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뫼보다 룬드!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곳

by 세런 Seren

말뫼역에서 룬드행 기차를 탔다. 가이드님이 내 취향을 완벽히 파악하시고는 가는 길에 보여주고 싶은 동네가 있다고 해서 기차에서 내렸다.


역에서 나와 길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곳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집 (어쩐지 벤치 아래 요정이!)

룬드 가는 길에 있는 이 동네는 중세 가옥 형태를 그대로 가져와 지은 곳이라고 했다. 알록달록 파스텔 벽을 보니 베니스의 부라노 섬 같았다. 다만 동네에 사람이 무 없어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기차를 타고 룬드로 향했다.


룬드의 전통 가옥들

룬드는 전통 가옥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대 건물들을 채워 넣은 도시였다. 걷던 중에 이끼 같은 풀을 얹은 지붕이 눈에 띄었다. 이곳의 과거 건축 기법이라는데 이렇게 화초를 자라게 하면 보온, 단열 효과가 있다고 했다.


전통가옥을 지나 동네 골목으로

쿨투렌(Kulturen)이라는 한국의 민속촌 같은 전통 가옥 박물관을 돌아 골목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가옥들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집들도 둥글게 이어지는 게 신기하다. 파스텔톤 집들마다 나름 식물로 외관 장식을 해놓았다. 덕분에 푸릇함도 더해진 거 같다. 다음으로 우리는 룬드대학교로 이동했다.


룬드대학교 본관 앞

룬드대학교는 1658년 스웨덴이 덴마크로부터 룬드 지역을 탈환한 후 1666년에 설립한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명문대 중 하나라고 한다. 가이드님이 당시에 스웨덴 고유의 역사,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 지은 곳이라 하면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세 개 국가 언어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세 나라는 서로 다른 말을 쓰지만 의미가 통한다고 했다. 스웨덴어를 익히신 가이드님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순으로 난이도를 평가해 주셨다. (노르웨이어를 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되고, 덴마크어는 독일어에 가까워 꽤 어렵다고 했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가까이 있어도 세 나라가 절대 말이 통하지 않는데 신기했다. 바이킹의 후예라고 하기엔 바이킹 부족들끼리 말이 안 통했다고 해서 정말 미스터리다.

한편 룬드대학교도 여타 유럽 대학처럼 시내 곳곳에 건물이 흩어져있다. 우리는 메인 건물인 본관으로 갔다. 알려주지 않으면 대학 본관인지 궁(palace)인지 알 수 없을 비주얼이었다. 건물 앞 분수와 관련해 네 마리 개구리의 의미에 대해 깜짝 퀴즈를 내셨다. 각각의 개구리는 개교 당시 생긴 네 개의 학과(법학, 의학, 철학, 신학)를 상징한다고 했다. (신학 빼고 다 맞춰서 뿌듯!)


룬드 대성당 외관, 벽에 남은 표식의 의미
기둥 속 주인공은 토속신 가족이라고 한다!
화려한 룬드대성당 내부

룬드대성당은 외관만 봐도 너무 멋있었다. 이 대성당은 루터교를 받아들이면서 다 없애버린 다른 성당들과 달리, 보존된 곳이라고 했다. 한편 화재를 겪으면서 벽면에 화재 흔적이 남아있고, 당시 장인들이 건축할 때 남긴 석공 표식(Masons' marks, 석수 부호)이 보였다.

내부에 들어와 지하로 내려갔다. 대주교 같은 성인들과 사회에 기여한 공로가 큰 사람들만 묻힐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시 올라와서는 자유시간을 가졌다.


가장 신기했던 천문시계
건물 축소판 보러갔다가 이번엔 길 잃은 테디베어 발견

대성당에 들어오자마자 설명해 주신 천문시계는 다시 봐도 신기했다. 현재도 잘 작동 중이고, 달력 역할을 하는 아래 원판의 왼편에 도사 같은 노인이 지팡이로 가리키는 날짜가 정확히 우리가 방문한 날이었다. 이 원판에는 달력이 수명을 다하는 시점도 있는데 그때가 되면 판을 갈아주면 된다고 했다. (순간 지구 종말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음!)

한편 이곳에도 말뫼의 성 피터 교회에서 본 '길 잃은 어린양' 같은 느낌의 테디베어가 있었다. 지친 것 마냥 의자에서 녹아내리고 있는 게 귀여웠다.


슈퍼에서 장보기

가이드님과 아침 10시부터 거의 6시간을 붙어 다녔다. 코펜하겐보다 이곳 물가가 더 싸니 장보고 가면 좋다는 추천에 따라 나는 남아서 룬드를 좀 더 구경하기로 했다.

가까운 슈퍼에 들러 탄산수와 먹거리를 샀다. 작은 새우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양이 많으니까 두 끼로 나눠 먹으려 한 게 무색하게 숙소로 돌아가 앉은자리에서 흡입했다. 한편 청어 통조림도 도전해 보려 샀다.(통조림 후기는 다음에!)


서점 간판이 예뻐서 들어갔는데 한강 작가의 책과 1982년생 김지영이 꽂혀있어 반가웠다!
꽃집인데 종류가 많다!
룬드의 과거와 현재

마칠 때 가이드님이 두 도시 중 어디가 더 좋았냐고 물어봤다. 룬드가 바로 나왔다. 말뫼도 아름답다. 하지만 나는 바다보다 육지 취향에 유럽의 대학 도시가 주는 분위기가 더 끌렸다. (예를 들면 옥스퍼드나 요크!)

여하간 코펜하겐을 보고 스웨덴 두 도시를 보는 원래 일정대로 라면 이만큼 여유롭게 즐기지 못했을 거 같았다. 또한 가이드님의 효율적인 동선에 따라 꼼꼼하게 설명까지 들은 덕에 기억에 오래 남을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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