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요크!

나도 영어 잘하고 싶어!

by 세런 Seren

출국 전 부모님 집에 정확히 2주 있었는데 그 시간이 금방 갔다. 드디어 비행기를 탈 날이 왔다. 마치 큰 시험을 앞두고 차분해지고, 평상시처럼 덤덤했던 것처럼 출국 디데이에도 담담했다. '이제 가는군', '가긴 가는군' 싶었다. 한편 짬짬이 준비를 많이 한 거 같은데도 부족해서 아쉬웠다. (파워 J로서 자존심 상함)


(좌) 최종 가져간 짐 (우) 위탁수하물로 붙이고 들고 탄 짐

엄마와 둘이 공항버스를 타고 무려 5시간 걸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1차 녹초가 되었다. 짐을 마지막 날까지 쌌다. 최종적으로 이민가방 2개, 기내용 캐리어 1개, 배낭, 노트북 가방, 태블릿 가방, 쇼핑백 1개까지 총 7개로 정리했다. 이걸 어찌어찌 공항 캐리어에 분배해 담고 끄는데 손잡이를 올려야 움직였다. 반에 반쯤은 내가 들고 가는 억울함이 들었다. 가뜩이나 캐리어가 말썽인데 하필 버스 내린 곳과 반대편에 내가 탈 KLM 카운터가 있었다.


셀프 체크인 하는 곳에서 직원이 오늘 기내가 만석이라 기내용 캐리어도 무료로 위탁할 수 있다고 했다. 추가하는 거라 셀프가 안 되니 카운터로 안내해 주셨다. 위탁할 짐들을 올렸는데 무게가 꽤 초과했다. 다행히 직원 분이 친절하게 방법을 알려주신 덕에 초과한 짐 무게만큼 재포장해서 해결했다. (하지만 재포장하는데 1시간 가까이 걸려 또 한 번 녹초가 되었다.)


드디어 위탁수하물을 붙이고 탑승권을 받았다. 집에서 깔끔하게 목욕재계하고 왔는데 짐을 들고 내리고 하면서 꼬질 해졌다. 화장실에서 어찌어찌 수습하고, 남은 시간에 아빠와 이모들과 통화했다. 그리고 2주 간 나랑 같이 짐을 싸고, 오늘 하루 종일 고생한 엄마를 공항버스 타는 곳으로 바래다주었다. 엄마가 버스 타는 것까지 보고 가면 좋았을 텐데 출국심사까지 1시간도 안 남아 이른 작별 인사를 했다.


좌석 간격이 엄청 좁지만, 첫끼로 비빔밥 주는 KLM
암스테르담 내리기 전 마지막 식사

요크에서 가까운 맨체스터 공항으로 들어가기 위해,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편을 탔다. 볼 만한 영화가 많았는데 밤 비행기를 탄 데다 이미 타기 전에 녹초가 되어서 기절하듯 잠을 잤다. 13시간 가까이 날았는데 깨어 있었던 시간이 거의 없었던 거 같다. 영국 가는 기분을 내기 위해 선택한 Kingsman: The Golden Circle 한 편만 겨우 보고 내렸다. 보다 졸려서 한 서너 번을 끊어 봤지만, 콜린 퍼스의 "Manners maketh men"은 들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경유편 타기
비행기에서 보이는 맨체스터 풍경이 끝내준다!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했다. 엄마와 보이스톡으로 통화했다. 음량이 깨끗해서 국내에서 통화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번에 엄마 아빠에게 카카오톡으로 하는 보이스톡과 페이스톡하는 법을 알려드렸다. (엄마가 여태 이걸 안 쓰고 돈 낸 게 아깝다 했다(?) 국내에서는 통화가 무제한이고 영상 통화할 필요가 없지 않냐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았다.) 여하간 다시 암스테르담에서 맨체스터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한 30분 정도 비행해서 정시에 도착했다. 착륙 전 맨체스터 도시가 보이는데 날씨도 좋고 예뻤다.


