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이 푸릇푸릇, 요크 사대문 안에 사는 나
오늘은 새벽 3시 반쯤 눈이 떠졌다. 이유는 너무 더워서. 나도 모르게 전기장판을 너무 올렸는지 뜨거워서 깼다. 다시 잠들기 어려워 미뤄둔 영국 계좌와 카드 발급을 진행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의 은행 어플로 외국 계좌에 바로 입금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화를 입금하면 그걸 환전해서 외국 계좌로 입금해 주는 중개 플랫폼을 이용해야 한다. 외국 은행 계좌번호 찾는 것부터 애를 먹었지만 이른 아침 차분한 마음으로 한 덕에 하나 배웠다. 이어서 온라인 재외국민등록 신청도 했다. 넷플릭스 my list도 업데이트했는데 한국 넷플에 없는 영국 작품들이 많아 새삼 감동했다! (해리포터, 빅토리아, 다운튼 애비 짬짬이 봐야지!)
새벽을 불태우고 아침을 먹었다. 영국 3일 차, 요리 똥손인 나는 밀프랩을 사 먹고 있는데 오늘은 조금 더 응용했다. (양념소가 들어간 양송이에 날계란 하나를 깨 넣어 렌지에 돌렸을 뿐이지만!) 여기에 퀴노아 샐러드와 올리브, 모짜렐라 치즈를 곁들였다.
오늘 오전은 학생증 수령을 하러 갈 계획이었다. 학교까지 도보 30분이 떴는데 바람이 선선하니 슬슬 걸어보자고 나섰다. 새벽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 나오니 화창했다. 걷다 더워서 걸치고 간 옷이 짐이 되었다.
한편 가는 길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푸릇했다. 엄마와 실시간 톡을 하는데 엄마가 아이쉐어링으로 위치를 보니 지금 아무것도 없는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그냥 초원이었다. 말 풀 먹이는 곳인지 길에 정체불명의 무더기도 있었다.) 다행히 학교 근처로 갈수록 백팩 또는 에코백 든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대학원 건물에 도착했다. 요크대도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처럼 칼리지 제도를 운영하는데 그중 대학원생 전용이 바로 WENTWORTH다. 명칭은 요크셔 출신의 영향력 있는 정치인 Thomas Wentworth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들어가니 내부가 알록달록 아늑해 보여서 좋았다. 학생증과 웰컴 기프트를 받아 나왔다. 이번에는 온 방향과 반대로 안내하길래 또 걸었다.
걷다 보니 바로 어제 Sunday Walk에서 친구들과 걸어 요크 민스터로 돌아오는 루트와 같았다. 이 성곽길 입구와 문을 어제도 통과했는데, 여기서 내 기숙사가 가깝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조선시대에 사대문 안에 사는 양반된 기분!)
1시간 가까이 걷느라 허기졌다. 점심을 먹고 일주일 가량 비울 집 정리와 덴마크로 갈 짐 정리를 마무리했다. 이제 또 집을 나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