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싶을 땐 옥스퍼드, 쉬고 싶을 땐 코츠월드

엄마와 영국 여행-3 : 옥스퍼드, 코츠월드

by 세런 Seren

"현지에서 일일 가이드 투어를 적절하게 활용할 것!"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부모님을 모시고 갈 때는 패키지여행으로만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일일 가이드 투어의 장점은 세 가지다.


우선, 매우 편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도보든, 대중교통이든, 가이드가 직접 모는 차든 그저 따라가면 된다. 가이드 없이 근교를 갈 경우, 다음 장소로 이동하거나 복귀하는데 신경 쓰느라 막상 내가 있는 곳을 감상할 여유가 없게 된다. 하지만 투어를 하면 그 고민을 가이드가 해준다. 또한, 이동하면서 가이드가 방문할 곳에 대한 정보나 현지 생활 팁을 알려 주기도 하고, 바깥 풍경을 보거나 찍은 사진들을 정리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에 대한 기억이 더 오래간다는 점이다. 가기 전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부모님의 돌발 질문에 당해낼 수 없다. 그럼 마치 서너 살 먹은 아이가 보는 것마다 '이게 뭐야?'라고 물을 때의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1년 내내 같은 곳을 설명하며 때로는 물음표 살인마도 만나 단련된 가이드에게 부모님을 맡기길 바란다. 또한 가이드 없이 관광 명소에서 사진만 찍고 바로 이동한 경우, 돌아와 사진을 보고서야 '내가 여기도 갔구나!' 싶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를 곳에 갔는데, 이왕이면 더 오래 추억할 수 있도록 가이드와 함께하길 추천한다.


마지막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바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해 본 거의 모든 투어에서 가이드가 장소마다 설명을 마친 후 사진을 찍어주었다.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부탁한다 하더라도, 혼자 가면 독사진 찍기 어렵고, 친구든 가족이든 같이 가면 다 같이 찍은 사진을 찾기 어렵다. 특히나, 지나가는 외국인 1에게 사진 촬영을 맡겼다가 그들의 독특한 구도에 당혹스럽기 쉽다. (가끔 서양인이 건질 만한 사진을 찍어주면 놀란다.) 하지만 투어를 하면 가이드의 숙련된 촬영 스킬을 이용해 '인생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인' 가이드에게 '노하우'가 더해져 명소마다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현지에서의 일일 가이드 투어' 예찬론자가 되어 서론이 길어졌다.


존 래드클리프(John Radcliffe) 박사의 동상

엄마와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한 지 둘째 날, 우리는 옥스퍼드(Oxford)와 코츠월드(Cotswolds)를 가는 근교 투어를 신청했다. 신기하게 이날 아침 런던은 비가 꽤나 내렸는데, 우리가 간 곳들은 세상 맑은 날씨였다. (심지어 런던으로 복귀했을 때는 비가 그쳐 있었다!) 게다가 신청자가 엄마와 나뿐이라 가이드와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며 맞춤 투어를 했다.

첫 방문지인 옥스퍼드는 '도시 자체가 옥스퍼드'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런던 시내에도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지만, 옥스퍼드는 황금빛의 웅장한 건물들이 성벽처럼 이어져 있어 절제미와 웅장함이 더 느껴졌다. 한편, 옥스퍼드 대학에서 시작해 케임브리지 대학, 하버드 대학으로 이어졌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엄마는 그 유구한 역사에 감격한 듯했다.


이곳저곳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미리 예매한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 칼리지로 이동했다.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옥스퍼드 대학에는 작가 J.K. 롤링이 해리포터를 창작할 때 영감을 준 요소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크라이스트 처치의 그레이트 홀(Great Hall)이라고 한다. 들어가는 순간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에서 매번 볼 수 있는 호그와트의 연회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해리포터 이마의 흉터 모티브,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그레이트 홀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를 나와서는 옥스퍼드 시내를 걸었다. 엄마는 런던과 다른 분위기에 들뜬 것 같았다. 다음 행선지인 코츠월드로 가면서 '내가 옥스퍼드 대학원 갈 테니까 와서 한 달 살기 해'라고 말했는데, 내가 요크로 가는 바람에 옥스퍼드는 다음 기회에 또 여행을 와야겠다.


옥스포드 시내를 걷다가 찍은 사진들

다시 차를 타고 달려서 도착한 곳은 코츠월드의 비버리(Bibury)라는 한적한 시골 동네였다. 하나 같이 뾰족 지붕과 연한 회갈색의 돌로 만든 집들 사이에 주변의 나무와 풀들이 대비되어 마치 싱그러운 녹빛 속의 요정 마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어딜 보아도 푸릇하고 싱싱한 초록과 졸졸 흐르는 개울 물에 눈과 귀가 맑아졌다.


코츠월드 풍경

또 한 번 차를 타고 달려간 곳은 코츠월드의 버튼 온 더 워터(Bourton-on-the-Water)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서울의 청계천 같은 얕은 개울을 두고 영국의 전통 가옥들이 줄 지은 게 눈길을 끈다. 또한, 멀리서도 수면 아래 돌 하나하나를 셀 수 있을 만큼 맑은 물이 흐르고, 몇 백 년 된 듯한 버드나무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 마냥 사람들의 그늘이 되어주는 동네였다. 앞서 방문한 비버리가 은퇴한 노인들의 천국이라면, 이곳은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강아지의 천국 같았다.


버튼 온 더 워터 풍경

끝으로 가이드마저도 놀랄 만큼 맑은 날씨에 엄마와 영국의 전원을 볼 수 있어 감사한 하루였다.

한편, 이 날을 기점으로 나는 일일 가이드 투어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아졌다. 투어가 아니었다면 코츠월드처럼 자가용으로 와야 하는 동네에 오지도 못했을 것이고, 하루 동안 여러 도시를 다녀올 정도로 알차게 보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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