공항택시 기사님과 만나서 가는 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내렸다. 우선 전자 여권 심사가 가능하지만, 학생 비자를 받았으면 여권에 실제 도장을 받는 게 좋다고 해서 직원 창구로 갔다. 영어 면접이라 생각하니 긴장되었다. 준비해 간 입학 증명서를 내밀었는데도 도장을 계속 안 찍어줬다. 알고 보니 직원이 학비를 보고 놀라서 그런 거였다. 국제 학생이라 그 돈을 받는다고 말해줬다. 그 결과 여권에 붙어 있는 임시 비자 스티커인 비네뜨(vignette)에 무사히 입국 확인 도장을 받고 나왔다.


다음으로 위탁한 짐들을 찾을 시간이었다. 맨체스터 공항에서 캐리어를 쓰려면 1파운드를 내야 한다. 그 와중에 2파운드짜리 동전을 넣었더니 거스름돈을 먹어 버렸다. (당황해서 뒤에 분한테 눈빛으로 SOS를 쳤는데 '기부'라는 단어가 딱 들렸다. 뭐 이런! 어쩐지 사람들이 다들 카드 결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탁한 수하물 4개가 모두 도착해서 기분 좋게 캐리어에 싣고 나왔다. (무거웠지만 닥치니까 혼자서도 잘해요!)


미리 예약한 공항택시 기사님을 만날 시간이었다. 사전에 5파운드를 추가하고 meet&greet 서비스를 신청했다. 입국장에서 기사님이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계시는 서비스였다. 문을 나오자마자 정면에 내 영어이름이 보였다. 기내 들고 탄 짐들은 전부 메고, 캐리어 하나에 이민가방과 나머지, 이민가방 하나는 끌고 가던 중에 기사님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바로 앞에 가 "me! me!"라고 했다. 옆에 계시던 엄마 나이대 아주머니가 그 해맑은 영어를 귀엽게 봐 웃어주신 거 같은데 지금 생각하니 약간 민망하다. 어찌 되었든 드디어 맨체스터에서 요크로 간다.

한편 오기 전에 엄마 아빠에게 '아이쉐어링'이라는 어플을 깔아 주었다. 그룹에 있는 사람끼리 위치와 배터리 잔량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어플이다. (내 기숙사를 '집'으로 설정해서 내가 기숙사를 나가면 부모님에게 알람이 간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엄마가 어플 화면을 캡처해서 '너 여기 지나고 있다.'라고 보내줬다. 엄마가 조금은 안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드디어 요크 시내 입성
내가 2년 간 지낼 기숙사
내 방

기사님이 리셉션까지 짐을 다 내려주시고 떠나셨다. 체크인하면서 열쇠를 받고, 드디어 내 방으로 왔다. 방에 들어선 순간 대학에서 unconditional offer를 받자마자 이 방을 계약한 보람이 있었다.

이 건물에 있는 방은 Premium과 Classic studio로 나뉘는데, 같은 Premium이라도 구조와 크기가 다르다. (방 크기가 28㎡에서 36㎡까지 있는데 내가 고른 게 하나뿐인 36㎡) 따라서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나는 2월 경에 건물 도면을 보고 구글지도까지 매치해 본 후, 일찌감치 계약했다.


시내 구경하기

2시간 꼬박 들고 온 짐을 정리한 뒤, 마트를 가기 위해 나섰다. 어제는 요크에 비가 왔다는데 오늘은 너무 화창했다. (마치 나를 반겨주는 것처럼!) 날씨 요정이 오늘도 힘을 썼다. 와서 간단히 해 먹고, 깜박 잠이 들었다. 다시 산책을 나갔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 요크에 입성한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쉠블즈 거리(The Shambles)를 갔다. 이곳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유명하다. 좁은 골목길 사이에 옛 건물과 고풍스러운 간판, 쇼윈도로 보이는 장식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나저나 현지인 영어가 너무 안 들려서 큰 일이다. 더불어 말도 안 나온다. (당황하니 계속 악순환인 듯!) 하지만 계속 부딪히면 어떻게든 되리라 믿고 버틸 거다. (안 그러면 어쩌겠어!) 그래서 다음날 요크대 동아리에서 하는 'Sunday Walk'를 나갈 예정이다. 1시간 반 정도 걸으면서 얘기하는 모임이라는데 K-근성으로 잘 어울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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