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안데르센 발자취 투어하기

오덴세 '감성 폭발' 동네 한 바퀴

by 세런 Seren

작은 마을 정취가 느껴지는 오덴세(Odense)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 만큼 여유로웠다. 한편, 오후에 비 소식이 있어, 오전은 오덴세 안데르센 발자취 투어를 하고 오후에 안데르센 박물관을 가는 걸로 계획했다.


오덴세 역 앞에서 시작

“In the Footsteps of Hans Christian Andersen (안데르센의 발자취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투어는 도시 곳곳의 발자국 표식을 따라 안데르센과 관련된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투어는 오덴세 기차역 맞은편 길에서부터 시작한다. 해뜨기 전 그늘진 곳은 쌀쌀했다. 역에 들어가 따뜻한 차이 라테 한 잔을 사서 출발했다. 한 발씩 곧게 걸어가다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경우, 두 발이 나란히 찍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동화 마을 같은 오덴세

쭉 발자취를 따라 처음 나오는 장소는 안데르센 박물관이 보이는 곳이었다. 박물관 초입부터 알록달록 파스텔 톤에 뾰족 지붕을 한 2층 집들이 눈 길을 끌었다. 박물관 맞은편, 미운 오리 새끼 간판이 달린 연노랑 집은 크리스마스 용품 가게였다.


발자취 따라 가며 쇼윈도 구경하는 재미
토요일 오전, Blackfriars Square에 열린 꽃 시장

발자취는 Blackfriars Square라는 작은 광장으로 이어졌다. 우선 망토 입은 안데르센 동상이 3인용 벤치 정중앙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이 동상 주변에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모티브로 한 동상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광장에서 마침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에 열린다는 식료품과 꽃 파는 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꽃 파는 집에 사람들이 모여, 각자 취향대로 한아름 꽃다발을 만든 뒤 줄 서서 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안데르센의 고향답게 낭만적인 동네였다.


광장을 벗어나 주석 동상이 있는 곳으로

발자취 경로에서 잠시 이탈해 외발 동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참전용사를 모티브로 한 동상인 줄 알았는데 아래에 안데르센 표식이 있었다. 안데르센의 동화 "The Steadfast Tin Soldier (Den standhaftige tinsoldat), 성실한 주석 병정"을 모티브로 만든 동상이었다. 오래된 숟가락을 녹여 주조하던 중 주석이 부족해 외다리가 된 주석 병정이 자신처럼 한 발로 서 있는 발레리나 인형을 사랑하게 되었으나 슬픈 결말을 맞는 동화라고 한다. 다시 경로로 돌아와 동상 뒷모습을 보는데 박혀 있는 차단 기둥들이 그의 한쪽 다리 같았다.


가난했던 안데르센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곳들

다음 들른 곳은 안데르센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은 보여주는 곳이었다. Fattiggården(파티고든, The Workhouse)은 19세기 초까지 가난한 사람·노숙자·고아·노인 등을 수용하던 사회복지 시설로 안데르센의 어머니가 이곳에서 세탁부로 일했다고 한다. 다시 발자취를 따라가면 공원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에는 그의 어머니가 빨래하던 터가 있다.


동화 정원에 자리 잡은 동상들과 자연 감상하기

공원에 들어와서부터는 간헐적으로 띄엄띄엄 찍혀 있는 와중에, 풀과 흙자갈에 가려진 발자취를 쫓아가야 한다. 난이도가 올라갔지만, 보물찾기 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어서 Eventyrhaven(The Fairy Tale Garden / 동화정원)에서는 조각배 동상을 발견했다. 동화 속 외발의 주석 병정이 종이 조각배에 실려 보내지면서 발레리나 인형과 헤어지는 시련을 겪었던 걸 모티브로 한 거였다. 반대편의 푸릇한 잔디밭에는 안데르센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어서 다리를 건너던 중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에서 도토리가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나무 위를 오가는 다람쥐들이 식량을 구하는 중인가 싶었다.


안데르센의 생가

공원을 나와 한참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일정한 폭으로 이어지니 역시 쉬웠다. 이어서 나온 곳은 안데르센의 생가였다. 정확히는 안데르센이 약 2세부터 14세(1807–1819)까지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이곳은 안데르센 박물관 티켓이 있으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한편, 장화 문양이 새겨진 석판에도 덴마크어로 “Her boede digteren H.C. Andersen i sin barndom” (이곳은 시인 안데르센이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장화는 안데르센이 실제 여행가로 살았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온 삶을 상징하는 것 같다.


새로운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대성당과 시청사

생가에서 이어지는 곳은 안데르센이 오덴세에서 일상을 보낸 곳들이다. 안데르센이 어린 시절 자주 찾았던 교회 St. Knuds Kirke (성 크누드 대성당)과 도시의 공식 행사나 연극 공연이 열리던 Odense Rådhus (시청)이 나온다.


오덴세 극장을 지나 오덴세 성 근처 냇가에 '미운 오리 새끼'를 떠올리는 풍경
작은 교회에서 마무리되는 발자취 투어

오덴세 극장을 지나 오덴세 성으로 발자취는 이어진다. 얕은 개천이 나오는데 잔디밭에 앉아있는 잿빛 오리들 사이에 하얀 오리 한 마리가 보였다. 혼자 튀는 생김새를 보니 동화 '미운 오리 새끼'가 떠올랐다.

오덴세 성을 보고 역 근처에 있는 교회에서 발자취 투어는 끝이 난다. 사실 교회 그 자체보다는 이곳에 있는 목각 조각상을 보러 오는 곳이다. 조각상의 주인공은 Anne Marie Andersdatter, 바로 안데르센의 어머니다. 행색이 가난해 보이지만, 인자하게 웃는 눈과 입, 안데르센으로 추정되는 갓난아이를 소중히 품에 안고 있는 모습에서 조각가가 그녀에게 가진 경외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 옆의 아기 백조 조각들은, 다른 생김새로 구박받다 떠난 '미운 오리'가 백조 가족들을 만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정한 발자취 투어는 깊은 여운과 함께 안데르센을 이해하기에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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