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에 스며드는 중

Womens Social Walk York 친구들과 Sunday Walk

by 세런 Seren

시차 적응하는데 하루도 안 걸렸다. 그래서 평소처럼 6시에 기상했다. 일어나 엄마한테 영국 모닝톡을 했더니 엄마가 면역력 떨어지니 더 자라 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수없이 들은 '잠 좀 자라'의 영국판인가!) 하지만 이미 잠이 깨서 더 잘 수가 없었다. 어제 못한 Temu 쇼핑을 하다 아침 먹고, 챗지피티와 영어 말하기를 1시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첫 클럽 활동을 하러 나섰다!


푸른 하늘의 요크

오늘 클럽 활동은 Women Social Work York라는 클럽에서 주최하는 'Sunday Walk' 프로그램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클럽인데 요크 주변을 1시간 반 정도 걷고, 카페에서 수다 떨면서 마무리하는 매우 건전한 모임이었다. 인스타에 공지된 시간보다 10분 일찍 나가 모임 장소인 요크 민스터(York Minster)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더니, 리더인 맥케일라가 알은체를 해주었다. 못 만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주말 농장 같은 곳
호박은 곧 있을 할로윈에 쓰일 거 같다고 했다!

나를 포함해 5명이 오늘의 sunday walk 멤버였다. 3명은 원년 멤버였고, 1명은 나와 마찬가지로 이 모임이 처음인 친구, 로라였다. 로라는 독일 퀠른 출신이고, 5년 전쯤 코로나 시국에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박물관에서 일하는 직장인이었다. 작년에 가족과 독일을 다녀온 얘기, 3년 전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퀠른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러 간 이야기를 했다. 또 어제 요크에 도착했다는 얘기를 하고, 내일부터는 학기 시작하기 전 덴마크 여행을 다녀올 거라고 했더니 쉬는 날(day-off)이 없다며 신기해했다.


한편 맥케일라가 앞장서 길 안내를 하다 신입인 우리를 챙겨주었다. 요크가 고향인 맥케일라의 직업은 요리사인데 베이킹을 잘하며 이 모임을 시작한 지 2년 가까이 되었다고 했다. 한참 대화하면서 걷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농장에 도착했다. 일정 비용을 내고 분양받아서 쓰는 곳이라는데 한국의 주말 농장 같았다. 울타리 너머 꽃과 농작물들을 보니 영국 출신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작가가 쓴 피터 래빗이 떠올랐다.


큰 해바라기와 작은 해바라기
다시 요크 민스터로

1시간 반을 꼬박 걷고 요크 민스터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발목 부상으로 오늘 걷기 모임은 불참한 또 다른 원년 멤버를 만났다. (팔목에 아직 남아있는 푸른 멍과 손바닥 까진 거까지 보여준 쾌활한 언니였다!) 우리는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자리를 잡고, 각자 카운터에 가서 주문했다. 자연스럽게 더치 페이하는 문화가 신기했다.


각자의 음료와 디저트로 컵케이크 하나씩 놓고 그룹 채팅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멘붕이 왔다. 대화를 따라가기 바쁘고, 내가 아는 주제가 아니면 거의 이해 못 하고 넘어갔다. 어디서 누가 말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박자 늦게 이해하면 끼어들 엄두가 안 났다. 일 대 일 대화가 엄청 쉬웠다는 걸 깨달았다.

1시간 조금 안 되는 대화가 끝나갈 무렵 다 같이 일어났다. 2시간 반의 살아있는 영어 공부를 마치며 나의 하루 영어 총량을 다 채운 기분이었다. (이 총량이 늘어나는 날까지 열심히 기웃기웃해야지!)


멀리서 뛰어탈 거처럼 바람잡은 뒤, 바로 앞에서 기어 올라타는 아저씨

같은 방향으로 오던 친구들과 헤어진 후 킹스 스퀘어(King's Square)에서 서커스를 하고 있어 잠깐 구경했다. 맥케일라에게 Clothing rack을 어디서 파는지 아냐고 물어 알게 된 바닛(Barnitts) 매장을 갔다. 온갖 잡화를 파는 곳인데 옷걸이, 빨래 건조대는 있는데 옷걸이 행거는 안 보였다. 결국 점원에게 물어봤는데 엄청 친절하게 찾아주려 했다. (Clothing rack으로 상품 조회가 안 되니까 shoes rack으로 검색해 역으로 찾으려 했다. 하지만 신발 선반 있는 곳에 옷걸이 행거가 없었다. 그러자 작년에는 clothing도 재고가 있었는데 더 안 들어왔다며 다른 가게를 알려주기까지 하셨다.


요크 시내 건물들은 고풍스럽다
나무와 잔디로 푸릇하다 못해 녹조로 강물까지 푸릇

잡화점 구경을 실컷 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비가 쏟아질 거 같아 근처 마트로 피신했다. 장을 보고 나왔더니 비가 그쳐있었다. 영국은 비가 자주 오지만, 2,30분 내외로 짧고 가볍게 오는 거 같다. (그래서 날씨 예보에도 비가 뜨지 않는 듯!)

집에 들러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다시 산책을 나왔다. 오전과 다르게 구름은 끼었지만 반팔티 하나 입고 걷기 좋은 날씨였다. 알찬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일 덴마크 여행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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