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J의 코펜하겐 카드 200% 활용-5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덴마크 디자인 박물관, 아말리엔보르 궁전, 로젠부르 성에 이어, 국립미술관(SMK – Statens Museum for Kunst)으로 향했다. 국립미술관은 로젠보르 성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도로 건너편에서 보이지 않았는데 미술관 바로 앞에 원형 수반(Reflecting Pool) 형태의 분수가 있었다. 잔잔한 수면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거 같았다. 미술관을 들어가 코펜하겐 카드를 보여주니 날짜가 찍힌 SMK 스티커를 주었다. 당일에 여러 번 입장해도 될 거 같았다.
시간 관계상 1750년부터 1900년까지의 덴마크와 북유럽 미술 전시만 보았다. 이때는 덴마크 미술의 황금기라고 한다. 즉, 1800년대는 코펜하겐 미술 아카데미 중심으로, 덴마크 미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국민적 정체성"을 확립한 시기다. 또한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유럽 미술사 속에서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어낸 시기기도 한다.
덴마크 국기 다네브로(Dannebrog)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기라고 한다. 오늘날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국기 모두 이 덴마크 국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덴마크인의 자부심이고 회화에 자주 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덴마크인들은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기보다 우비를 입는다고 한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 우산이 뒤집힐 정도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바람 부는 날씨의 거리 풍경(Street scene in windy and rainy weather)'이란 제목의 그림에도 우산이 안 뒤집히게 비바람을 뚫고 가는 사람이 그려진 거 같다. (하지만 우산에 치이는 주변 사람들은 짜증 날 듯하다!)
오늘날로 치면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을 하듯이, 뜨개질을 하면서 걷는 여인 그림이 있다. 몇 발자국 더 걸으면 아래로 떨어지는 계단이 나와 위험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앞을 잘 보고 걷자는 교훈을 주는 그림이었다.
울창한 숲 길의 좌측은 잔디밭에 앉아 담소 나누는 아이들이 있고, 우측에는 남자가 바닥을 쳐다보고 있다. 아이만 한 큰 개가 이 남자를 주시하고 있다.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이 엄마 같은데 빨란 드레스의 아이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빨간 옷을 입을 아이가 맏이이고, 엄마가 숲 속의 남자를 경계하고 동생들을 잘 돌보라고 얘기하는 그림 같았다.
식사 중인 세 사람을 비롯해 고양이까지 정면을 응시하며 관객과 눈을 마주치는 듯한 그림이 보였다. 어쩌면 당시에 화가가 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었고, 이들이 의심하는 순간을 포착해 낸 거 같았다. (오늘로 치면 '불법 카메라' 같은 건가!)
또 다른 그림은 창문을 통해 주방을 들여다보던 아이가 아직 싱싱하게 살아있는 랍스터를 보고 놀란 표정을 잘 잡아냈다. 곧 있으면 조리될 랍스터는 창문 밖으로 달아나고 싶어 보인다.
덴마크 황금기 또는 19세기 북유럽 사실주의 회화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평범한 민중의 삶과 감정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실 감는 일을 잠시 멈추고 습기로 뿌옇게 된 창문에 누군가의 이름을 쓰는 여인이나, 엄동설한에 집기들과 함께 길거리에 내앉게 된 가족들의 삶을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국립미술관의 메인인 18세기 덴마크와 북유럽 전시관(Danish and Nordic Art 1750-1900)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 위주로만 보고 나왔다. 하지만 다른 전시관에서 하는 1300-1800년까지의 유럽 미술도 보고 싶었다. 중세 미술이라 종교화가 중심인거 같지만 말이다. 한편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1900-1930년까지의 프랑스 미술 전시관도 못 봐서 아쉬웠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거나, 저녁 8시까지 오픈하는 수요일 방문으로 일정을 잡는 걸 추천한다.