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J의 코펜하겐 카드 200% 활용-4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덴마크 디자인 박물관, 아말리엔보르 궁전 및 교대식을 보고 로젠보르 성으로 간다. 가는 길에 목이 말라 마트를 들러 음료와 간단한 군것질을 샀다. 이날 아침에 먹은 청어 샌드위치의 여파인 거 같다. 인생 처음으로 먹어 본 청어 통조림은 앞으로 내 돈 주고 사 먹을 일은 없는 것으로 정리한다. 한편, 덴마크도 독일처럼 플라스틱에 보증금(pand) 제도를 운영한다. 보통 크기에 따라 1kr(한화 220원)에서 2kr까지 보증금이 붙었다. 간혹 보증금이 없는 제품도 보이는데 무슨 원리인지 궁금했다.
로젠보르 성(Rosenborg Slot)은 코펜하겐 시내 중심부에 있는 르네상스 양식의 성으로, 오늘날에는 왕실 보물관(Royal Treasury)과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성을 둘러싼 킹스 가든(Kongens Have)을 통과해서 성까지 걸었다. 입장권을 받아 들어가는데 군악대 소리가 들려 가보았다. 덴마크 왕립 근위병이 성 옆에 있는 근위병 병영에서 행진 연습 중이었다. 방금 전에 보고 온 아말리엔보르 궁전에서의 교대식을 위한 근위병 출발 지점이 여기라고 한다. 한편 덴마크는 한국처럼 징병제 국가다. 남성은 원칙적으로 약 4~12개월간 군 복무를 해야 하며, 보통은 4개월이 기본 복무 기간이고 여성은 지원자에 한해 자원입대를 한다.
로젠보르 성을 입장하자마자 느껴진 건 '압도적 카리스마'였다. 군주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과하게 화려한 장식과 문양, 색깔을 쓴 느낌이었다. 앞에서 본 두 궁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로젠보르 성은 훨씬 방어적이고 왕실의 존립을 위해 무게감을 준 거 같다. 만약 당시에 주변 국가에서 이 성에 왕을 알현하러 왔다면, 공간의 기운에 눌려 감히 싸울 생각 안 하고 복종하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초상화 속 사람들의 모습이 근엄하다. 그리고 두르고 있는 모든 게 엄청나게 값비싸 보인다. 당시에 저런 옷과 장식품을 만들려면 엄청난 기술과 노동력이 필요했을 거 같다.
본관 마지막 방은 탁 트인 연회장이었다. 벽에는 덴마크 군대의 위엄을 보여주는 걸개그림들이 있고, 왕과 왕비가 앉았을 자리가 보인다. 앞에 놓인 세 마리 사자 동상은 저마다 특징이 있는데 위압감을 주기보다는 왕실의 재롱둥이들로 표현한 거 같았다. 자세는 물론, 사자 갈기와 몸통의 짧은 털들을 이렇게 섬세하게 묘사한 동상을 그 당시에 어떻게 만들었을지 놀라웠다.
본관을 나와 외부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공간이 있다. 이곳은 보석류를 볼 수 있는 전시실이다. 아기 천사가 왕관을 들고 있는 동상 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진짜 왕관이 있다. 유리관 속에 있는 큰 왕관을 보면 하나하나 보석을 공예해서 빈틈없이 붙인 정성이 대단했다. 다음 장소에는 왕과 왕비가 함께 썼을 거 같은 커플 왕관이 놓여 있다. 이 왕관은 앞에서 본 단독 왕관보다 크기가 작고 들어간 보석 수는 적지만, 곡선으로 이어 붙인 부분이 멋있었다.
보석 전시실을 들어간 곳과 다른 곳으로 출구가 이어진다. 나왔더니 킹스 가든이 보였다. 꽤 큰 오리들이 평화롭게 성 정원에서 놀고 있었다.
로젠보르 성,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아말리엔보르 궁전 세 군데를 하루에 보고 나니 성(slot, 영어로 caslte)과 궁전(palace)의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덴마크에서는 모두 slot이라 표현하지만, 실제 slot의 역할을 한 곳은 로젠보르 성임이 느껴졌다. 즉, 방어·군사적 기능을 포함한 요새 성격이 강한 slot과 왕실의 공식 행정·의례·외교 공간인 palace의 차이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 한국어로 번역을 잘해놓은 거 같다. 이어서 로젠보르 성 앞에 위치한 국립미술관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