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에서 백조가 된 안데르센

오덴세 H.C. 안데르센 박물관 가기

by 세런 Seren

오전 '안데르센 발자취 투어'에 이어 오후는 안데르센 박물관(H. C. Andersens House)을 갔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30분 단위로 예약할 수 있었다.당일 아침에 남은 자릿수를 보고 12시에서 12시 30분으로 예약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오픈 시간과 점심시간 직후인 2시 이후가 거의 다 찼었다. (체험 프로그램이 많으니 가급적 사람 없는 시간을 추천!)


H. C. Andersens House 전경
안데르센이 태어난 집, 종이배 띄우며 놀던 아이
어머님의 남다른 마인드 "크게 우는 아이이기에 크면 더 아름답게 노래할 거야!"

오전에도 봤지만 박물관 전경부터 동화 속 세상 같다. 덕분에 건물 안에 들어가면 나무와 풀에 둘러싸인 기분이다. 전시는 그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영상을 본 후 벽면에 적힌 약력을 따라가면 된다. 한편 곳곳에 수신기 표시가 있는데 오디오 가이드를 대면 소리가 나온다. 헤드셋을 끼지 않아도 되어서 매우 편했다. 한편 안데르센은 1805년, 오덴세의 정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819년, 배우가 되기 위해 오덴세에서 코펜하겐으로 떠난다. 그 이후 오늘날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되기까지의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된다.


사랑에 계속 실패, 좌절하는 안데르센이었기에 인어공주가 나온걸까

벽에 덴마크어와 영어를 병기해서 기재 일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다. 언제, 어떤 동화나 시, 자서전을 썼는지도 나오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어느 나라에서 누굴 만나 친구가 되었다거나 누구에게 사랑에 빠졌는지 같은 이야기 말이다. 특히 반복되는 연애 실패와 짝사랑으로 인해 일기장에 "I am alone... alone!"이라고 쓴 것도 나온다.


그의 명언 '여행은 삶이다"와 그가 모은 기념품, 여행할 때 쓴 펜 (너무 작아서 충격!)

전시는 심심할 틈이 없었다. 중간중간 시청각 자료와 그의 소장품도 있다. 안데르센은 "To travel is to live (여행은 삶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했다. 당시 그가 여행 중에 모은 기념품이나 기록도 전시되어 있었다.


미운 오리 새끼, 눈의 여왕, 성냥팔이 소녀 출간
본인 작품을 '자식들'이라 부른 안데르센
안데르센이 쓴 가위와 종이 자르기 실력

안데르센은 단순히 종이에 글만 쓴 게 아니다. 때로는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 자르기(papercut)로 만든 작품들로 이야기를 전했다. 데칼코마니 형태로 나온 종이 자르기 작품들이 너무 정교했다. 안데르센은 이 종이 자르기 기술을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한다.


첫번째 동화는 '미운 오리 새끼'

이어서 전시는 그의 대표적인 동화 이야기로 진행된다. 첫 작품은 역시 '미운 오리 새끼(The ugly duckling)'다. 외모에 자신 없고, 어린 시절 친구가 없어 혼자 종이배 띄우고 놀던 안데르센 본인을 투영한 동화다. 마지막에 안데르센이 팔을 펴 날개 펴는 백조를 따라 하는 영상이 나온다. 그의 일대기를 알고 보니 사실 미운 오리로 살아온 본인(백조)을 안아주려고 팔을 뻗는 것처럼 느껴졌다.



성냥 위에 손을 얹으면 애니메이션 재생되는 디테일!

'성냥팔이 소녀'는 해피 엔딩이 아니다. 가난한 소녀가 어느 추운 겨울,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과 그 안의 가족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성냥을 켰다 불길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죽음'에 대한 인식이 채 형성되기 전에 이 동화를 봤던 거 같다. 성냥팔이 소녀가 다음날 아침 눈을 감고 쓰러진 채 거리에서 발견되는 그림이 기억난다. 어린 나이에 '소녀가 살아있지 않다'라고 느끼고 충격받았던 듯하다. 이 동화는 안데르센이 가난해도 마음은 풍족했던 부모님을 모두 잃고 슬퍼서 쓴 잔혹 동화 같다.


인어공주 체험관은 인어공주가 앉아있던 돌로 인테리어

원작 인어공주가 슬픈 이야기인 건 알고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보니 더욱 어른을 위한 동화 같았다. (그런 점에서 디즈니의 각색은 훌륭하다!) 결말을 보면 안데르센이 본인 연애사를 담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쓴 거 같다.


디즈니의 겨울왕국 모티브가 된 '눈의 여왕'
얼음조각 산 (엘사의 겨울왕국이 생각나는!)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모티브가 된 걸로 유명하다. 원작은 카이와 게르다라는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얼음 조각이 눈과 심장에 들어간 카이가 냉정하고 차갑게 변하면서 여왕에게 끌려간 뒤, 친구 게르다가 여러 시련을 거쳐 구해내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여러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 덕분에 생각보다 내가 모르는 작품이 많았던 걸 알게 되었다.


안데르센 동상, 백조가 될 아기가 태어남

동화 전시 끝나면 다시 그의 연혁으로 이어진다. 기념품점까지 다 보고 나오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전시관 구성을 잘해놓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안데르센 덕에 오덴세를 잊지 못할 거 같다.


안데르센의 생가, 그가 어릴 때 갖고 싶어한 정원

박물관을 나와서 안데르센 생가를 갔다. 박물관 입장권으로 30일 이내에 생가를 가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박물관을 보고 가니 거의 아는 내용이었다. 다만 그의 부모와 조부모 이야기가 좀 더 설명되어 있었다.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거슬러 나의 숙소까지 걸어가며 마지막까지 안데르센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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