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과 번영의 상징, 달라헤스트와 함께
말뫼(Malmö)는 스웨덴 남부 스코네(Skåne) 주에 있는 스웨덴 제3의 도시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세에 어업(특히 청어)으로 번성했고, 이후 덴마크 지배를 받다가 1658년 로스킬레 조약으로 스웨덴에 편입되었다. 코펜하겐에서 40분 정도 기차를 타고 말뫼에 도착했다. 가이드님을 만나기 전 시간이 남아 기념품 구경과 역 주변 산책을 했다.
평일 오전인데 코펜하겐과 비교해 역 주변이 한적했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까지 코펜하겐에 있어서 그런 걸까 싶었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한국인이 아무도 없어 쭈뼛거리고 있는데 시간 맞춰 가이드님이 나타나셨다. 그리고 바로 이동을 했다. 처음 해보는 일대일 가이드 투어였다. 거의 듣기만 하는 투어와 달랐다. 나란히 걸으면서 대화하는 거 같아 재미있고 맞춤형 투어였다.
우선 역 맞은편 Frans Suell Monument(프란스 수엘 기념비) 앞에서 스웨덴과 말뫼에 관한 역사, 지리, 경제 등에 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이어서 동상의 주인공 프란스 수엘이 말뫼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인데 도시 발전을 위해 사회 공헌한 스토리를 들었다.
다음으로 성 피터 교회(St. Peter's Church)에 도착했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붉은 벽돌에서 힘이 느껴지는 웅장한 교회였는데 내부는 아이보리 톤의 웨딩드레스를 연상시켰다. 실내가 화려하진 않지만 우아하게 느껴졌다. 한쪽에 양 인형이 천장을 쳐다보고 있는 게 귀여웠다. 한편 이 교회 외관을 보면 회색 돌들이 보인다. 이건 바이킹 시대 룬스톤(룬문자 새긴 기념비)을 건축 자재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룬스톤이 너무 흔해서 보존 가치가 없었나 보다!)
이어서 말뫼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인 Apoteket Lejonet(아포테케트 레요넷, ‘사자의 약국’)을 갔다. 이름처럼 간판 쓰인 곳에 사자 동상이 있다. 실내는 방금 전에 본 교회보다 화려하고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다.
약국 옆에 위치한 시청사 뒤로 Stortorget (스투르토리옛), 이름 그대로 '큰 광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 자리한 동상의 주인공은 구스타프 2세 아돌프(Gustav II Adolf)인데 스웨덴을 유럽 강국으로 끌어올린 국왕이고, ‘북방의 사자(Lion of the North)’라 불렸다고 한다. 이 국왕이 등지고 있는 곳, 다시 말해 말 엉덩이 쪽은 덴마크 방향이라고 한다. (두 나라는 기네스에 오를 정도로 서로 전쟁한 나라라고 한다!)
큰 광장을 돌아 Lilla Torg(릴라 토르그)로 갔다. 말 그대로 작은 광장이고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어 그런지 아늑했다. 이곳의 건물 지붕 경사가 높은 건 눈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다락 공간이 만들어져 단열에도 도움도 된다고 한다.
한편 앞서 Stortorget (스투르토리옛)을 둘러싼 석재 건물들과 달리, 아담하고 창문이 많지 않은 게 특징이다. 이는 당시에 창문의 크기와 수에 따라 세금을 매긴 전통과 관련 있다고 한다.
무료입장이 가능한 디자인 센터에 갔다. 이곳의 기획 전시는 자주 바뀐다는데 방문했을 때 친환경적인 미래 도시를 주제로 전시 중이었다. (Från källare till kök은 '지하실에서 부엌까지'라는 뜻!)
기차역 기념품 코너에서 본 빨간 말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달라헤스트(Dalahäst)라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다. 가이드님이 이 말이 행운, 복을 상징해서 집들이 선물로도 쓰인다고 했다. (한국의 난 화분이나 휴지 같은 의미랄까!) 마침 릴라 토르그에 수공예 가게가 보여 엄마에게 줄 티 코스터를 샀다. 일대일 투어지만 자유시간도 주셨다.
가이드님이 카페인이 필요한 시간이라면서 커피 맛집에 데려가 주셨다.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를 들어와 안뜰 정원으로 이어지는데 사람들이 많았다. 여유가 느껴졌다. 우리 바로 옆 테이블 손님은 아빠와 아기였다. 스웨덴어로 "Latté-pappa"(라테-파파)인 거 같았다. 육아휴직 중에 유모차 끌고 카페에서 라테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아빠들을 가리키는 표현인데 이곳에선 일상적이라고 한다.
숲에 둘러싸인 듯한 도서관에 왔다. 독서도 좋지만 조용해서 명상하러 와도 좋을 거 같았다. 구관과 신관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데 신관은 자연광으로 밝고, 층고를 높여 확 트인 공간 배치가 마음에 들었다.
도서관을 나와 공원을 걸었다. 공원에도 바닷물이 강, 호수처럼 흐른다. 가이드님이 담수 유입이 많아 염분기가 적고 짠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셨다. 울창한 나무들이 쭉 뻗은 길에 들어섰다. 가이드님이 센스 있게 사진을 찍어주셨다. (웨딩사진 스팟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푸른 하늘, 따스한 햇빛, 선선한 바람이 만나 이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가이드님은 스웨덴에 오신 지 거의 15년 가까이 되시는데 9월 둘째 주에 이런 날씨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지구온난화 여파로 9월에도 날씨가 화창해 여기 스웨덴 사람들이 좋은 날을 즐기면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도 한다고 했다.
공원을 따라 걷다 보면 말뫼성(Malmöhus Castle)이 보인다. 1530년대,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3세가 중세 성을 헐고 르네상스식 요새로 지은 것으로 오늘날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르네상스 성곽 중 하나라고 한다. 성 외관에서 설명을 들은 후 중앙역으로 다시 이동했다. 이제 대학도시 룬드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