이 사 오는 기념품으로 자리 잡은 거 같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던트 북스 메릴본(Marylebone) 지점을 방문했다.


나는 외국을 가면 서점을 꼭 들르는 편이다. 책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는 게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덤으로 한국의 서점처럼 문구, 잡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혼자 여행할 때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공부용 단어 책이나 재밌게 본 영화나 드라마의 원서를 사 오기도 한다.

이 날은 친구네 2살 아기에게 줄 멜로디 책을 샀다.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영국에 와서 산 첫 기념품이 친구네 아기 거였다!) 아기들에게 피아노, 피리 등 악기를 알려주는 책인데 표시가 있는 곳에 손가락을 대면 동물들이 특정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나는 책이었다.


던트 북스에서 세계지도책을 보는 엄마, 던트 북스 에코백, 메릴본 거리를 걷는 엄마

첫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우리는 뮤지컬을 보러 갔다.

나는 같은 해 고시를 합격한 언니와 영국을 처음 방문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언니 덕에 하루에 한 편 꼴로 우리는 뮤지컬을 봤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앓기 전이었던 그 해에는 뮤지컬을 하는 당일 아침 일찍 극장 앞에 가서 줄을 서면 단 돈 5파운드에 시야제한석인 맨 앞 줄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총 네 편의 뮤지컬(마틸다, 알라딘, 라이언킹, 위키드)을 보았는데, 그중 위키드는 아무 배경지식 없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 감동을 받아 최애 뮤지컬이 되었다. 덕분에 몇 년 뒤 영국을 재방문했을 때 두 번 더 가서 보았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도 세 번이나 내돈내산 관람을 했다!)


오페라의 유령 OST가 나오는 피아노

한편, 내가 받은 감동을 엄마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 가기 전부터 영국에서는 꼭 뮤지컬을 봐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다. 나는 위키드를 권했지만, 엄마는 줄거리를 아는 내용을 보고 싶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골랐다.


생각해 보니 '오페라의 유령'은 엄마와 내가 추억을 공유한 작품이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한창 만화책으로 유행했는데, 마침 '영화 오페라의 유령'이 나와 비디오를 빌려 와 엄마와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즈음 엄마가 나와 동생의 등하교 길을 운전하면서 들은 노래 중 하나가 The Phantom of The Opera였다. 가사는 여전히 "The Phantom of The Opera"만 들리지만, 넘버의 전주부터 반복적으로 나오는 '그 음'을 들으면 자동반사적으로 흥분하게 된다.


영국에서는 뮤지컬을 1년 내내 볼 수 있다. 라이언킹, 위키드 등 대부분의 유명한 뮤지컬은 전용 극장이 있다. 그중 오페라의 유령은 내셔널 갤러리 근처에 있는 국왕 폐하의 극장(His Majesty's Theatre)에서 볼 수 있다. (영국 군주의 성별에 따라 이름이 His-Her로 바뀌는 극장이다.) 극장 내부엔 귀족들의 초상화가 있어 마치 과거 왕족들과 귀족들이 공연을 보러 온 오페라 하우스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객석에 앉기 전, 건반이 저 혼자 눌리면서 가장 유명한 넘버인 The Phantom of The Opera의 전주가 나오는 피아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과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 좋았지만 공연장이 좀 더워서 힘들었다. 100년 도 더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실내에 냉방 시설이 따로 되어 있지 않은 거 같았다.


한편,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카페 밖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야외에서 티 타임을 즐기는 문화가 있나 보다 생각했지만, 실제 경험해 보니 내부가 더워서인 거 같다. 해 질 무렵 카페 내부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뜨끈, 미지근한 온도에 결국에 엄마는 체기까지 느꼈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었을 것이다.) 어쩐지 카페 건물을 따라 줄 지어 있던 좌석에 사람들이 다 앉아 있던 이유가 있었다. 덕분에 카페 안에는 사람이 없고, 밖에만 있다면 들어가기 전에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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