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외국 가기 참 힘들다

맨체스터 공항까지 가는 험난한 여정

by 세런 Seren

이번 주부터 Welcome Week가 시작된다. 다음 주가 한국으로 치면 수강신청 정정 기간 같은 수업 OT 주간이고 그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될 듯하다. (이미 주 5가 확정된 상황이라 매우 심난하지만 어쨌든!) 따라서 이번 한 주 동안 덴마크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내가 사는 old town에서 요크역 가는 길

영국오기 전에 짜놓은 계획을 미세하게 보완해 전날 밤 '최최종' 버전을 만들었다. (파일명 저장하는 K-직장인) 한편 계획을 짤 때는 늘 열정이 과하다. 그래서 막상 실행할 때가 되면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비행기를 타러 엊그제 잠시 머문 맨체스터 공항으로 다시 가야 했다.

공항 가는 길은 집-요크역-맨체스터 빅토리아역-피카딜리역-공항역 순이었다. (한국에서 인천 공항 가는 건 어느 지역이건 공항버스 한 번 또는 서울역까지 가서 공항철도 한 번이면 가능한데!)

여하간 구글 지도에 찍어보니 집에서 요크역까지 도보로 25분 나왔다. 아침에 1시간 걸었지만 오늘 마지막 걷기니까 출발했다. 초반은 내가 이미 이틀간 뻔질나게 다닌 길이라 익숙했다. 문제는 요크역으로 가기 위한 큰 강을 넘으면서 시작되었다.


요크역 앞 성곽

요크역 가는 길은 고풍스러운 신시가지 느낌이었다. 제로 1877년에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어진 곳으로 현대적인 상권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캐리어를 끈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오전에 학교에서 내려오면서 본 요크 성곽길이 주민들의 산책길 같은 거라면 이곳 성곽길은 관광객용 같았다.

한편 이 거대한 성곽길 때문에 구글지도 경로가 분명하지 않았다. 덕분에 성곽을 올라갔다, 그 아래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가 생쇼를 했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집에서 좀 더 여유 부리다 나왔으면 첫 기차부터 놓칠 뻔했다.


요크역 앞, 기차 내 자리에 탔다.

한 15분 정도 남기고 요크역에 도착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기차도 쉽게 탔다. 미리 예매했더니 내 자리에 reserved 표가 꽂혀 있었다. 이걸 일일이 꽂아 두는 게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검표원이 내가 예매한 자리가 비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라 저런 수작업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여하간 내 옆 자리에도 예약석이라는 표시가 있었는데 그분은 요크에서 내리는 사람이라 두 자리 다 차지하고 갔다. (Split ticket이라 기차 내에서 중간 이동해야 하는 건데 그냥 쭉 앉아 갔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한편 기차를 두 번 환승해야 했다. 종착역인 맨체스터 빅토리아 역에 내렸고, 다음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출발 전광판 어디에도 피카딜리 가는 안내가 안 보였다. 이미 첫 기차가 지연 도착한 탓에 환승 시간이 촉박했다. 내렸던 플랫폼로 가 승무원을 붙잡고 물었더니 피카딜리까지는 기차가 아니라 트램을 타거나 도보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플랫폼을 다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내가 탄 기차 회사 카운터로 가서 트램 타는 곳을 물었다. (이때가 한 5분 남은 시점!) 역사 안에 트램이 있는 걸 알고 냅다 뛰었다. 다행히 말을 잘 알아들어 직원이 알려준 곳 전광판에 표에 적혀있던 트램 번호와 출발 시간이 떠 있었다. 하지만 놀란 마음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자 싶어, 그 트램 앞 직원에게 피카딜리 역 가냐 물었는데 이번엔 반대 방향을 알려주는 게 아닌가. 다시 천천히 '나는 공항으로 가는 길이고 여기서 탈 트램이 피카딜리 역 가는 게 맞냐?'니까 그제야 맞다고 하면서 피카딜리 발음을 정정해 주었다. (미안하지만 구분 못하겠어!)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에서 공항, 내가 탈 항공사 비행기들

나에게 발음 정정해 준 직원과 같이 트램을 탔다. 검표 역할을 하기 위해 탄 거 같았다. 그런데 트램이 가다 갑자기 멈췄다. 갈 생각을 안 하니까 나처럼 캐리어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왜 안 가는지 안내도 안 나온다!) 결국 승객 몇 명이 직원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검표 원이 상황 파악 후 공사 중이라 기차 시간이 급하면 걷는 게 낫다고 했다. 결국 나는 내려서 다시 뛰 듯이 걸었다. 초행에다 구글 지도가 자꾸 경로를 바꾸는 바람에 헤맸다. 거기다 공항 철도 타는 곳은 서울역 내 공항 철도처럼 일반 플랫폼과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정말 2,3분 남겨 놓고 겨우 도착해 기차를 탔다. 아찔함의 연속이었다.


내가 탈 항공사, 맨체스터 상공

이번 여행에서 이지젯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나 말고 항공사가 easy한 비행기인 걸로. 나에겐 쉽지 않았어.) 맨체스터 공항에서 유럽 전역의 작은 도시까지 날아가는 항공편인 듯했다. 그래서 수속까지 어찌어찌 다 하고 들어 왔는데 게이트 번호가 직전에야 떴다. (6시 15분 탑승 마감이라 해놓고 5시 55분에 게이트를 알려줬다.) 결국 폰을 하고 있는데 공항 와이파이가 불안정해서 황당했다. (기본적으로 요크에서도 5g라고 뜨지만 전혀 5g가 아니다. 3g 수준인 거 같다!)


드디어 비행기를 탔다. 공항까지 오는 길이 험난해 컨디션이 안 좋아졌는지 기내가 너무 추웠다. (내가 반팔을 입고 있긴 했지만!) 어디서 계속 바람까지 불어 백팩으로 필사적으로 몸을 가려가며 애를 쓰고 있자 옆자리 승객이 위에 에어컨을 끄면 된다고 했다. 대체 비행기에 에어컨이 왜 있나 싶었다. 그리고 문제는 끄고도 추웠다. 같이 탄 승객 대부분이 긴 팔, 경량 패딩, 스웨터 같은 걸 입고 있는 걸 보며 덴마크도 춥나 싶어 BBC Weather만 믿고 반팔만 거의 챙긴 나를 원망했다. (사실은 이지젯 비행기가 추워서 그렇게 입은 거 같다!) 여하간 1시간 반 정도 짧지 않은 비행 끝에 드디어 코펜하겐 공항에 내렸다.


코펜하겐 공항에서
중앙역에서 숙소 가는 길
숙소 체크인! 오늘의 미션 클리어!

공항에서 출입국 심사를 깔끔하게 통과하고 중앙역 가는 기차를 탔다. 중앙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잡은 숙소를 가는데 적당히 따뜻하고 거리가 깨끗하며 어린 자녀와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보였다. 덕분에 나의 고단한 여정을 위로해 주는 거 같았다. 아슬아슬 빈틈없는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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